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보고 왔어. 제목이 딱 내 소감.
후기 보면서 참고 참고 또 참다가 더뮤 영상 보곤 도저히 못 참겠다, 그냥 보고 죽자.
이렇게 되어서 일단 보고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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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 이 공연을 보려고 태어났나봐요.


정말, 농담이 아니고, 1막 딱 끝나고 인터미션이 시작되는 순간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내 머리를 스쳤던 유일한 생각.
연출이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너 이거 보면 울지, 하고 짠 보여주면 눈물이 그냥 주륵주륵 흐르고
너 이거 보여주면 웃지, 하고 뭔갈 보여주면 웃음이 막 흐흐흐 나오고.................
원래 눈물이 나도 그냥 눈물만 흘리는 편인데
레터&레터 리프라이즈에서는 거의 오열을 해서 울음소리 나는 것 참는다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어 ㅠ.ㅠ 

내가 본 건 낮공으로 선우 빌리와 성훈 마이클이었는데.
물론 난 발레라곤 유니버셜 발레단에서 하는 백조의 호수 한 번 본 게 다라서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발레동작을 하는 선우의 손끝과 턱, 발끝에서 기품이 느껴졌어. 

우아하고 고결하고 품격이 있는 아름다움.

선우의 드림 발레는 정말......... 숨이 멎을 듯 아름답다는 카피는 여기에 쓰라고 있는 거구나.
물론 일렉트릭시티와 앵그리 댄스도 너무나 황홀했음.

또, 보면서 전율이 일었던 솔리더리티. 어쩜 이런 안무를 짜고 이렇게 연출을 할 수가 있지.
그냥 소름이 쫙쫙 돋아서 넋이 나간 얼굴로 봤음.

다른 빌리들은 아직 못 봤지만 내 눈에 선우 빌리는 어쩐지 소공자 같았어.
경찰과의 대치로 항상 폭력에 휩싸여 있고, 또 그 내부에서도 폭력이 일상화 되어 있는
이 탄광촌에서 폭력을 대물림시키는 권투를 하기 싫어한 소년. 
작은 새처럼 어여쁘고 \'더럽게 특별한\' 재능을 지닌 소년.
결국 탄광촌은 사라지고 그들이 캔 석탄엔 더 이상 불이 붙을 수는 없겠지만 그 대신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빛날 수 있도록 마을 사람들이 보낸 희망을 품은 씨앗같은 소년.

정영주 월킨슨 선생님은 다들 말했듯이 일생의 배역을 맡았구나.
싱크로율이 너무나 맞아서 다른 사람이 월킨슨 선생님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하겠어.

딱, 유일하게 하나 아쉬웠던 점은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빌리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 사이의 화해가 너무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것?
좀 더 갈등이 있고 나서 화해로 이어지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시간이 촉박해서 그러나? 싶었어.

결국 결론은 31일에 또 보러 간다는 거-_-;
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이란.
어째 요즘은 너무 좋은 공연들만 보는 듯. 누군가 뮤덕질은 출구 대신 회전문이라고 하더니 딱이다....



그리곤 2호선 타고 신촌 가서 쓸미를 봤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좋았어요. 끝. (성의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