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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인생 첫 글, 갸갤에서 써본다.

삼갤러(110.8) 2024.10.28 23:31:13
조회 176 추천 12 댓글 10

수고 많았다. 


2015년, 야구를 좋아하시던 큰아버지가 나와 사촌을 데리고 처음 시민 야구장에 간 날 처음 야구를 봤다. 솔직히 땀내나는 아재들이 맥주들고 방방뛰는게 

신천 변두리에 하나씩 있는 게이트볼장같아서 줫같았다. 


첫 직관에 똥씹은 표정을 한 나를 보고도 큰아버지는 날 꾸준히 야구장에 데려가셨다. 그게 지금까지 삼팬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2016년쯤인가 초등학생때 갑자기 야구열풍이 불었다. 분명 이 때 삼성은 암흑기였는데 말이다. 우리학교가 이상한걸까? 그 때 야구를 해봄으로써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느꼈다. 4메다도 안되는 포수랑 투수 사이 거리, 베이스가 없어 나무막대로 찍 그어놓은 선, 제대로된 포수 마스크가 없어 야구공에 맞기 일쑤던 포수 등 열악하기 그지없어도 야구의 희열을 느끼긴 충분했다.


그리고 다시 야구장에 갔을 때, 어린 잼민이라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야구를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이승엽이 누군지 배웠고, 박석민(이적한 걸 나중에 알았다.), 박해민 등등 셀수도 없는 많은 선수들을 유튜브로 배우고, 풀카운트의 짜릿함과 홈런 한 방의 시원함을 알게된 잼민이는 야구에 푹빠지게 된다. 


(참고로 최애는 퉁이였다. 듬직해보이고 홈런을 시원하게 쳤기 때문이다. 집에 퉁 액자도 있었는데 이사하다가 잃어버렸다. 그 발언은 솔직히 화나긴 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그냥 그러녀니 한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간 후, 야구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코로나가 일어났던 시기에, 야구 중계도 없고, 학교는 가지도 못하고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며 축냈다. 심지어 주변 건너건너 아는 분이 신천지셨다. 게다가 어머니는 간호사셨다. 어머니 없이 아빠 동생 나 남정네 셋이서 2주간 고립되었다. 점점 야구랑 멀어져만 갔다. 중간에 친구로부터 삼성이 2위가 되었다는 소식(21년)을 듣긴 했다만 관심이 꺼져버린 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이런 내가 다시 야구에 관심을 지핀건 한 친구를 만난 덕이다. 성격이 조용하던 그 친구는 항상 쉬는 시간 컴투스를 했다. 어쩌다 보니 나도 같이 하게 되었다. 컴투스 같은 거 2017년에 하고 지운 게임인데, 오랜만에 하니 바뀌지 않은 그래프에 반가움을 느꼈다. 오랜만에 들어가니 선수들은 다 바뀌었다. 박한이는 은퇴했고, 박해민은 엘지로 이적했으며, 슈퍼맨 응원가의 김상수는 kt로 갔다. 러프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수지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는 선수는 김헌곤 뿐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얼라던 나도 먼곤신의 투지와 열정은 알아봤을 지도 모른다. 아 물론 구자욱도 알고 있었다. 그 이외는 뭐 별 사람 없었다. 


23년도, 다시 야구에 관심이 생긴 나는 24년 개막 경기를 보게 된다. 내가 팬을 시작한 2016년부터 삼성은 약팀이였다. 과거의 영광에 빠진게 맨유와 같았다. 그런데 왠걸? 긴머리에 싸가지 없어보이는 백인이 공을 미친듯이 뿌린다. 타선도 하나도 모르는 선수들 뿐이지만 장타력도 좋았고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 8연패를 시원하게 조지고 만난 기아전, 나무위키로 배운 먼곤신은 투지는 넘쳤지만 나락쓸기로 비호감으로 찍힌 참이였다. 하지만 뜬금 없는 홈런으로 경기를 승리했다. 난 다시 야구를 사랑하게 되었다.


