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정현과 유사한 커리어의 선수에 대한 글들이 보여서 이 글을 올림

현역 선수들 중에서 정현과 가장 비슷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러시아의 아슬란 카라체프야. 정현이 2018 호주오픈 무명 돌풍의 주인공이었다면 카라체프는 2021 호주오픈 무명 돌풍의 주인공이었지

카라체프는 2013년 20살의 나이로 ATP 투어 데뷔전을 치렀어. 그리고 투어나 챌린저를 넘나들며 2020년 초까지 ATP 투어에서 단 1승밖에 못올린 선수야. 2021년 생애 최초의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에 참가했을 때 카라체프는 8년 가까운 투어 생활 동안에 단 3승을 올린 선수였어. 그런 선수가 호주오픈 4강에 올랐으니 당시의 충격은 어마어마했어.

그해 호주오픈 끝나고 한달 후에 열린 두바이 500대회에서는 와일드카드를 받고 64강부터 경기를 치르면서 에반스-소네고-시너-루블레프-해리스를 연달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베오그라드 오픈에서 준결에서 세르비아의 국가적 영웅인 조코비치에게 승리하고 결승에 올랐음. 당시만 해도 대단한 스타가 탄생한 줄 알았지만 그 이후로 그저 그런 인기없고 기복심한 선수로 약물과 승부조작 논란 속에서 안티 팬들이 더 많은 상태임. 그런 맥락에서 카라체프와 비교당하는 것은 정현에게 조금 억울할 수도 있을 거 같아.

2021년 윔블던 4강에 올랐던 샤포발로프도 정현과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현과 크게 다른 점이라면 샤포는 윔비 4강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였음.

나달 등장 이전의 롤랑가로스를 제외하면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정현처럼 시드를 받지 않은 선수가 4강에 오르는 경우 자체가 드물고, 그렇게 4강에 오른 무명 선수가 더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어. 2000년 이후에 남자 테니스 선수들 중에서 정현과 가장 가까운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미국의 로비 지네프리(Ginepri)일 거야. 아마 대부분의 테갤러는 지네프리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을거라고 생각해.

정현과 지네프리는 정말로 커리어가 아주 비슷해. 지네프리는 17살에 US오픈 주니어 단식에서 준우승했고 정현은 17살에 윔블던 주니어 단식에서 준우승했어. 프로 데비 이전에 둘다 유망주였지.

정현과 지네프리는 프로 데뷔 후 그저 그런 성적을 올리다 5년차에 시드 없이 그랜드 슬램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켜. 지네프리는 2005년 US오픈 준결에 올랐고 정현은 2018년 US오픈 준결에 올랐음.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커리어에서 탑텐 랭킹에 들지 못했어. 정현은 최고 19위까지 올랐고, 지네프리는 최고 15위까지 오름.

정현은 프로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지만 넥젠 우승자이고, 지네프리는 32살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250 대회에서 3번 우승한 것이 전부야. 지네프리는 제법 오래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2005년 이후에 슬램 8강에 든 적도 없었지.

이정도가 정현과 커리어 유사성을 가진 선수야. 제발 어제의 글처럼 정현과 유사한 커리어의 선수가 도미니크 팀이라는 황당한 주장은 하지 말기를 바람.

테니스 팬들(아마도 조코비치 팬들)이 지네프리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한다면 아마도 그가 슬램에서 조코비치에게 패한 첫번째 선수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