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들이 이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들판에는 큰개불알풀과 광대나물의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생명들의 시작을 알려줍니다.



작고 여린 꽃이 큰개불알풀의 꽃입니다.
볕이 좋은 들판이나 도시의 담장에도 봄이 되면 꽃을 내밉니다.



숲 바닥엔 고운털이 가득한 노루귀가 한창입니다.
직업의 귀천이 없듯이.
사람의 귀함과 천함이 없듯이.
생명들도 같은 입장입니다.
보기 힘든 꽃과 아름다운 꽃이라서 들판에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보다 더 나은 것은 없습니다.
천함과 귀함을 만든 것은 바로 사람들입니다.
숲에 피는 노루귀가 들판에 피는 큰개불알풀에게 내가 더 아름답다 뽐낼일이 없겠지요.
자신의 삶을 수긍하며 살아가며 생명을 이어주는 매개체에게 잘 보이기위해 애쓰는 모습일 것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노루귀 꽃을 바랍니다.
이 풀과 친해지는 방법은 꾸준히 바라보는 법 밖에 없습니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한 생명이 날아옵니다.



파리목의 등에 종류인 꼬마넓적꽃등에가 자리를 잡습니다.
연신 수술들을 핥기 시작합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노루귀의 꽃밥을 옴겨갑니다.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들은 수분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만 숲에 나무가 울창할 때 보다 경쟁을 많이 벌이지 않아도 되니 이른 봄을 선택했나봅니다.
보통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벌보다 파리류 곤충들이 매개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루귀의 아름다운 색과 모양은 바로 파리를 끌기 위한 것입니다.



노루귀는 흰색, 분홍색, 보라색(청색)으로 나누어지지만 다 같은 종입니다.



노루귀의 이름은 꽃이 아닌 바로 잎을 보고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솜털 가득한 여린 잎이 노루의 귀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노루귀 위에는 생강나무가 꽃을 터트리기 직전입니다.
달콤한 꿀향으로 멀리 있는 벌들을 불러드리겠지요.



개암나무도 벌써 꽃을 내었습니다.
꽃이 모두 노루귀 모양으로 생기진 않았습니다.
각각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분수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살아갑니다.
빨간색의 꽃이 암꽃이고 긴 자루가 수꽃입니다.
위치와 모양이 다르긴 하지만 밤꽃과 유사합니다.



버드나무도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벌들과 네발나비, 뿔나비들이 이 꽃으로 달려듭니다.



짝짓기 중인 나비가 눈에 들어오나요?
이르게 뿔나비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습니다. 
식물들을 수분시켜주어 생명을 이어가게 해주는 대신 자신의 애벌레들 역시 식물을 통해 생명을 이어갑니다.
돌고 도는 생명의 이어짐이 숲에선 일상입니다.



눈이 녹고 숲 바닥에 머물러 있던 물들이 다시 밑으로 흘러내려 갑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으니 더 많은 생명들이 한해 살이를 시작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