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처가 프로레슬링의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의 멜처의 평가 기준에선 '이 경기가 얼마나 정통 레슬링적으로 훌륭(애매한 말이긴 하지만, 90년대-2000년대 초반의 전일본 경기들이 잘 보여주는 식의 경기라고 보면될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명경기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한가'가 절대적이었다면, 요즘와서는 '이 경기가 엔터테인먼트적으로 어떠한가?'도 중요한 부분으로 들어가게 된 것 같다. 물론 2개의 측면을 이렇게 분리해서 얘기한다는 게 좀 웃기기는 하지만...

예컨대, 경기안밖의 서사라던가, 스토리텔링, 반전, 경기가 가지는 의의 같은 것들. 

그걸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멜처가 복귀 이후의 브록vs시나의 경기에 준 평점과 NWO 결성 경기에 준 평점의 차이인 것 같다.

20년 전, 96 배쉬 앳 더 비치의 NWO(아웃사이더즈&미스테리 파트너 헐크호건)vs WCW 정규군(랜디세비지, 렉스루거, 스팅)의 경기에 멜처가 주었던 평점은 3점에 불과해.

'헐크 호건의 턴힐'이라는 사건이 주었을 충격이나, 요즘 멜처가 별점 주는 기준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낮은 점수지.

반면에, 복귀 이후의 레스너와 시나가 처음 붙은 12익룰은 종합격투기 스타일의 브록 레스너에게 존시나가 일방적으로 두들겨맞다가 가까스로 역전하는, 이게 무슨 프로레슬링이냐? 얘기까지 나오던 경기였고 14 썸머슬램은 챔피언쉽을 건 스쿼시 매치였다. 

나는 두 경기가 상당히 괜찮았다고 보지만, 두 경기가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전형적인 명경기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는 건 분명하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멜처는 두 경기에 모두 상당히 높은 점수(아마 두 경기가 모두 4점이 넘었던 것 같은데...)를 매긴다.

요즘 멜처가 노망났는지 의심을 사게 만드는 경기들은 대부분 이런 경기들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전형적인 명경기'는 아니지만, '엔터테인먼트'적으로는 상당한 의미와 재미를 가진 경기들. 그런데 원래 이런 경기들에는 좋은 별점을 주지 않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이런 경기들에도 좋은 별점을 주기 시작하니까 '노망났다'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거지.

근데 타나하시 히로시한테 주는 점수나 오갓한테 주는 점수들은...사실 그냥 두 사람의 빠돌이인 것 같다. 특히 타나하시 vs 시바타나 로만 vs 랜디. 전자는 뭐 어떻게든 평소 일뽕기질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넘어가려고 해도, 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