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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모 인터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18 20:46:09
조회 186 추천 4 댓글 4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26657800773818011

 

‘우승 감독’이 된 이후 그의 일정은 김인식 감독과의 점심이었다. 이 감독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은사님이다. 감독에 선임된 뒤 “선수들이 감독님 우승시켜 드리자는 분위기였다”며 ‘덕장’으로 통했던 김인식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던 이범호 감독.

그는 “공교롭게 식사 약속을 해놨는데 우승하고 만나 뵙게 됐다”며 “한화에서 뵀을 때도 그렇고, WBC를 갈 때도 좋은 기억이 많다. 감독님께서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야구 이야기도 많이 하셨다. 여전히 야구인으로 살고 계신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그의 스승처럼 ‘덕장’으로 선수들을 믿고 지켜보면서 오늘의 전력을 만들었다.

이 감독은 “눈뜨고 아침이 밝았네. 오늘은 쉬는 날이네 이랬던 것 같다. 별생각이 없었는데, 우승 티셔츠 보니까 실감이 났다. 우리가 우승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눈을 뜨고 하루를 보냈지만 가슴 졸이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는 2017년 팀의 베테랑 선수로 우승 순간을 경험했다. 당시 최종전에서 우승이 확정될 정도로 피 말리는 시즌이었다. 반면 올 시즌에는 2위와 8경기 차에서 우승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 감독은 2024시즌의 부담감이 컸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감독으로 느끼는 피로도, 긴장감이 훨씬 컸다. 선수 때는 3~4경기 차만 나도 못 잡는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감독으로 느끼는 3~4경기는 달랐다. 6경기 차가 나도 고민을 했던 것 같다. 5경기는 5연패, 5연승 하면 잡히니까 크게 느껴졌다”며 “그런데 막상 이렇게 또 차이가 나게 끝나니까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선수들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지금까지 1등으로 왔는데 마지막에 2등이 되면 안 되는 데 이런 감정, 무게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우승 과정을 돌아봤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출발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내걸기는 했지만 현실적인 계산은 ‘3위’였다.

그는 “3등 안에 들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 능력을 봤을 때 선발, 중간, 타격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올해 실책은 많았지만 수비하는 선수들의 능력치를 보면 3등 안에는 충분히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시즌 KIA와 이 감독 앞에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윌 크로우와 이의리가 일찍 시즌을 마감했고, 윤영철과 제임스 네일까지 4명의 선발 투수가 동시에 이탈했다. 마무리 정해영도 부상으로 40여 일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위기가 오히려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기회가 됐다.

이 감독은 “3등 안에는 충분히 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선발 부상이 계속 이어졌다. 위기가 많았는데 질 만하면 다시 살아나고, 다시 살아났다. 7월쯤에 ‘1등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발이 다 없는데도 쉽게 안 무너지는 모습을 봤다”며 “선발이 힘들 때 타자들이 쳐주고, 중간에서 막아주고, 다들 조금씩 해주니까 된다는 느낌이 들었고 1등을 생각하게 됐다. 오늘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기는 다 잡았다. 비가 와서 취소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경기, 불안하게 치른 경기를 거의 다 이겼다”고 밝혔다.

또 “초반에는 선수들도 나를 아는 게 필요했고, 나도 감독으로 내 모습을 파악해야 했다. 상대 감독, 팀들도 분석해야 하는 만큼 초반에는 억지로 작전도 안 내고 지켜봤다. 분석하고, 준비를 했다. 준비가 끝났다고 느낀 뒤로 과감하게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선수들의 힘도 컸다.

이 감독은 “박찬호가 힘을 내주고, 김도영이라는 새로운 스타가 나왔다. 최형우도 올해 찬스에서 해결사가 됐고, 김선빈도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 열심히 뛰어주었다”며 “중반에 야수들 모아서 미팅을 한 번 했었다. 하루 한 경기는 누구나 뛸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신 훈련을 자율로 하면서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들 자기 몫을 하려고 최선을 다해줬다. 선수들의 마음이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경기, 뛰고 싶은 무대를 만들었고 선수들의 이에 응답했다.

이 감독은 “불펜에서 3연투 거의 안 시켰다. 3연투가 필요 없다고 느꼈다. 다른 선수들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고, 믿음이 쌓이면서 가다 보니까 필승조가 4~5명씩 됐다. 한두 명 쉬면서 다른 선수가 들어갈 수 있었다”며 “부상 선수들도 3~4일 빨리 부른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다. 급하게 하면 재발을 하게 된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됐다고 했어도, 날짜상으로 너무 빠른 것 같으면 늦추라고 하기도 했다. 지금은 승부처가 아니다, 나중에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면서 기다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리가 비면 누군가가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내부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팀이 성장했다. 이 감독은 성향에 맞춰 ‘맞춤형’ 전략으로도 선수들을 키웠다.

이 감독은 “백업 선수들도 쓰던 선수만 쓰고, 한두 경기 못하면 내려가고 이랬었다. 그런데 조금 더 기다려주기도 하고, 상황이나 컨디션 맞게 잘 만들어 놓으면 백업 선수들이 더 확보된다. 보면 간이 큰 선수들이 있다. 대수비 나가면 진짜 떨리는 데 그런 선수들 맞게 쓰고,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 우승을 이룬 이 감독의 시선은 이제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그는 ‘머리’로 전력을 더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이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시리즈 우승을 첫 번째로 친다. 경기 자체를 알고 해야될 것 같다. 몸으로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메이션이나 경기 상황 등이 중요하다. 상황별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팀 전체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려고 한다”며 “운동량을 많이 가져가는 게 아니고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 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나중에 감독이 되면 해보고 싶던 부분이었다”고 다음 준비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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