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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후기 (스포 포함)

홍앓웅앓해앓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11.26 02:11:26
조회 427 추천 0 댓글 4


 희곡은 읽어봤는데 연극으로 본 건 처음이었어.
 워낙 유명한 고전이고, 세계 각지에서 각자의 버전으로 무수히 올라오는 작품이니까
 연출도 해석도 다양하겠지만..
 아무래도 글로 먼저 접한 컨텐츠를 극으로 만나면 부딪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 같은 게 있긴 했어.
 특히 인물 해석에 있어서... 뭐 이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루고..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은 서강대 자체가 교통이 살짝 애매한데다 정문에서 쭈욱 오르막길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예매한 횽들은 시간 넉넉히 잡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애. 긴 거리는 아니지만 늦어서 뛰면 짜증 좀 날 듯..

 무대는 사각의 링처럼 높은 무대가 자리잡고, 그 주변으로 계단이 놓여져 있어. 
 사실 됴화만발 무대감독님 작품이라 무대에 대해 기대가 컸는데,
 이 분 진짜 내취향 정통으로 관통하시는 듯..ㅠㅠ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같은 무대에 작은 소품 몇가지와 조명, 무대 뒷편으로 내리는 빗줄기 같은 걸로
 모든 시공간을 아무 무리없이 보여주셔. 굉장히 차가운 느낌의 심플한 무대지만 볼수록 예뻤음..
 됴화만발에서 이용하셨던 구멍도 잠깐 이용해주시는데, 개인적으론 이 활용이 진짜 맘에 들었어.

 그런데 다른 횽들도 잠시 언급했지만, 극의 시작이 완전 리버럴하네;;
 암전되기 전에도 이미 배우분들이 나오셔서 연기를 하시고 계셔. 
 처음보는 연출 형식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불 딱 꺼지고, 조용~한 가운데서 한 장면도 놓치기 싫어하는 덕들에겐
 관객들 입장하고 웅성대는 와중에 배우분들 연기하는 게 썩 기쁘진 않을 듯..ㅠㅠ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안무의 활용이 많이 보이는데,
 인물들 간의 감정적 교류를 왈츠로 표현하는 연출이 꽤 멋지긴 했지만, 
 너무 자주..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 이건 뭐.. 취향 차이일 듯 하지만..
 박해수 배우님 피아노도 잘치시더라 ㅠ_ㅠ
 본진님이시니 팔불출 같을 것 같아서 말을 아끼려고 했는데, 어우... 매력적이얌 ㅠㅠ ㅋㅋ
 그 피아노 왈츠곡은 끝나고 나오면서도 계속 흥얼대게 하는 중독성이 있었음 ㅋㅋ
 연출에 세심하게 신경쓴 부분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이라 인물 해석과 표현에 가장 신경쓰면서 봤었는데,
 개인적으로 희곡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인물들의 모습에 가장 부합했던 건, 
 뜨레쁠레프, 니나, 도른(의사), 소린(삼촌) 정도였어.

 이거야말로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지만.. 
 아르까지나는 겉으론 좀 더 고상한 척 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정열적이고..천박해.
 어쩌면 극의 이해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캐릭터였고, 연기도 뛰어나시기 때문에
 희곡을 먼저 읽지 않은 횽들이라면 아무 문제없이 아르까지나에 만족할 듯.
 마샤는 겉으론 수수하고 매력없는 여자지만 속에 불꽃을 품은 여자로 생각했는데,
 극에서는 겉으로도 불꽃이 막 뿜어져 나오심..ㅎㅎ
 근데 난 마샤의 이런 모습도 좋았어. 내 생각이랑은 다르지만 신선하기도 했고, 재밌었어.

 제일 아쉬웠던 건 메드베젠꼬(교사)와 뜨리고린(소설가) ㅠ_ㅠ
 메드베젠꼬는 원래 매력 없는 게 캐릭터인 사람이라 매력 없는 걸 탓하진 않겠지만,
 혼자 어투가 너무 현대적이셔..죄송하지만 다른 분들은 연극을 하시는데 혼자 개콘을 하시는 느낌..;;
 어찌보면 참 자연스런 연기지만, 전체 분위기에서 너무 겉돌아.
원래 겉도는 인물이지만 그런 뜻 아니고.. 알지? ㅠㅠ
 
