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준수한 퀄리티의 레슬매니아 31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경기바로 스팅 VS 트리플 H였는데, 전 우선 경기에 앞서 양측의 등장신을 정말 기대했는데 여기서부터 좀 웃기는 모양새가 되서 뭔가 싸하긴 하더군요.

초중반의 경기 자체는 확실히 느린 템포긴 했지만, 그래도 양측의 연륜이 있는지라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그림이었습니다. 그대로만 경기해도 못해도 ***1/2 ***3/4 급의 경기는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난입이 터지면서 해괴한 양상으로 전개가 되더군요. 스팅의 야구방망이에 트리플 H의 슬렛지 해머가 부서지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허허허 하는 뭐라 할 수 없는 웃음까지 나왔습니다. 사실 이런 느낌을 기대한건 아닌데...

내용은 차치하고 결과만 놓고 보면 09년의 랜디 오턴이나 11년의 CM 펑크 때와는 달리, 스팅이 향후 경기를 치룰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점을 생각하면 트리플 H가 이기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싶었습니다. 더구나 WWE VS WCW 구도로 가는 이상 이건 당연히 이기는 그림이 될 수 밖에 없기도 하구요.

아쉬운건 그 WWE와 WCW의 대립이라는 구도가, 너무 졸속으로 치뤄져서 뭔가 받아들이는 설득력이 떨어졌다는게 아쉽더군요.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스팅이 전율의 데뷔를 할 당시에 스팅은 분명히 어쏘리티라는 독재세력에 맞서는 해방군, 해방군을 지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구요. 양측의 대립도 굉장히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치뤄졌습니다. 

때문에 전 아마 레슬매니아에서의 경기가 레메 27 언더테이커 VS 트리플 H 같은, 그야말로 혼을 긁어모으면서 싸우는 그런 양상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경기는 아재들이 술 한잔 걸치고 싸우는 느낌으로...

물론 그런 경기도 할 수도 있긴 한데 그동안의 대립 과정을 생각해보면 황당한 일입니다.

루머에서는 스팅과 트리플 H의 경기가 DX 대 NWO로 가기로 한게 레메 직전에 급하게 결정된 부분이라는데, 그런 컨셉으로 경기를 '추억팔이' 컨셉으로 잡아서 할 수도 있지만 덕분에 졸속으로 개연성 없이 진행된게 아쉬워요.

사실 그러려먼 충분히 그 전부터 분위기 달아오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NWO가 RAW에 나왔을때 트리플 H와 케빈 내쉬가 옛날 이야기 하면서 추억 팔이 하다가 헌터가 WCW 무시하는 발언을 해서 내쉬랑 싸해진다던가, 호건 생일잔치 하며 즐겁게 이야기 하다가 빌리건 로드독 등이 DX가 NWO가 낫지 하면서 슬슬 긁으면서 묘해진다거나,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뭔가 유쾌하면서도 흥분 되는 대립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달아오를 수 있었고, 그 후에 경기를 그런 컨셉으로 한 다음, 양측이 서로 노려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피식거리며 웃으면서 포옹이라도 하고 회포 풀면서 끝냈으면 정말로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진정한 월요일 밤의 전쟁의 끝, 옛 레전드들의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립은 혁명군과 독재장 같은 진지하게 짝이 없는 분위기로 가더니, 막상 경기는 예능이고, 끝난 후엔 시원하게 푸는 느낌도 아니고 찜찜하게 악수 하고 끝난건 여러모로 아니다 싶었습니다. 마지막에 서로 대치하려고 할 무렵, 차라리 서로 끝에 난투극이라도 벌였으면 싶었는데 결국은 악수로 끝나더군요.

충분히 더 멋진 그림을 만들 수도 있었고, 더 괜찮은 기억이 될 수도 있었는데 여러모로 개연성을 신경도 쓰지 않는 형편없는 전개가 망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과 이전에 과정 때문에 좋은 말은 할 수 없겠네요.

경기 보기 전의 기대는 대하드라마였는데 진지하게 경기 펼쳐지다가 난데없이 DX 음악이 나오고, NWO 음악이 나오고, 슬렛지 헤머가 야구 빠다에 부러지는 장면을 보면서 뭔가 드는 느낌이 이말년이나 불암의 병맛 스타일의 기승전병 만화가 생각나더군요. 기왕 그런게 된게 어찌되었건 절묘한 병맛, '뭔가 병신같지만 멋있어' 로 끝났을 수도 있었는데 결국 그냥 기승전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