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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전 할게없어서 쓰는 6.27~28 탈영썰

귀여움은정의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5 04:29:08
조회 275 추천 2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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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군대때 썼던 일기장을 거의 그대로 쓴 글입니다.




작전 안나가는 날. 그냥 별거 없었다. 중요한건 작전이 아니다. 오늘은 탈영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 불침번(00:10~01:30)이 시작이다. 예정은 이렇다. 불침번 때 울타리 밑에 있는 돌을 빼고 탈영 가능여부를 확인, 사복을 입고 5시까지 대광리 PC방 등에서 버티다 첫차로 소요산역에서 카드로 출금... 하면 내역으로 걸릴거 같으니까 OO이의 지갑에 손을 대기로 했다. 목표는 6월 29일 새벽이 되었을 때 OOO대대(원래 부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나는 오전 3시경 짐을 다 싸고(키우던 곤충만 제외) 짐을 챙겨서 탈영에 성공했다. 울타리 밑 공간으로 몸을 꾸겨서 나오니 이상한 농장이 있었다. 어둠 속 농장은 미로 그 자체였지만, 어찌저찌 빠져나갔고 막 경보음 같은 게 울렸을 때 몸이 벌벌 떨렸다. 농장에 야생동물이 왔을때 자동으로 울리는 경보음이였을까.. 잘은 모르겠다. 의외로 경계망이 부실한 것 같은 군대였다. 농장을 빠져나와서는 가져온 사복으로 갈아입고, 대광리역으로 쭉 걸어갔다. 가방끈이 내 몸이랑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사람의 걸음소리처럼 들려서 몇번이나 뒤를 흠칫흠칫 살펴보았다. 다행히 뒤를 돌아볼 때마다 군 차량이 보이진 않았으므로, 안심하고 길빵을 하며 걸었다. 아쉽게도 첫 차까지 미리 예정해둔 pc방에서 뻐길 계획은 pc방이 새벽 1시에 문을 닫는 것으로 계획이 무산되었고, 버스 없이 무작정 연천역까지 걸어보려고 무작정 버스정류장을 따라가면서 찾았다. 근데 어느 한 구간에서부터 다음 버스정류장을 찾는게 불가능해지고 다시 버스정류장에서 첫차가 올때까지 기다리다가, 택시를 타게 된다. 이때 나라사랑카드를 쓰고 연천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여전히 첫차가 올 시간이 되지 않았으므로 나는 한 놀이터의 미끄럼틀에서 잠시 노숙을 청하다 5시 37분경 39-2번에서 다시 나라사랑카드를 긁고 버스를 탔다. 이후 소요산역에 내리면서부터는 카드를 찍지 않았다. 혹시 내 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한 헌병이 잡으러 올까봐.. 밤을 새서 배고프고 종일 너무 걸어서 지치고 땀도 버ㅏㅁ벅이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게 헛말이 아니다. 최소한 공기계를 빌리는 치밀함이라도 발휘했더라면 이정도로 힘들진 않았을 것을... 지금쯤 부모님한테도 연락이 갔을까 궁금하다. 또 한 번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내가 원망스럽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그리고 6시 37분에 나는 인천행 열차를 타고 의정부로 향했다. 이후에는 쓰리팝 pc방에 가서 게임을 했다. 원래는 내 명의인 아이디를 안 쓰려 했으나 9시 이전에는 회원가입한 아이디 아니고선 게임을 할 수 없었고(성인만 이용할수 있는 시간이라 본인 인증절차가 필수) 지칠대로 지친 나는 그냥 잡아가라면 잡아가라지 하며 내 아이디를 쓰며 그냥 롤을 했다. 조이, 아트록스, 카이사로 양학롤을 즐기며 하드캐리를 했다 ㅇㅅㅇㅋㅋ.. 케인을 하던 와중에 뒤에서 누가 지나가길래 돌아보니 자신을 헌병이라 하며 어떤 사복을 입은 상병이 나에게 OOO 씨 맞으시죠? 하길래 네 하고 아~ 잡혔구나 하면서 그냥 무덤덤하게 게임을 껐다. 수갑 채운다길래 순순히 수갑을 찼다. 그리고나선 9시 07분에 미란다원칙 어쩌구저쩌구~ 하는거 듣고 절차를 기다리면서 담배좀 피겠습니다 하고 당당히 말하면서 줄담배 2개를 피며 무덤덤하게 있었다. 도망칠 의지가 없어보였을까, 이후에 바로 수갑을 풀어줬고 간부 몇 명이 오더니 차로 데려갔다. 데려갈 때 병사 2명이 내 팔을 잡고 이동했는데, TV에서 본거 마냥 연행되길래 꽤 재밌었다 ㅋㅋ. 그리고 차에 타서는 쭉 간부들과 얘기를 했다. 왜 탈영을 했냐 물어보는 둥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익숙한 O군단으로 이동하였다.. 헌병대 건물로 들어가서 진술 등을 서서히 시작했다. 이건 쓸데 없는 얘기인데, 군대는 흡연자에 대한 대우가 너무 조은 것 같다. 나같은 범죄자도 담배좀 피자카면 ㅈㄴ 잘 들어주고,, 그리고 거기 계원같은 사람이 한명 있었는데 내 1월 동기 한명이랑 똑같이 1월 16일이더라. 조사는 대충 범죄 리포트 작성을 위한 개인정보를 쓰고, 진술서를 간략히 쓴 다음 담당 조사관과의 1:1 진술(정확히는 3자인 계원이 진술을 위한 중립역으로 같이 듣기는 했다)이 이루어졌다. 진술은 이 일기장을 참고하며 거짓없이 말했다. 또 최대한 내 잘못이라고, 중대장님이나 이 일이 발생한 원인인 맞후임, 동기들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하였다. 혹시 모를 2차 피해가 없기 위해... 

