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어깨 떨구고 울지 말고, 이 쪽을 좀 돌아봐요. 네이슨.

   김재범과 최지호 페어의 공연에 대한 한 줄 감상이다. 

 
   01. 참 이상하다. 
   재범넷슨이 오늘 보여주었던 수많은 레전드급 표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그의 뒷모습\'이라니.
   계약서 찢기는 부분부터 바닥에 쓰러져 어깨를 떨기 시작하더니
   지호촤가 떠나고 나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노래 부르던 재범넷슨의 뒷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뒷모습이었는데, 물기 머금은 목소리만 들렸는데, 그 어느때 보다 가슴이 아팠다. 

   (아마도 강현촤의 복잡한 심리에 비해서, 비교적 명확, 확실한 지호촤의 감정 노선이
   다른 곳에 신경쓰지 않고 재범넷슨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도 모르겠다.)


   02. 재범넷슨 망석중 같이 흔들리더라. 
   덩치도 크고, 팔다리도 길고, 손까지 큰 지호촤가 
   재범넷슨의 어깨를 잡고 힘을 줄 때마다
   재범넷슨의 온 몸이 흔들흔들.
  
  
   03.  확실히, 사랑이었다.
   지호촤가 경찰에게 속은거라며 매달리는 부분에서
   키스하는 지호촤를 살짝 밀어내며 재범넷슨이 지었던 표정은
   "이제 됐어. 알겠어. 이러지마."의 느낌.
   자리에서 일어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대사를 할 때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는 말의 진리를 확인시켜 주었다. 
   오늘 공연은 게임이 아닌, 확실한, 그러나 소유할 수 없는 첫사랑의 느낌이었다.  


   04. 지호촤는 참 크더라.
   목소리도, 키도, 보폭도, 발소리도 참 컸다. 
   리차드는 냉철하고 계산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리차드는 참 다혈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소리치는 지호촤보다 낮게 내깔리며 대사하는 지호촤가 더 좋았다. 
   웃으면서 굵게 대사치는 지호촤가 더 ㄱ ㅅ ㄲ 같아서. ^^


   05. 귀여워 미치겠어.
   아, 저 재범넷슨이 이렇게 귀여워질 수도 있는 거구나.
   무서워 죽겠다던 재범넷슨을 지호촤가 품에 안고 토닥토닥.
   그 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데 귀여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냉철하고 머리 좋은 것 같이 보이는 재범 넷슨이 지호촤를 만나면 
   소리지르고, 울고, 어깨를 떠는, 감정에 솔직한 넷슨이 되는구나.


   06.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커튼콜. 최지호님이 김재범님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데
   마치 "형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김재범님 그냥 씩, 웃으시는데.
   "오냐. 너도."라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다. 
   한참을 웃어 버렸다. 


   07. 럭키 세븐.
   아, 간만에 실컷 감정을 소비했더니, 잠이 올지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9월 10일자도 예매해 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