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레미즈는 후기 비슷한 걸 써볼까 싶다가도 내까짓게 하면서 몇 줄 쓰다 접게 됨.
선악, 정의, 사랑, 헌신, 혁명... 이 중 하나만 설명하라 해도 어려운 것을 큰 시대의 파도에 담아낸 작품이고,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레미제라블이 아니니까..

용인에서 몇 번 보면서 볼 때마다 벅차면서도 아쉬웠던 것도, 좋은데 뭔가하나가 빠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어.
근데 오늘은 적어도 내 안에선 다 채워진 느낌. 이것이 바로 매킨토시 효과인가요?

오늘 공연의 만족도가 다른 날보다 높은 데는 정발장의 기여도가 큰 듯
장발장이 변화하는 과정은 시대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장발장의 연기가 분명해야 당시 시대도, 혁명도 색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동안은 장면장면만 있고 흐름이 안 보였거든.
근데 오늘은 넘버도 그렇지만 연기의 연결이 너무 좋아서,,,
레미제라블이라는 작품의 중심은 장발장이 지지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넘버 연습은 좀 더..ㅜㅜㅜ

개취지만 자베르 평이 좋았던 건, 극 해석보다는 넘버 소화력 때문이었던 것 같어.
자베르 멋지네 라는 생각은 들지만, 왜 장발장을 그토록 추격하고 마지막엔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납득은 안갔거든.
이 부분에서만 화해하면 난 자베르 업고 다닐 것 같음.

팡틴은 그야말로 레미제라블..당신은 어쩜 그리 처절하나요.
 갠적으로 팡틴 넘버는 레아살롱가처럼 희망차고 당차게 부르는 것보다
조정은 배우처럼 처절한 버전이 더 마음에 와닿아서 팡틴은 늘 좋았던 것 같음(영구가발 빼고)

그리고 레미제라블에서 제일 아끼는 캐릭터인 앙졸라.
우형앙졸라 보기 전에는 철벽처럼 완고하고 강한 (힘쎈) 앙졸라 연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에서 완전 빗나감.
선봉에 서 있으면서도 시선은 아베쎄 카페 한명 한명을 다 보듬는 따뜻한 리더의 느낌.
브링힘 홈때 혼자 뒤돌아서 울고, 가브로쉬 죽을 때도 앙졸라 주저 앉는 데
앙졸라 얼굴에서 엄청 큰 물방울(눈물인지 콧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떨어져서ㅜㅜㅜ 저렇게 여린 놈이 저 무게를 어떻게 견뎌냈을꼬 싶더라...
사실 지금까지 김우형이 왜 소녀인지 납득 안갔는데...앙졸라 캐릭에서 납득하게 될 지는 나도 몰랐음.

에포닌은 레미 끝나면 확실히 대극장 배우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 넘버 다 좋음.
마리우스는 큰 임팩트는 없지만(나한텐 캐릭터부터가..) 노래 연기 다 무난무난...
떼나르디에 부부는 니들이 짱. 코젯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니,,, 그래도 오늘은 연기를 하려는 게 보여서 기특했음.


그리고 용인 레미즈의 최대 수확은 앙상블. 앙상블 없었으면 레미즈의 감동도 없음. 진짜 최고bbbbbb

이제 한고비 넘겼으니... 대구, 부산 거쳐 서울 오면 더 완벽한, 레미제라블이 되리라 믿음.
비뚤어진 애국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리지널에 까이지 않는 대한민국형 레미제라블이 완성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