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100엔샵에서 장 보고 와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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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과연 나는 그 집으로 들어가야 할까 말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집 바로 앞에 집이라는 문제 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1. 비막이 문(or)셔터가 없었다.
-> 일본에는 이중샷시가 진짜 드물다... 그리고 그 샷시라는 것도 한국처럼 튼튼한 샷시가 아님. 
지진으로 집 무너질 때 금방 깨고 나오라고 그런건지, 좋은 집은 뭐 샷시 튼튼한 거 쓰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진짜 허술한 샷시가 한 장... 당시 겨울이라 날씨도 존나 추운데... 이런 집에서 태풍이라도 불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에서 7층 아파트에 살았었다. 베란다 확장시켜서 거실이랑 합친 집이었는데,
작년 태풍 때 진짜 샷시 뜯어져서 온가족 다 출동해서 통유리 부여잡고 태풍이랑 맞선 기억이 있다.
119는 전화해도 통화도 안되고... 이대로 샷시 날아가면 그거 잡고 있던 우리가족들 유리파편에 배때기 찢어지거나 혹은 7층 밑으로 낙하하거나...
아무튼 진짜 뒤질뻔한 경험 때문에 그 종이짝만한 샷시가 맘에 굉장히 걸렸다.
 
샷시도 그렇고 벽도 얇은데다 온돌도 없어서 그런지 진짜 일본 집은 실내온도랑 실외온도랑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일본 만화 장면 중에 겨울철 되면 막 이불에서 못나오고 그런 장면 있는데 그 장면이 절실히 이해가 됐음...



2. 부엌.
-> 진짜 좁았다. 도마 놓을 자리도 없었음... 게다가 전기 곤로.

한국은 대부분 가스렌지를 쓰는데 일본은 그 외에도 전기 곤로, IH 조리기를 쓴다.
전기 곤로는 그야말로 가스 대신 전기로 데우는 기계. 존나 편하고 좋을 것 같은데 대신 끓는 시간이 존나 느리다고 한다.
물이라도 한번 끓이려면 십분 넘게 걸린다고 들었다. 일본은 지진 문제도 있고, 가스 썼다가 불 날까봐 전기곤로로 넣는 집도 있다 카더라.
IH조리기 역시 전기로 하는건데 다른 점이 있다면 화력에서는 가스렌지랑 차이가 없다.
대신 IH 전용 조리기구를 써야지 데워짐(냄비, 후라이팬, 주전자 등등...)
IH 전용이 아니면 반응을 안 하는 듯.


 
3. 동네.
->주택가는 조용한게 좋긴 좋지만... 이건 조용을 떠나서 사람이 안보임...
동네 자체도 작고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바로 앞에 집이라는 것도 주택가를 돌아다니면서 살펴보니 대부분의 집이 다 다닥다닥 붙어서 일조권이고 프라이버시고 뭐고 없더라.
어떻게 이러고 사냐.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고민을 하면서 해변가로 갔다. 사잔 올스타즈 때문에 해변가 이름도 \'사잔 비치\'임.
해변가에 가니 후지산도 보이고, 확 트인게 아... 좋구만. 그런데 해변가에 웬 중장기들이...
보니까 파도때문에 모래가 자꾸 유실되어서 겨울철마다 모래 퍼와다가 여기다 쏟아붇는 것 같다... 그 유명한 해변가가...

해변에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역시 부동산은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는게 좋겠지...로 결론이 나서
인터넷에서 또 물건 찾아본 다음에 그걸 취급하고 있는 다른 부동산을 알아보고 다음날부터 찾아다녀 보았다.



1.MAST 부동산
->MAST도 부동산 체인은 체인인데 MAST 딱지만 붙인 그냥 지역 부동산 같다.
들어가서 \'외국인인데요.\' 하니까 직원이 \'하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하면서 아무튼 돌려 말하면서 문전박대.
여기서 꽤 충격을 받음.

2. 미니미니 부동산
->여기도 체인점으로 일단 들어가서 상담 받는데 긴급연락처가 되 줄 사람이 일본 영주권자 이상이 아니면 집을 못 찾는다고 함...

3. 에이블 부동산
->일본 부동산 체인중에 제일 큰 체인일걸? 들어가니 친절하기는 존나게 친절하다. 차도 내주고 보증회사에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봐주고.
결과는 최소 핸드폰이라도 있어야 이야기가 되겠다는 이야긴데 앞서 말했지만 난 당시 외국인 등록조차 안 한 상태라
전화고 뭐고 아무것도 못 만든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럼 프리페이드 폰은 어떤가요?\'라고 하는데,
그거 존나 비싸잖아... 생각조차 안했는데 여기서 \'그건 비싸서 안돼요.\'라고 하면 집 찾을 생각이 없다는거지... 
그냥 \'으... 으응..\' 하고 대답하자 전직원들 갑자기 일제히 여기저기 전화해서 프리페이드 폰에 대해 알아봄.
솔직히 존나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자기들이 알고 있는 가게에서는 그거 취급을 안한다고 하면서 음... 하면서 곤란해 하는데, 곤란해만 한다.
일본놈들은 장사에서는 절대로 먼저 손님한테 안된다고 대답을 안 한다. 여기서는 손님이 먼저 운을 띄워야 함.
\'...그럼 우선 전화라도 만들어서 어떻게든...\'이라고 대답하니까 그제서야 점장이 미소를 지으면서
\'아 그게 좋겠네요. 네. 꼭 연락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인사.

... 외국인 등록증을 만들려면 주소가 필요한데 주소를 어디서 구하냐고...

첫타로 좆도 없는 나를 통과시켜준 부동산이 진짜 운이 존나게 희귀하게 레어하게 어쨌든 존나 좋았던 거다.
그것 때문에 나는 모든 부동산이 다 잘 될줄 알았음...
아무튼 여러가지로 자신감도 잃고 지치고 해서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밤에 원래 부동산에 전화해서 그 집으로 하겠다고 전화를 걸고,
다음날 부동산에서 계약하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