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마운드에 오르기 전보다 경기가 끝난 뒤 더 긴장한 표정이었다. 실감나지 않는, 얼떨떨한 감정이 표정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입단 후 3년 만에 치른 데뷔전에서 KBO리그 역대 25번째 선발 승을 따낸 KIA 이민우(24) 얘기다.

이민우는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989년 이강철 이후 팀 5번째(해태 포함) KBO리그 역대 25번째 데뷔전 선발승의 겸각이다. 그는 경기 후 이 소식을 전해들은 뒤 ‘내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한 타자 한 타자 열심히 잡아내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주눅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을 뿐인데 승리보다 의미있는 기록이 뒤따라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이민우는 “김민식 선배님이 주문하는대로 자신있게 던졌다. 손아섭 선배님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낸 뒤 자신감이 확 생겼다. 내 공을 믿고 던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185㎝ 93㎏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빠른 공은 포수출신답게 회전이 끝까지 살아있어 밀고 들어오는 힘이 좋다. 롯데 타자들의 타격감이 썩 나쁘지 않았지만 이민우가 던진 빠른 공에 타이밍이 살짝씩 늦은 이유였다. 그는 “이대진 코치님께서 자신있게 던지라는 말씀을 하셨다. 연봉 2700만원짜리 선수이니 몇 억씩 받는 선수들과 싸움에서 잃을 게 있느냐시더라. 그래서 포수 미트만 보고 자신있게 던졌다”고 말했다.



KIA 김기태 감독이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롯데와 KIA의 경기에서 데뷔 첫 승리를 거둔 선발투수 이민우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선발로 데뷔 첫 마운드에 오른 이민우는 6이닝 2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생애 첫 승리를 챙겼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이 코치가 마치 최면을 걸 듯 ‘자신있게 던지라’고 주문할 수 있었던 근거가 있다. 이 코치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무엇보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도 있고 볼 끝이 좋다. 신인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자기 공을 믿느냐가 성패를 가르는데 배짱도 두둑하다. 아마도 대학(경성대)시절 쌓은 경험이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단했을 때에는 약간 누워서 던지는 유형이었는데 투구폼을 살짝 교정한 뒤 제구가 좋아졌다. 변화구 구사능력도 좋은 편이라 첫 경기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투수”라고 말했다.

데뷔전 선발승을 따냈지만 신인 투수라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뭇매를 맞을 수도, 한 번의 위기로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지만, 이민우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 코치도 “첫 등판에서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한 두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경기 일정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상대 팀과 다른 투수들의 컨디션 등을 고려해 다음 등판 일정을 고민할 것”이락고 말했다.

5선발 고민에 빠진 KIA에 한줄기 빛처럼 날아든 이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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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팀 코칭스텝은 해줄말이 연봉뿐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