시험공부와 넘치는 수행으로 다시 직관을 간건 7월 말이였다. 꾸준히 야구를 보던 나는 음탕지찬, ~~곤 드립, 대종열, 만두, 구푼이 등 잡다한 야구지식을 더 얻었다. 2019년 이후 5년만에 직관, 라팍은 바뀐게 없었다. 언제나 열정적인 팬들과 신나는 응원가를 부르는 허니단장, 타팀보다 나을거 없는 치어까지 다 추억이였다. 그 경기도 기아전이였는데 앞에 언급한 친구가 원정석 바로 옆이 가장싸다고 데려갔다. 5점을 앞서던 삼성이 한점 한점씩 좁혀오는 기아 타선을 막지 못했고 결국 오뎅성님의 시원한 볼질로 경기를 망쳤다. 경기에 진거도 짜증나는데 40대 아저씨 갸팬이 고딩인 나한테 시비걸고, 싸우려 했다. 그 아저씨는 강민호 타석에서 강민호 뜬공을 외쳤다.(아니 민호햄은 정품 풍기 땅볼 병살인데 야알못인거 같다.) 나는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가 궁금해 돌아봤다. 그 아저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뒤돌았지만, 그 아저씨는 지가 찔렸는지 나를 톡톡치며 불러내었다. 그리고 한 몇분정도 설전이 이어가다 어린 나이에 싸우는게 무서워서 먼저 꼬리를 내렸다. 그때부터 기아가 싫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포스트시즌, 믿었던 풍버지와 박뱀이 말아먹고, 불펜진은 윤수 빼고 다 응신이였지만 어찌저찌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 (이 때 엘지는 진짜 멋있었다. 부정구장 드립친건 기분 더럽지만 삼성이랑 끈질기고 투지넘치는 야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상대는 내가 싫어하던 기아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기아는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무조건 우승이였다. 어리고, 서툰 마음에 나는 그런 기아를 개쳐발라줬으면 싶었다. 미안하다. 우천 중단은 억울했다. 역시 갤에서는 물고기(짤림..)드립을 치면서 놀았고, 나도 동조했다. 너네들이 통구이드립 칠 때는 기분나빴는데, 내가 물고기드립 치는건 스스로 모순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감정에 휩쓸린 것 자체가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시원하게 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리학교는 6시 쯤에 9교시까지 수업을 한다. 9교시 후 급하게 저녁을 먹고 집으로 뛰어들어가 티비를 켰다. 6시 47분, 삼성은 3대 0이였다. 7시 영어 과외쌤이 오시기 전까진 무조건 이기리라, 5차전까지 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어 과외가 끝나고 다시 티비를 켰을 때, 믿었던 괘씸이 형님의 폭투로 동점, 분식, 박찬호의 역전 적시타까지 모든 경기를 지켜보았다. 네이버 스포츠에서 삼성의 승리 확률이 4퍼센트여도 끝까지 믿었다. 하지만 삼성이 우승컵을 들지 못하는 것이 확정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허탈했다. 솔직히 이길 수 있을거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리빌딩을 시작한 팀이였다. 홍준학의 태가 묻은 삼성으로는 최강 전력의 기아를 이길 수 없었다. 지고 나서야 내 행동이라던가, 야구를 시작한 계기 등 다양한 것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 글은 내 참회록이자, 회고록이다. 기아팬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갤에 글을 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물고기드립을 즐기곤 했다. 내가 실제로 쓰건 안쓰건 분탕들의 생각에 동조한 것 자체가 큰 잘못이다. 내가 그 물고기들한테 지고 나서야 이런걸 깨달아버렸다. 미안하다. 내가 순수하게 야구를 즐기던, 물고기드립이나 지역감정, 일베드립따위 모르던 순수한 초등학생 시절, 야구를 진짜 순수하게 좋아하던 나를 회상한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때지만, 최소한 경기 외적인 비하는 자제해보려 한다. 


글은 길고 두서도 줫박았는 고2수행으로 빡쳐있던 학생의 글 읽어준 누군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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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한다. 이만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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