 뜨리고린은.. 아.. 진짜.. 
 사실 제일 기대한 캐릭터 중 하나였고.. 너무너무 중요한 역할인데..
 아... 난 정말 뜨리고린이 제일 실망스러웠어. ㅜ_ㅜ
 뜨리고린이 별로 안나오는 2막이 훨씬 편안했을 정도로...
 뜨리고린은 아르까지나에겐 치명적이면서도 소유하고 싶고 동반자로 인정하는 연하남이고,
 니나에겐 동경의 대상이자, 중년 남성이 가지는 원숙함과 든든함..존경스러움..그러면서도 남성으로서의 매력..
 이런 걸 동시에 가져야 하는 사람이잖아.
 하지만 대놓고 옴므파탈은 아니고, 겉으론 사회적 명망이 있는 작가다운 진중함과 세련된 중년미..
 뭐 이런 걸 가진 사람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박호산 배우님이 표현하시는 뜨리고린은.. 뜨레플레프보다 훨씬 불안정한 사람이야 ㅠㅠㅠㅠ
 소리치는 장면이 너무 잦아서 오히려 뒷부분에 결정적으로 임팩트 있게 보여줘야할 부분이 묻히는 느낌...
 갤이니까 좀 편하게 표현하자면..
 후반부엔 뜨리고린이 소리치면 " 아이고.. 또 지랄하네;; 성질머리.." 뭐 이런..ㅠㅠ
 다른 관객들도 좀 실소가 터지는 장면들도 있었는데 정확히 어느 부분이었는진 기억 안난다;; 난 다 웃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뜨리고린이 자기를 좀 포장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어린 남자애들이 보여주는 허세같은 걸 보여주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뜨리고린은.. 멋있는 게 아니고, 멋진 척을 해...ㅠㅠㅠㅠㅠㅠ
 도대체 저런 남자한테 아르까지나도 니나도 왜 빠진건가.. 남자 보는 눈들도 없네..싶었음;
 너무 어려보이신다는 점도 좀 그랬는데.. 염색 때문인가..;;
 솔직히 박해수 배우님이랑 비슷한 연배로 보였음;; ... 이건 박해수 배우님 까는 건가 ㅋㅋ
 암튼 그래서 아르까지나가 아들뻘 되는 허세남한테 빠져서 가정도 버리고 아들도 막대하고,
 니나는 순진해서 나쁜 남자한테 빠진 시골처녀.. 그 정도로 보이더라..
 근데.. 뭐.. 새로운 뜨리고린을 보여주시고 싶었던 걸 수도 있는데, 
 내가 기대한 이미지가 너무 확고해서 그렇게 느낀 걸수도 있어..
 그래서 사실 나는 속상하고 섭섭했지만, 글 쓰면서도 좀 조심스럽네.
 배우분들 볼까봐가 아니라, 앞으로 볼 횽들한테 괜히 선입견 심어줄까봐;;
 뭐 암튼, 갤 후기는 알아서 걸러서 볼 거라고 생각하며 유리가슴을 진정시키고..ㅋㅋ

 뜨레쁠레프랑 니나는 진짜 좋았음 ^^
 박해수 배우님이 사실 선이 굵은 외모라서 강한 역이 잘어울릴 것 같지만, 사실 내가 본 작품만 생각해봐도
 오이디푸스도 그랬고, 됴화만발의 케이도 그랬고.. 겉은 강해도 속은 여려서 모성애 자극하는 면들이 다분한 캐릭터더라구.
 그래선지 여리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뜨레쁠레프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
 엄마 품에 안겨서 엉엉 우는데 내가 가서 붕대 감아주고 안아주고 싶더라.. 그래.. 사심도 있다..ㅋㅋ
 오히려 글로 읽을 때보다 뜨레쁠레프가 훨씬 더 이해가 되고, 짠했어.ㅠㅠ
 전미도 배우님은 진짜.. 지바고.. 노래가 어찌됐든 난 이 분 라라로 결정했어..
 연기 진짜 갑이심.. ㅠㅠ 난 연기 덕후니꽈 ㅠㅠㅠㅠ
 니나가 되게 소녀였다가 꿈과 사랑을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결국 상처받고 찢기고 더럽혀지는 과정을
 너무너무 멋지게 소화해내셔 ㅠㅠ 드레스 색이 흰색에서 핑크, 레드, 칙칙한 자줏빛으로 변해가는데
 전미도 배우님 연기랑 의상이 어우러져서 니나가 너무너무 잘보이더라 ㅠㅠ
 니나 역시 글로 볼 때보다 훨씬 좋았음.. ㅠㅠ
 마지막에 나는 갈매기야.. 하는 부분에서 나중엔 같이 울 뻔 ㅠㅠㅠㅠ

 아옹.. 쓰다보니까 너무 기네..
 암튼, 러닝타임 길어도 인터미션 있어서 지루해 하던 머글들은 1막 끝나고 사라져서 좋았고;;;
 연출에 멋을 좀 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정말 성심 성의껏 만들어 올리신 작품이구나..하는 감동이 먼저 와닿았고..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의자는 척추, 다리 근육 파괴의 흉기였지만 ㅠㅠ 견딜만 했을 정도로 극은 괜찮았음..

 희곡을 읽기 전인 횽들이라면 인물 관계도 정도만 파악하고 그냥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처럼 이 인물은 이래야 해! 라는 생각 가지고 보면 좀 손해 보는 듯 ㅠㅠ
 나도 다음주에 1열에서 보러 가는데, 그 땐 좀 다르게 느낄지도.. ㅎㅎ
 암튼 결론은.. 궁금한 횽들은 일단 보라공.. ㅎㅎ 잘 만든 연극임은 분명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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