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비가 온 덕분에 그나마 시원한 하루였는데 다들 안녕하셨어요?
즈는 안녕하지 못했어요................................ㅠㅠ
어제 골절미 때문에 일상 생활이 안 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공연 보면서 울고+ 집에 들어가면서 훌쩍거리다가 + 다시 들으면서 울고 + 자면서도 훌쩍인 결과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들여다보니 왠 괴물이 요기있네?
눈은 시뻘겋고 얼굴은 푸석푸석하고 목소리도 걸걸한 게............-_-;

날씨도 우울하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하루 종일 맘이 무겁고 한숨이 푹푹 나고
웃긴 걸 보고 웃음이 나다가도 얼굴이 저절로 굳어지고 그르네여 ㅠㅠ
부모님이랑 통화를 하다가 제 목소리를 들으신 엄마께서
"계피야(물론 정말로 계피라고 하진 않으십니다-_-;) 너 목소리가 왜 그러니? 어디 아프니?"
하시길래 감기에 걸렸다고 했음요...........  
이 나이가 되어서 딴 남자(..그것도 현실엔 존재하지도 않는 캐릭터)가 너무 딱하고 가슴 아파서
밤새 훌쩍거려 이 목소리가 되었다곤 절대 말 못해<-



2. 초반부터 쓸미 얘기하면 또 정줄놓 상태가 될 테니 딴 얘기부터 해야지.
하얀 앵두를 봤슴다! 황금 같은 자리를 잡아주신 아웃횽께 감사의 인사부터 꾸벅!
호평이 자자했던 만큼 기대를 하고 갔는데, 역시 명불허전!
공연장을 나오면서 \'세상의 거대함 앞에 티끌일 뿐인\' 자신의 삶을 긍정하게 되는 그런 연극이었어.

꽃은 피고 또 지고, 시간은 끝도 없이 흐르고, 내가 발을 담그고 있는 이 현재는 찰나에 지나지 않겠지만
5억년 전의 적도에 있었던 어느 삼엽충의 화석처럼 나는 내 짧은 삶 가운데서 
생성과 소멸이 거듭하며 쌓인 지층 속에 존재하는 흔적이 될 거고...
그게 다 자연이고 우주의 일부니까 사라짐을 슬퍼하거나 허무해할 거 같은 건 없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ㅎㅎ

일단 극본이 너무너무너무 좋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깔끔한 구성과 씨실과 날실이 아름답게 교차하는 피륙처럼
극 전반에 깔려있는 메타포 덕분에 영원과 순간이라는 어려운 주제가 거부감이 들지 않고 부드럽게 가슴으로 스며들었어. 
문학적인 대사들을 읊으면서도 정말 그 광경이 눈 앞에 그려지도록 연기하시는 배우분들도 대단하셨고. 

격렬하고 현실에 있을 수 없는 그런 감정을 연기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이렇게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또 그 일상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영원이나 생성, 소멸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를 담아내는
연기를 하시는 것도 참 어려울 텐데..... 그냥 감탄만 계속 하면서 봤음 ㅇㅇ 


2시간 반짜리 공연인데 체감 시간은 그것의 반도 안 되더라. 
나 개인적으로는 스옵마를 보면서 솟아났던 질문들의 답을 하얀 앵두를 보면서 찾은 거 같았어^^;

3. 또 뭔 얘기 하려고 했더라..; 아. 스옵마 얘기 나온 김에.
영화 멋진 인생을 봤어여!
꼭 스옵마가 아니라더도 한 번쯤 볼 만한 영화임! ㅋㅋㅋ
생각보다 조지 베일리가 착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맘에 들었음요.
또 영화 초반에 천사 클라렌스의 대사 중에
<주께서 주신 최고의 선물(The Greatest Gift)인 생명을 내버리려고 하는 군요.>
가 있어서 깜놀. 최고의 선물 넘버 제목을 여기서 따 온 걸까? 싶었음요.

그니까 최고의 선물(The greatest gift)= story(이야기, 책) = life(생명, 삶)
................... 야, 너 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엘빈이 너한테 뭘 줬는 줄 알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 한꺼번에 모아서 감상 쓰려니까 힘드네여. 
하루 지나면 정줄 잡고 뭔가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어제 쓸미는 참....................
자랑은 아니지만 즈가 참 건조한 스타일이라 스옵마 보고도 자체 첫공에서만 울고
소위 레전드라고 불리는 공연을 보고 나서도 괴롭고 힘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참 기쁘고 즐겁고 흥분되던(.....)데. 그래서 7월 18일 쓸미도 보고 나서 흥분을 못 감췄고
8월 19일 스옵마도 좋아서 꺅꺅 거렸는데.........................

정말 공연보고 나서 내가 괴롭고 힘들다는 게 요런 거구나 배우고 있슴다.




5. 제가 보기에 어제 골절미는 낫띵까진 이냥저냥이다가 계약서부터 뭔가...? 싶더니
계약서에서 쓰릴 미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레전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제 주관적인 관점에서여 ㅋㅋㅋㅋㅋㅋㅋ
피로 싸인한 계약서로 드디어 그와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고 
기뻐하던 범넷슨이 안경을 벗자마자 눈물 글썽 + 황폐하기 그지 없는 표정이 되자..........
저 사람 뭐야......... 뭐 저래............ 저런 괴물(<-) 하면서 놀랐다가
쓰릴 미부턴 그냥.........어휴. 

넌 이게 아무렇지도 않아? 가 (이런 강도짓이) 아무렇지도 않아? 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 로 들리는 순간 눈물이 핑 돌더니
넘버 시작과 동시에 눈물이 주르르르르륵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결벽적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던 범넷슨이 옷이 다 구겨지고 머리칼도 흐트러진 모습으로
황폐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날 좀 봐! 병신 같은 내 모습! 하는 걸 보면........
아 또 생각난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그래서 어제 쓰릴 미만 잠깐 투척하겠슴다! 

펑!


6. 20일 골절미를 보고 답을 너무 친절하게 가르쳐준 완결난 텍스트 같아서 이걸로 자체 막공해도 될 거 같다고
했던 과거의 저를 쇠막대기로 후려치고 싶네여................. 멍청한 새보다 더 멍청한 게 즈였어여 ㅠㅠㅠㅠㅠㅠㅠㅠ
뭐든 머리로 먼저 분석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저에게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가슴으로 직격하는 감정이 뭔지
알려주신 범넷슨께 경배♬



7. 완전 맥락 이탈한 ㅈㅁ인데 홍최정으로 오유 막공하는 게 좋을까요.... 그냥 그 돈으로 갈라콘 갈까요........
제가 홍팬텀만 못 봤거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공연 보는 횽들에게 레전드가 깃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