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 지분도 낮고 여러 공연 막공갤에 이 막공은 후기 남겨줄 사람 없을것 같아서....

오늘 연극 아버지의 이순재 배우님 막공이었어.

난 뒤늦게 영업당해서 첫공이었는데

사실 낮부터 스케줄이 있어서 피곤한데다 이름만 들어도 슬플게 뻔한 공연이라 너무 지칠것 같아서 사실 양도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거든.

그러다 그냥 보러갔는데...음.. 뒤늦게 영업당한게 후회되진 않았어. 한번 보고 다신 안볼것 같았거든..

아니 안보는게 아니라 못보는거겠지.. 너무 아픈 극이어서... 보고있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몇번이고 눈을 감았거든.

혹시 내일 전무송 배우님 막공 가는 사람들은 스포가 될수도 있으니 보지 말고..








지나친 기대와 바람으로 자식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워주고

직장에서 짤리고도 성공한 친구가 주는 월 100만원짜리 일자리를 고집스레 거절하고

돈을 빌리면서도 빚지고는 안산다며 갚는다며 끝까지 뻔뻔했던 아버지

내연녀에게 스카프를 사주고 그 장면을 본 자식에게 변명을 늘어놓던 아버지 



하지만 어떤 아버지가 자식에게서 희망을 버리랴

어느 아버지가 내 자식의 가능성과 성공적인 미래를 의심하랴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도 감출수 없던 아버지의 그 외로웠던 마음을 누가 채워줄 수 있었을까



'푸른바다는 진주로 가득하다'

끝까지 자식에게 가졌던 희망을 놓지 않고
 
자식을 위해 바다가 되고 진주가 되어준 아버지



공연 내내 객석에서 들려오던 훌쩍이며 끅끅대던 소리가,

너도 나도 울음을 참느라 흔들리던 의자가,

몰래 얼굴을 닦아내던 손짓이

흔히 말하는 관크가 아니라

나와 같은, 죄많은 자식들의 반성 같아서 위로가 되고 그래서 더 슬펐던 공연..



뻔뻔하게도 난 그렇게 부족한 자식은 아니라고, 난 부모님께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공연을 보고 집에 오는 내내, 그리고 공연을 떠올리고 후기를 적는 지금도 흐르는 내 눈물은

그런 내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고 건방졌는지를 입증해주는것 같다.



또랑또랑하게 딕션이 정확하지 않아도, 극 내용이 친절하지 않아도, 배우가 다소 불친절한 극에 굳이 부연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무대나 의상이 화려하지 않아도 극 내내 마음으로 전해지던 감동을 느꼈어...

커튼콜때 뒷줄의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미안하긴 했지만 도저히 기립하지 않고 배길수 없어서 일어났었는데

혹시 방해가 되진 않았겠지?..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친절하게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시며 웃으시던 이순재 선생님

오래오래 좋은 공연 보여주셨으면 하고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기도했어.




공연을 그대로 말해주는듯한 공연에 등장하는 시 한편으로 후기 마칠게.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 마종기


아내는 맛있게 끓는 국물에서

며루치를 하나씩 집어내 버렸다.

국물을 다 낸 며루치는 버려야지요.

볼썽도 없고 맛도 없으니까요.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시원하고 맛있는 국물을 마시면서

이제는 쓸려나간 며루치를 기억하자.

남해의 연한 물살, 싱싱하게 헤엄치던

은빛 비늘의 젊은 며루치떼를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