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서 공부을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모의 직업 중 가장 많은 것이 학교 선생님이다. 교수가 아니라 초중고 교사다. 교사 자녀들이 공부를 잘할 확률은 높아도 너무 높다. 오히려 공부를 못하면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그 정확한 이유는 내가 교사도 아니고 교사를 부모로 두지 않아 모르겠지만 어쨓든 결과는 그렇다. 고 3때 전교 10등 이내에 교사 아버지가 절반이상이었던 거 같고 전교 50등으로 넓혀도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내 아버지는 교사는 아니었으나 20대 중반때부터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근무를 하고 계신다. 그래서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본 아버지는 늘 장부나 노트에 뭔가 정리하고 쓰고 하는 모습이었다. 원래 성품이 기록하고 정리하고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교육행정직 공무원이다보니 집에 오셔서도 학교에서 못한 일을 마저 마무리하곤 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 장부나 종이로 된 서류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것을 보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내게 실로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우선 종이와 친숙해지고 활자와도 거부감이 없어졌다. 그리고 종이에 뭔가 적고 정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늘 보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어졌던 거 같다. 

내 사주 자체에 책을 좋아하거나 공부를 좋아할 사주가 많기도 하지만 어렸을 적의 아버지의 모습, 종이와 잉크향이 익숙한 환경은 분명 내가 공부를 남들보다 더 수월하게 받아들이는데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교사라면 늘 집에서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볼 것이다. 나와 비슷한 경험, 혹은 좀 더 강렬한 경험과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고, 내가 받았던 비슷한 순기능적인 영향을 부모로부터 받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