+TMI) 대충 탈영의 원인이 뭐냐면, 전역이 3개월정도밖에 안남아서 친하던 맞후임이랑은 말 놓고 친구처럼 지냈다. 그리고 얘가 너무 좋아서 막 앵겨붙고, 존나 귀찮게 굴었는데 그게 좀 싫었나보다. 애새끼처럼 굴지 말라고 하길래 일부로 더 애새끼마냥 땡깡부리고 그랬는데.. 머 그러다가 사이가 서먹해지고 말도 안했다. 그것땜에 걔랑 친하던 동기녀석이랑도 멀어지고 그래서 이렇게 인간관계를 망친 내가 너무 미워져서 탈영을 계획했다.

진술이 끝난 후에는 많이 후련해졌다. 다만 진술하면서 원래 부대로 바로 가는게 더 현명했을 것임을 느꼈다. 그리고 오히려 간지였을지도... 지뢰제거작전 부대에서 탈영하고 원래 부대로 바로 당당히 들어갔으면 좀 멋있었을 거 같은데.. 진술을 다 끝나고 나오니 삼촌, 엄마, 행보관, 주임 원사님이 있더라... 하.... 존나 심경이 복잡해졌다. 부모님 얼굴을 바로 볼 것이라 상상조차 못했다. 그 후엔 중국집을 가서 합류한 아빠와 모두 점심을 먹었다. 답답해서 음식이 입에 ㅈㄴ 안들어갔는데 주임원사님이 ㅈㄴ 먹으라고 눈치줘서 개힘들었다. 그리고 엄마는 내 팔의 자해흔적을 본 모양인지 날 테이블 왼쪽에 일부로 앉혔다. 왼쪽 팔에 자해흔적이 있었기 때문. 난 정말 불효자 끝판왕이 아닐까... 삼촌도 내 왼팔을 지긋이 쳐다보던데 시선때문에 왼팔의 담배빵 흉터가 다시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물론 타는 건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가슴이 더 불타올랐겠지만.... 이후엔 중대로 복귀, 난 거의 인기스타마냥, 마치 닌자대전 끝나고 환영받는 나루토마냥 중대원들이 날 환영해주었다. 심지어는 지뢰제거작전에 가있는 도움배려 용사들이 전부 중대 복귀각이 떴다고 나보고 영웅 ㅇㅈㄹ 하더라.. ㅅㅂㅋㅋ 내 파장이 컸긴 한 모양이다. 듣기로는 5시 반 자차있는 간부 전부 집합, 애들은 생활관에서 절대 못 나오게 하고 지작 쪽에 파견 된 모든 대대는 전부 나에 대한 조사와 탐색 등을 했다고 한다. 롤 아디디들도 전부 내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아내고.. 수사력도 수사력이지만 그렇게 온갖 정보들을 다 모은다는 것이 소름돋았다. 애들 덕분에 난 자지도 못하고 지뢰제거작전 때의 일기를 보여주고 인터뷰를 하고 썰 풀고.. 그리고 16시 반 쯤 내 남은 짐들이 왔다. 가지러 내려갔는데 이게 웬일인지... 곧 전역을 앞둔 내 첫번째 소대장님과 사슴벌레들이 나를 반겼다. 반갑달까 놀랐다.. 전역식이 오늘이셨는데 하고 갈줄 알았는데... 소대장님은 마지막 배려로 내가 키우던 곤충들을 가져와 주셨고 난 걔들을 소대장님의 말을 듣고 모두 방사했다. 톱사슴벌레는 유니크해서 버리기 너무 아까웠는데 흑흑... 그렇게 난 짐을 다 풀고 저녁 먹고 싸지방을 가서 훔쳤던 돈을 다시 입금해주었다. 가져간건 3만원쯤인데 4만 5천원으로 보내줬다. 그리고 삼촌이 나에게 준 용돈으로는 라노벨을 구입했다.. 나는 진짜 철없는 병신인 듯... 그리고 싸지방 전에 대대장님 면담도 했었다. 대대장님께서는 내 행동이 너무 어린아이 같아서 후임, 동기랑 싸워서 탈영했다는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나한테 거듭 되물었다 진짜 이유가 그게 맞냐고... 나한텐 너무 괴로웠었는데... 역시 난 어른이 되긴 한참 먼 듯하다... 이후로 나는 밤샘의 여파인지 갑자기 ㅈㄴ 졸려져서 20시부터 쭉 자버렸다.. 점호때 깨어있느라 아주 죽는줄 알았다.. 엄청...... 엄청나게 긴 하루였다. 평생 기억에 남는 하루겠지...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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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있었던 왼팔의 담배빵 흉터 자국.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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