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키치죠지 역이나 미타카 역에서 내려서 걷거나 버스를 타면 되는데, 이게 걷기엔 좀 먼 편이고, 그렇다고 버스를 타기엔 아까운 거리입니다. 시간을 보니 관람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던 터라 걷기로 했습니다. 키치죠지 역에서 내려서 이노카시라온시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지요. 이노카시라온시 공원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라는 소설에 등장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가이드북에서 본 사진도 예뻐서 우왕 ㅋ 굳ㅋ 같은 광경을 기대했습니다만......






아니 뭐 그냥 돌아다니기엔 나쁘진 않습니다만 그냥 공원.......

그제서야 가이드북 사진을 보니 벚꽃이 만발할 때 사진이지요.

사실 명소랍시고 나와 있는 공원이란 게 따져 보면 그냥 그 도시 사람들에겐 일상의 산책 공간인 겁니다. 그런 곳을 굳이 뻥튀기해서 관광객이 가볼 만한 계절이라면 벚꽃 혹은 매화 혹은 단풍으로 채색되는 그런 일정 시기일 뿐....... 사실 도쿄에서 워홀하는 친구가 잘 들어본 적 없는 동네에 살지만 벚꽃 필 때만큼은 자기도 이거 사기사진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은 사진이 찍혔다고 하더군요. 그 외엔 별 볼일 없지만 -_-



사진에는 잘 안 나오지만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파는 길거리가 있는데 이건 좀 괜찮은 것 같았음.




지금 이 시기의 일본엔 어딜 가도 저렇게 수국이 만발해 있더군요. 수국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음.



지브리 미술관은 사실 내부 촬영이 제한되기 때문에 보통 이렇게 겉껍데기와



이 거신병만 찍어 올 수밖에 없지요.



거신병 앞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언제나 누군가는 있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빈 사진을 찍기가 힘들어서 그냥 찍어버렸습니다. 크긴 큽니다.




지브리 미술관의 경우는 대개 가족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사실 미술관이자 지브리 스튜디오의 역대 작품에 관련된 여러 가지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곳이라서 그의 작품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거나, 일본어를 아는 사람일 경우에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곳이지요.

이곳에서는 15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 집에 들러서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이번에는 조금 마이너하지만 덕후의 성지순례를 하러 가 봅니다.



아카바네 -> 쿠키(사이타마 현) -> 토부 와시노미야에 이르는 1시간 가까운 여정 끝에 도착한 와시노미야 역. 물론 JR 패스 기간 내이기 때문에 든 돈은 쿠키에서 와시노미야까지 달랑 한 정거장 돈입니다만....... 만약 풀로 냈다면 편도만 840엔쯤 드는 여정입니다.

이곳은 2007년도에 한창 유행했던 러키스타라는 애니메이션(원작은 만화책)에 등장하는 로케지 신사가 있는 곳으로서 덕후들의 성지순례가 끊이지 않던 곳입니다. 심지어 2008,2009년에는 예년에 비해 참배객이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하지요. 덕택에 침체되어 있던 지역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2기 계획이 흐지부지되고 약빨이 떨어진 터라 좀 식상해진 감이 있습니다만.......





이건 아마 2008년 혹은 2009년 여름 축제때였지 싶은데....... 와시노미야 축제에 이 가마를 메고 행진하는 마을 사람들(...)의 사진입니다.




사실 오덕오덕 이미지가 강해져버리긴 했습니다만, 와시노미야 신사는 원래부터 관동 지방에서는 가장 오래된 신사로서 알려져 있던 신사였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도 도쿄 12사 중 1사로 지정되었을 정도이니 상당이 그 연원이 오래 된 신사라고 할 수 있지요.




(저도 포함해서) 덕후들 길 잃지 말라고 저 멀리서붙어 붙어 있는 현수막. 이 천쪼가리만 따라와도 대충 신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역시나 위엄 쩌는 덕후들의 성지순례 인증




뭐 사실 이게 끝이었다면 그저 일본에 어디에나 있는 신사 방문 정도에 불과했을 것입니다만.......



마침 이날이 와시노미야 축제 날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매년 7월 넷째주 일요일이 마을 축제날이라고 하더군요. 알고 간 것도 아닌데 마침 정말 좋은 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촬영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터라 완벽한 적목현상의 실례를 보여주고 만 사진. 무슨 언데드 같습니다. (언데드의 시대가 올걸세.......)



드라마나 만화에서나 보던 마을 축제 장면. 뭐 금붕어 건지기, 사격,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 등등 종류별로 다 있었습니다.



역시 적목현상크리. (부두교의 가르침을 받게...)



이런 수레에 등을 밝히고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막 북을 두드리고 춤을 추고 피리를 붑니다.



따.....딱히 기모노를 노린 건 아닙니다.(설득력 없는 변명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기온 마츠리나 텐진 마츠리 같은 정말 네임드하고 큰 축제를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만, 딱히 기대하고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정감 넘치는 시골 마을의 마츠리를 직접 보니 이게 참 색다른 느낌이 있더군요. 기대도 하지 않고 왔는데 뜻밖에 좋은 구경을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 날은 슬램덩크의 고장 가마쿠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