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를 까는건 괜찮아. 트리플 H를 마구 욕하고 빈스를 조롱하는 것도 그렇고. 오히려 그건 CM 펑크를 추종하는 프로레슬링 팬들에게 있어선 좋은 일이지. 하지만MMA와 견주는면서 프로레슬링에 대한 리스펙트를 지우는건 전혀 다른 이야기지.

CM 펑크는 11년에 자기가 주목을 받게 된 이후로 늘 자신의 포지션을 '프로레슬링 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 에 두고 있었지.

Voice of the Voiceless는 기믹이었지만 펑크가 '진짜배기' 로 사람들에게 여겨지게 했던 건 기믹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를 기믹에 일체화 해서 자신이야말로 수뇌부와는 달리 진정하게 팬들의 바람을 따르는 쪽으로 두며 파트타임 레슬러나 기타 문제에 대해서 입을 털었고 레슬링 너드들의 신이 되었음.

그리고 돈방석에 올랐고.

그런데 펑크가 본래 팬들에게 까칠하게 구는 면이 많다는 거야 그냥 그러려니 해도 전에 탈단하고 한 팟캐스트 말 중에 이런 말을 했지. 

"니들이 날 부자로 만들어줬다고? 지랄하지마라 패배자 ㅅㄲ들아, 날 부자로 만든 건 나 자신일뿐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물론이고 프로 스포츠 사업에서조차 선수들은 팬들이 자길 먹여 살린다는게 기본적인 마인드고, 뭐 좆크보 몇몇 구단 놈들은 그런 개념도 없어서 팬서비스 불량하기로 유명하지만 미국물 좀 먹은 선수들은 이런건 철저하지. 

그렇다고 팬들이 선수에게 갑질까지 할 권리까지 가진 건 아니니 그냥 그런 소리를 할 수는 있다고 친다. 하지만 펑크는 자기가 깐 그 사람들의 덕을 누구보다 많이 본 사람임. 마이크를 잡고 떠들어댄 펑크가 그 여름에 단숨에 스타가 된 게 정말로 모조리 펑크 자신의 능력 때문일까? 

아이러니하지만 펑크가 그토록 순식간에 뜰 수 있었던건 지금이 존 시나의 시대였기 때문이지. 그 안티테제가 아니었다면 써머 오브 펑크라는 광란의 승천을 하진 못했을거야. 써머 오브 펑크는 펑크 자신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정말 말 그대로 새로운 자극과 물결을 원하는 팬들의 바람이 만들어낸 하나의 현상이었음.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펑크는 자신을 그 포지션에 뒀고. 마웍 같은걸 할때도 언급되던 이야기였지만 펑크는 자신을 '팬들의 사람, 팬들을 대변하는 사람' 의 포지션에 두고 그 수혜를 받았는데...

근데 나중에 와서 

"닥쳐라 찌질이들아. 날 부자로 만든건 오직 나 자신이다."    

라고 하는거에 이어서

"프로레슬링은 가짜 업계일 뿐이다. 그럴바에야 그냥 제대로 된 싸움을 하는게 낫겠다." 고 하는데

펑크는 그 누구보다도 '가짜 업계'의 '찌질이 너드'들의 지지를 받았고 이를 십분 써먹었다는 사람이었다는 거. 

사실 펑크가 한 저런식의 프로레슬링 조롱과 비하는 MMA 업계에서는 특별한 일도 아니지. 그쪽 업계 사람들이 뜬금없이 프로레슬링 깔보고 자극하는 디스를 날린게 한두번이 아님. 

조 로건이 이랬지. "프로레슬링? ㅋㅋㅋ 별 희한한 놈들이 TV 앞에서 보는 게 가짜인 줄 알면서도 지들은 모르는 마냥 구는 좆병신 같은거? ㅋㅋㅋ"

레슬링은 가짜 광대놀음, MMA는 진정한 상남자들의 진짜 대결, 그런 식의 발언은 MMA 관계자들이라면 특별할것도 없다만,

한때 모든 레슬링 너드들의 신이었던 CM 펑크가 그런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