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프로레슬링은 마이너, 그것도 이미지가 그리 좋지도 않은 마이너 취미기 때문이다.

매니아/꼬맹이들이나 즐기는 유치한 것, 혹은 폭력적인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보니까. 그럴 수 밖에 없지. 

되게 단적인 예가 옛날에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 실은, 자기 수업에서의 간단한 실험(?) 하나를 소개하는 대목이다.

셰익스피어(였는지 다른 작가였는지는 모르겠다) 희곡, 심슨가족, WWF(아마 우리나라 책에서는 세계 레슬링 협히라고 번역되어 나왔던 것 같다)

세 개를 틀어주고 무엇을 제일 선호하냐고 물어봤다는 대목이었는데, WWF가 제일 좋다고 한 학생은 그 수백명짜리 강의에서 진짜 '몇 명'. 

그러니까 손으로 셀 수 있을만큼이었다. 심지어 샌델은 '용감한' 몇몇 학생들이 '솔직하게' WWF를 가장 좋아한다고 얘기했다고까지 얘기한다. 

이건 물론, 실제론 WWF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기도하지만, 동시에 어른이 "나 프로레슬링 보는 게 취미야"라고 얘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거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으로 "어른들이 가지기에 부적합한 취미"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는거지.

그러다보니까 성인이 되서 프로레슬링에 입문한다거나, 혹은 입문해서 매니아의 길로 빠져드는 경우는 극히 적다. 뭐 "나는 대학와서 매료되었는데?"식으로 말할 사람도 있을거란 거 아는데,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매니아"들은 "어린 레슬링 팬"들이었다.

그럼 이 얘기는 뭐냐.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매니아들은 구매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그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참이거나, 심지어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이 주장하는, "레매같은 때 보면 매니아가 더 많다. 매니아야말로 진정 회사를 먹여살리는 사람들이다." 같은 주장들마저 참이라고 인정한다고 쳐도, 극단적인 매니아 지향의 레슬링을 보여주기는 힘들다는 얘기지. 지금의 매니아들이 천년만년 살면서 계속 WWE 매니아로 남아줄 건 아니니까.

물론 애티튜드 때처럼 미친 척하고 성인지향의 레슬링으로 갈 수도 있다. 타이슨, 데니스 로드먼(WCW이 부른 애긴하지만) 같은 대스타들 부르고 아이캔디, 섹스, 폭력 마구잡이로 섞어가면서 "성인 팬"들을 새롭게 끌어오는 거지. 뭐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지속성, 스케쥴, 빡빡해진 규제, 심의 뭐 어쩌구 저쩌구 다)를 다 제끼고, WWE가 그런 스타일로 단체를 계속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봐야 그게 지금 통할까?

안통할 가능성이 높다. HBO미드들이 여과없이 섹스신과 사지절단씬을, 그것도 매우 빈번하게 보여주는 시대거든. 발 비너스 꼬추 자르는 게(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엄청난 충격이었던 애티튜드 자극성 정도로 어떻게 그 자극성을 당해낼 수 있겠냐? 

이렇다보니 실제로 '매니아'들의 구매력이 '어린 팬들'보다 대단하다고 해봐야 '어린팬들'을 배제한 체 매니아 지향의 레슬링만 보여줄 수는 없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