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의 일정은 숙소인 도쿄 북구의 친구 집에서 쇼난신쥬쿠라인 가마쿠라 직통 열차를 타고 키타가마쿠라 역에서 내려 가마쿠라 역까지 도보로 걸으며 몇몇 절들과 츠루가오카 하치만궁을 훑은 뒤 에노덴 전철 라인을 통해 에노시마와 하세데라를 보고 도쿄로 귀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처음으로 진정한 전철 지옥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뭐 만원 전철에서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고 찍을 여유도 없었습니다만 도쿄의 전철 지옥은 오사카의 그것과는 비교를 불허하더군요. 오사카의 전철지옥이 구멍은 있는 콩나물 시루라면 도쿄의 전철지옥은 정말 빽빽한 콩나물 시루.......  그런데 도쿄의 거의 끝 무렵인 오사키 역을 지나가자 그 엄청난 통근 인원이 싸그리 사라지고 전철이 텅텅 비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우선 키타가마쿠라 역에서 가장 가까운 엔가쿠지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가마쿠라 5대 선종 사찰 중 하나로 미나모토노 가문이 얼마 못 가 단절되자 사실상 지배자 행세를 했던 가마쿠라 바쿠후의 호조 일가에서 창건한 절입니다. 본래 절은 13세기 말의 건물이었지만 1923년의 관동대지진 당시 대부분 소실되고 현존하는 건물은 대부분 재건된 것입니다.







바로 윗 사진은 엔가쿠지의 자랑으로서 부처의 치아에서 나온 사리를 모신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처의 진신 사리가 있어 불보 사찰로 유명한 양산 통도사 같은 곳이랄까요.



오가네. 14세기 초에 제작된 가마쿠라에서 가장 큰 범종이고,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한 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제야의 종으로 일 년에 한 번 울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메이게츠인으로 들어섰습니다. 이곳은 6월 초중순에 수국으로 가득 찬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고 하는데, 7월 말인지라 그런 모습은 못 감상했습니다. 사시 사철 아름다운 꽃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메이게츠인 야구라 아래쪽에 위치한 나한상.



이건 무궁화?!





메이게츠인은 5~6월에 특히 아름답다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때 한번 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가마쿠라 5대 절 중 1위라는 켄쵸지에 도착했습니다.



높이가 30m나 된다는 산몬.



대개 불전 내의 불상은 찍지 말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데, 묘하게 찍지 말라는 표시가 없어서 찍어온 불상. 지장보살입니다.





사실 켄초지는 방장을 넘어서 더 깊숙히 들어가면 가벼운 등산 코스가 나오고, 그 위로 올라가면 바닷가까지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고 하는데 올라가볼까 하다가 너무나도 무더운 날씨에 포기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쉬운 일이네요.



그리고 부지런히 걸어 일본 내에도 그 말사가 수없이 많은 하치만 신사 중 하나인 츠루오카 하치만궁에 이르렀습니다.



이곳은 하세데라의 대불과 함께 가마쿠라의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인데, 이곳은 훗날 가마쿠라 바쿠후를 열게 되는 미나모토 가문의 미나모토노 요리요시가 세운 곳입니다.




산노도리이의 동서로는 2개의 연못이 불리는데, 한 곳은 겐지 이케, 한 쪽은 헤이케 이케라고 하며 둘을 합쳐 겐페이이케라고 부릅니다. 겐지이케는 미나모토 가문을, 헤이케 이케는 미나모토 가문의 경쟁자였던 다이라 가문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겐지 이케에는 3개의 섬을, 헤이케 이케에는 4개의 섬을 배치했는데 이는 미나모토 가문에는 3과 출산의 산(産) : 일본어에서는 둘 다 \'산\' 으로 발음됩니다 - 을 연관시켜 미나모토 가문의 번영을 바란 것이고, 헤이케 이케의 4개의 섬은 죽음을 뜻하는 4로서 다이라 가문의 멸망을 기원한 것입니다.




전통 지구에는 어디에서나 보이는 인력거. 다만 엄청난 요금은 각오해야 합니다.(대략 10~15분에 2000엔 정도 합니다.)



가마쿠라 역에서 츠루오카하치만 궁으로 이어지는 길은 이렇게 잘 포장된 돌길에 가로수가 이어져 있습니다.



드디어 가마쿠라 역에 도착.

여기서 에노덴을 타고 에노시마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