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을 보고나면 어김없이 소주가 들이키고 싶어져서 문제.
나는 '청년'처럼 아버지랑 대작은 못하고
아빠가 반주로 드시는 소주 몰래 홀짝하고 후기 아닌 후기.

청춘예찬을 처음 봤던 게 2002년.
김동현 청년 - 윤제문 아버지 - 고수희 간질 - 엄효섭 선생님 - 천정하 엄마였어. 어쩜 저리 답없는 인생들만 모아놨을까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숨막히는 연극이었는데.. 박근형 작가가 보여준 야광별 만큼 희미한 희망때문에 힘겹게 회전문 돌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인상이 너무 강해서일까.
2002년의 청춘예찬이 도수 24도의 '진로'같다면
2013년의 청춘예찬은 많이 순해진 '처음처럼'을 마시는 느낌.

그동안 구질구질한 인생의 희망을 이야기한 작품이 워낙 많아졌고,
더 이상 그들의 삶이 극적이라고 느껴지기 힘들 정도로 우리 사는 세상이 고달퍼지기도 했고,
10년동안 나 자신도 세상물에 찌들대로 찌들기도 했고
그래서겠지.

그래도 소주는 소주. 정체성은 어디로 안가니까.

박해일 청년은 못 보고 김동현 청년, 김영민 청년으로 봤었는데.. 이번 김동원 청년은 또 다른 느낌.
이전 청년들보다는 그나마 제 정신이 박혀있는 청년. 대사는 쌩하게 치는데 따뜻한 느낌이 강해게 전해짐.
아직은 이게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네. 근데... 뜨거운 바다 때는 분장때문에 몰랐는데... 헐 모델 포스ㄷㄷㄷ
난 얼빠니까 청년 얼굴 때문에라도 몇 번 아니 많이 보러 갈 듯ㅠㅠㅠㅠ

간질의 이봉련 배우.
고수희 배우 때문에 뚱뚱한 간질이 정답처럼 박혀있어서 이봉련 배우가 어떻게 하려나 걱정했는데..
확실히 고수희 배우의 포스를 따라가진 못한 느낌...
그래도 고수희 배우랑 다르게 중간 중간 눈빛이 눈물 퐝 터트리는 게 있더라

그리고 선생님,
그나마 사회적 시각으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선생님의 대사가 요즘 정세랑 겹쳐져서 얼마나 콕콕 찌르던지..
이게 15년 전 작품 맞나요? 어쩜 이놈의 세상은 이렇게 한결 같나요..휴우.

이게 난로가 있는 골목길 시리즈라
무대에 초등학교 때 나무 넣어 불 때던 그 난로가 있어. 진짜 불을 피워서 극장이 은근 따뜻해지거든.
그런데 이 연출이 세상은 그렇게 따뜻한 것만은 아니라는 듯 가끔 쌩한 설정을 넣었거든. 이게 진짜 대박...ㅠㅠ
가난한 연극이라서 나올 수 있는 미쟝센.

마지막으로 달나라 연속극 일 겪으면서 이제 영업글은 쓰지 말아야지 했는데..
언제 다시 올라올 지 모르는 작품이니 시간 되면 한 번들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공원은 이미 거의 매진인데 낯선 예매처들 찾아보면 아직 자리는 좀 남아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