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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감상 (스포)모바일에서 작성

날아랑(61.43) 2012.09.23 19:40:29
조회 442 추천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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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내가 페북이랑 싸이에 썼던 감상 중에
극 내용에 관한 부분만 잘라왔어~!



블랑쉬의 첫 등장 장면에서 그녀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정거장을 더 가면 천국이 나온다던데...'라 말한다. 욕망과 죽음으로 점철된 과거를 지나 온 그녀는 '흰 숲(블랑쉬 뒤부아)'이라는 뜻의 그녀의 이름처럼 흰 옷을 차려입고, 동생 스텔라의 집이 자신에게 천국이 되리라 기대하며 그곳을 찾는다. 그러나 흰 옷 입은 그녀의 목에 걸려 있던 검은 스카프가 상징하듯 그녀는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천국일 줄 알았던 스텔라의 집은 나무색과 나무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마치 거대한 나무 관 같은 느낌을 주는(특히 블랑쉬가 머무는, 수의 같은 느낌마저 주는 하얀 커튼이 쳐진 공간은 더더욱 그렇다.) 무대의 구성에서 드러나듯 실제로는 죽음의 공간, 묘지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욕망'과 '묘지'의 열차들은 스텔라의 집 옆을 지나며 소음을 낸다.

천국을 기대한 블랑쉬는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를 모조리 지워내고 거짓말로 스스로를 덮어가며 새 삶을 찾으려 하나,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는 그녀의 과거를 계속해서 캐내려 하며 충돌을 벌인다. 죽음의 공간, 혹은 욕망의 공간. 그곳에서 인물들은 제각각 들끓는 욕망들로 부딪친다. 블랑쉬의 욕망은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고 화려한 모습의 또다른 자신을 만들어내며(그녀는 해가 진 뒤에만 사람을 만나며, 집에 불도 켜지 못하게 하며, 불을 켤 때도 전등갓을 씌워 어두운 불빛 아래서 자신을 보게 하는 등 진짜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지 못한다. 대신 그녀는 끝도 없이 스스로를 포장하며 가짜의 자신을 내세운다.) 새로이 사랑을 찾고 싶은, 누구라도 좋으니 위로받고 소통하고 싶은 욕망. 스탠리의 욕망은 자신이 왕으로 군림하며 자신의 질서로 형성한 그 가정을 유지하고픈, 따라서 그 과거를 알 수 없었고 나중에는 더러운 과거가 까발려지는 불순물인 블랑쉬를 제거하고픈 혹은 자신의 질서 하에 소유하고픈 욕망. 스텔라의 욕망은 전적으로 남편에게로 향하는, 정신보다는 육체가 지배하는 사랑의 욕망. 그들이 화장실을 드나들며 거울을 마주하고 그속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 반복될수록, 그들의 욕망도 점점 그 날것 같은 속을 까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부딪치는 욕망들 사이에서 차차 죽음이 번져가고, 이는 거짓말과 과거가 다 까발려진 뒤 사랑하는 미치 앞에서 또다시 좌절을 겪는 블랑쉬 앞에 나타난 '죽은 이를 위한 꽃'을 파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미치에게 버려지고 스탠리에게 겁탈당한 뒤 미쳐버리곤 결국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블랑쉬, 그녀는 다시 흰 옷, 아니 크림색의 옷을 입고 흰 옷의 의사의 손을 잡고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자기는 원래 낯선 남자에게서 위로를 받곤 했다는 자조 섞인 말과 함께, 눈물 어린 눈으로. 그녀는 다시 자기가 원했던 흰 겉모습을 하고 하얀 곳으로 향하지만, 이미 크림색이라 재정의된 그 '흰 색'은 더 이상 '흰 색'이라 할 수 없다. '묘지'와도 같던 스텔라의 집을 떠나서 그녀가 갈 곳은 '천국'이라면 좋겠지만 그 '크림색의 천국'은 아마도 '지옥'의 또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욕망'과 '죽음'을 거쳐 왔던 그녀는 또다시 욕망의 도가니를 지나 정신적 죽음을 겪고 비틀어진 천국, 죽음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이들은 어떠한가? 스탠리와 스텔라는 여전히 그 묘지 안에, '욕망'과 '묘지'의 열차의 소음을 들으며 살 것이다. 다만 원작의 스텔라였다면 모든 사실을 안 뒤에도 육체적 욕망의 노예가 되어 시체처럼 살았겠지만, 이 각색본의 스텔라는 남편에게 '돼지 새끼'라 일갈하며 주먹을 날린 뒤 아이와 함께 윗집으로 향하며 그나마 새로이 생의 의지를 불태운다는 점에서 미약하게나마 희망이 보이긴 한다.

뒤틀린 욕망들을 안은 채 묘지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이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무대 위의 배우들을 넘어 관객들마저 언뜻언뜻 비쳐 보이는 화장실의 거울이 이를 상징하는 듯하다. 화장실으로 향하는 그 가장 원초적인 배변의 욕망, 거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수많은 욕망들, 그 들끓는 욕망들을 안고 '돼지 새끼'들처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 이미 '욕망'과 '죽음'을 거쳐온 블랑쉬는 운이 좋았다면, 더불어 그녀 스스로 더욱 강인했다면 묘지 위의 인간 군상들에게 깨달음을 줄 일종의 선각자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지나치게 여리고 나약했던 그녀는 또 다시 욕망의 노예로 하루하루를 살다 스탠리의 또 다른 욕망에 짓눌린 채 더 심화된 욕망과 죽음의 루프를 돌다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선각자의 가능성마저 사라진 듯한 그 공간, 원작에서는 그 한없이 음울한 똥구덩이를 조명하며 끝났지만, 연극은 또 다른 선각자의 가능성을 예비해둔 채 마무리를 짓는다. 묘지와도 같은 그 공간에서 욕망의 도가니를 뼈저리게 체험한, 또한 블랑쉬의 광적 몰락을 통해 처음으로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스텔라는 아기를 안은 채 윗집으로 향한다. 그곳엔 또다른 부부가 살고 있다. 욕망과 죽음을 겪은 뒤 스텔라 부부의 집으로 향했던 블랑쉬의 모습의 변주. 이제 이 또 다른 예비 선각자는 어느 길을 갈 것인가? 그녀의 언니가 간 길을 그대로 따라 걸을 것인가? 아니면 아무도 밟지 않은 길로 과감히 발길을 돌릴 것인가? 만일 그녀가 새 길을 개척한다면, 뒤에 남은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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