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때 율용, 웅소호보고 극 자체보다는 율본하가 취향에 맞아서 본공연에서 율본하만 두번, 그리고 오늘이 세번째 관람
이걸 쓰는 이유는.. 난 클러버도 아니고 회전문러도 아닌데.. 그래도 내가 봐왔던 트유라는 극이라는 게 있잖아?
내가 봐왔고 좋아했던 율본하의 느낌이라는 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근데 난 오늘 보면서 여긴 어디? 난 누구? 쟨 누구야?!!!! 이런 느낌으로 봤단 말이지..
클러버들한테는 익숙하고 당연한 걸수도 있지만 내겐 신기했던 것들이라..ㅎㅎ

물론 이인극에서 상대배우의 노선에 따라서 캐릭터가 바뀌는 건 흔한 일이지.. 그래서 페어마다 느낌도 다른거고..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알던 율본하랑 오늘의 율본하는 정말 이 지구끝과 저 지구끝에 있는 전혀 다른 사람이어서 그게 정말 놀라웠어..
율본하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자신이 한 일을 알고 있는 본하였고, 그걸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회피한다는 느낌이 강했었는데
웅율이 만나니까.. 웅우빈의 품 안에서 자유롭게 보호받으며 자라온 소년본하여서.. 정말로 순수하기 그지없는 본하였어..

율본하가 뭘하든 웅우빈은 너무 불안하고 초조해서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율본하는 그런 웅우빈의 관심이 너무 당연하고 익숙해서 신경조차 쓰지 않는 느낌..

처음 율이 등장할 때도 기타를 치며 초조하게 율쪽을 바라보던 웅우빈이 율이 쓱 나오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행복해하는데..
웅우빈은 정말 본하에 대한 집착이 어마어마하더라.. 절대로 죽게 내버려둘 것 같지 않은 우빈이야...
본하가 자신에게 온 이후로 정말 본하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했을 것 같은 우빈...

그랬던 우빈이 돌변해서 여자의 죽음에 대해서 얘기해줄 때 율용에선 율본하가 무슨 헛소리냐고 화를 내는 느낌이었는데
오늘 율본하는 우빈이 자기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하면서 힘들게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무서워하고 풀이 죽은 모습..

사실 난 초반은 율용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고 느꼈음..
그리고 율본하가 그렇게 바닥까지 탈탈 털릴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 말하지마.. 가자.. 싫어..싫어..가지마... 하면서 엉엉 우는데.. 우와...

그리고 트유맆으로 바뀌면서 병원을 빠져나가는 본하의 실루엣이 보이는데
내가 기억하는 율본하는 희희낙낙 다 나한테 속았지? 하면서 캐당당하게 걸어나갔었는데
오늘은 한손에 기타케이스를 꼭 끌어안고 한 손에는 기타를 들고.. 정말 가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나가는 아이처럼.. 세상에 홀로 버려진 불안한 아이처럼 초조하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나가더라...

그리고 다들 멘붕에 빠뜨린 마지막... 옷을 들어서 가슴에 꼭 끌어안더니 칼을 쥐곤 그걸 들여다보면서 엉엉 우는데..
칼로 긋는 게 아닐까 싶어서 초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느낌은.. 긋기 직전에 막이 내린 것 같아...
노래가 끝나고 율본하는 그걸로 자신을 찔렀을 것 같은 캉한 느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오늘 처음으로 우빈이 본체구나 하는 걸 확신했고, 여자를 죽인 건 본하라는 것도 확신했어...
본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우빈, 그 우빈의 품 속에서 숨막혀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본하..였다

율본하가 만만한 캐릭터가 아닌데 그걸 다 받아치고 자기 뜻대로 끌어당긴 웅우빈에도
자신의 노선하고 정반대의 전혀 다른 노선인데도 그걸 또 흡수해서 뿜어낸 율본하에도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그래서 컷콜이 너무 싫을 정도였어.. 그 느낌이 깨지는게 너무 아쉬워서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