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진짜 하고 싶어요.”

KIA 이범호가 정규시즌 우승 열망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그의 필살기인 ‘애교’를 듬뿍 담아 웃음을 자아냈다.

이범호는 지난 26일 광주 LG전에서 4-0으로 앞선 4회말 1사 3루에서 김호령의 짧은 좌익수 플라이 때 김종국 코치의 만류를 뿌리치고 홈까지 내달았다. LG 좌익수 문선재의 송구가 우타자 배터박스 뒤로 흘러 가까쓰로 세이프 됐다. 이범호는 “타구가 짧기는 했지만 좌익수 포구 자세가 가슴이 아닌 오른쪽 허리 아래로 보였다. 내 걸음이면 충분히 세이프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고, 4점 보다는 5점 차가 안정적이라는 생각에 뛰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110경기에서 25홈런 84타점 타율 0.264로 시즌 전 예상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범호는 “후반기들어 우리 타선 전체가 약간 침체돼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젤 못친다. 가을에 얼마나 잘치려고 시즌 내 꾸준히 못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KIA 선수 최초로 1000타점 300홈런 고지를 밟는 등 영광도 있었지만, 시즌 초반과 중반 각각 한 번씩 찾아온 긴 슬럼프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 23일 광주 kt전에서 호쾌한 홈런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26일 광주 LG전에서도 2안타 2득점으로 팀 승리에 보이지 않는 공신이 됐다.

이날 승리로 두산을 0.5경기 차로 밀어내고 단독 선두 지위를 회복했지만 정규시즌 우승을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이범호는 “정말 간절하다. 진짜 우승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이후 단 한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는 평소에도 “내가 앞으로 뛰면 얼마나 더 뛰겠는가. 평생 우승 한 번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더 많지만 올해 우리팀이라면 충분히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기태 감독님을 비롯한 전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쳐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야구하고 있다. 이런 팀이 우승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살기’인 애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두산은 2015년에 한국시리즈, 지난해 통합우승을 하지 않았나. 우리한테 양보좀 해줘야 한다”며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두산 팬은 두 번이나 우승 영광을 누리셨다. 기쁨도 충분히 만끽하지 않으셨나. 우리 광주 팬은 벌써 8년이나 우승에 목말라 있다. 팬도 올해만큼은 우리한테 양보해 주셔야 한다”며 두 손을 꼭 모았다. 그는 “남은 경기는 무조건 다 이긴다는 각오뿐이다. 지면 끝이라는 절박함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깨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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