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다이어리 Day 1

<방콕으로 이주한 어느 30대 한남의 일기>

1. '왜 인사를 안 받아주지?'

같은 대한항공 스튜어디스였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와 인천공항에서 방콕으로 떠날 때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180도 달랐다.
두 비행 모두 나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감사함을 표하며 간단하게 목례를 했지만, 수완나품 공항의 품에 안겼을 때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애써 나를 못 본 척했다. 나를 경멸하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나를 '섹스 투어리스트(Sex Tourist)'쯤으로 생각하는 듯싶었다.

더구나 혼자 비행했으니 얼마나 더 그래 보였을까?

어쨌거나 한국에 도착했을 때의 스튜어디스들의 따뜻한 환대는 없었다.

'이런 개씨발 년들, 내가 이래서 한국 여자랑 결혼 안 하는 거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는 그저 방콕에 돈 주고 섹스하러 가는 수많은 한남 중 한 명으로 보였을 것 — 그들의 냉대는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어찌됬건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2. 일단 MJ부터 구해야 했다.

나는 한국 국적 없는 미국 시민권자라 대학교 1학년 때부터 MJ를 자유롭게 접했다.

얼핏 보면 나의 인생은 MJ 때문에 망가졌다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인생이 이미 망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MJ덕분에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이렇게 계속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한국에서도 의료용으로 MJ가 어서 합법화돼서 나처럼 정신적 고통을 겪는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길 바랄 뿐이다.

쉽게 말해 국민들이 소주 3병 마시고 30층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소리 지르며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칼부림하게 내벼려둘 거냐, 아니면 MJ라도 건네주며 Bob Marley 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아픈 기억들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줄 거냐 — 이게 문제의 핵심 이슈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