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는 페더러 팬이었음

올해 호주 시작까지만 해도 페더러는 은퇴하고 나달은 골골대는데 그랜드 슬램 기록을 무한정 늘려나가

RF RN을 시대의 뒷편으로 밀어버리는 노박을 견제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너와 알카라스를 응원했음

시너는 뭔가 차분차분하게 테니스를 치면서 모범생 이미지에 인터뷰도 얼마나 이쁘게 하는지

알카라스는 정열적으로 테니스를 치면서 21세에 보여주는 기술적 완성도와 노련미도 멋지더라고

근데 말이지

시너는 호주 오픈 우승하고 하드 시즌 씹어먹더니 갑자기 키리오스가 거쳐간 카린스카야와 정분이 났다는 이야기가 돌더니

롤랑에서는 아프다고 하고

윔블던 시즌에는 지 시합이 코앞인데 카린스카야 경기장에서 목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올림픽 전인데도 수영장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사진 돌더니 갑자기 여친이랑 세트로 아프다고 하며 올림픽 스킵

이거 완전 유명세 타고 브룩실즈랑 정분나더니 순식간에 망가진 아가시 데자부도 아니고

알카라스는 테니스에 대한 자세만큼은 굉장히 훌륭해보였지만

결정적으로 윔블던 결승전에서 조코비치를 압살한것 자첸 뭐라할 것도 아니지만

처음 매치포인트 잡았을때 윔블던이 무슨 장난인 양 서비스 에이스로 우승 결정하려고 노골적으로 난리치는 모습을 보니

지금으로선 사실상 마지막 빅3 시대의 대표자인 노박을 능멸하는 것 같아 있던 호감이 싹 사라지더라

그래서 이번 올림픽은 진짜 간절하게 노박을 응원했음

페더러 응원하던 시절엔 노박 정말 싫었었지만 (특히 2011 US 4강전, 2019년 윔블던 결승전은 지금 생각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뼈아픈데도 불구하고)

3+1명이서 처절한 라이벌리를 형성하면서 싸워왔던 그 시대가 새삼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그 4명이 얼마나 테니스를 사랑했었는지

머레이의 은퇴하면서 남긴 '테니스 좋아한 적 전혀 없음'이란 반어법 농담이 얼마나 안타깝게 다가왔는지 느끼면서

조금이라도 그 시대가 여전히 정점으로서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더라

그런 의미에서 라파 부활도 기원했었지만 올해 하는 것 보니 좀 많이 어려울것 같아 안타깝더라

그래서 노박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잘해줬으면 좋겠음

빅 4의 시대에 테니스를 정말 사랑하게 된 사람으로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