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가봤던 경험담

도착하니 가히 친구따라 클럽 첨 가던 옛날 그때 긴장감이 느껴지고 그 긴장감이 내 발걸음을 건물 주변에서 배회하게 만들더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엉덩국 만화 그리고 내가 여기 왜 왔지? 자아성찰

일단 후퇴

바로 지도앱 켜서 주변 편의점 찾아 잭다니엘 허니 작은 보틀에 줄담배 좀 펴서 도핑으로 맘 다잡고 리스타트 ㅇㅇ

담배 빨면 컥컥 거릴 때까지 쭉 피다가 엉거주춤 입갤하니 사장님 혹은 종업원 혹은 죽순이? 분께서 말을 걸어주더라

교차하는 시선에 약간의 '?'가 2초 정도 느껴짐

빈말로도 사람 구경하러 왔단 소리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 몰라 하루간 입에 담지 않기로 다짐했기에

뭐라고 방문 목적을 설명해야 하나 싶었는데 

나만의 기우였고 술 마시고 들어오면 안 되는데.... 하더니 자연스럽게 내가 있어야 할 곳을 후다닥 안내해주시고 사라지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종업원은 아닌 것 같고 길안내의 요정이었던 걸로

여간에 일단 착석

무언가 먹을 것을 주문해야 한다는 생활의 팁을 정신없던 와중 들었기에

저기... 글렌피딕이나 몽키숄더있나요?

nope

진열장을 보니 미도리가 보이길래 미도리 샤워 주문

애매하게 떨어진 곳엔 나와 같은 킹반인 복장을 갖춘 남자가 하나 있었는데 나를 대놓고 빤히 바라보길래 일단 시선회피

부담스런 시선을 피해 굴러간 내 눈알이 안착한 곳에는 여자옷을 입은 인형들이 둘쯤 포착됨

H라인 스커트를 입은 키가 큰 사람 하나, 단발 머리를 한 키가 큰 사람 하나

허나 입은 여자 옷에 비해 키가 클 뿐 186인 본인의 본능에 어떠한 위압도 주지 못했기에 170 초중반으로 가늠되는 키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그녀?들도 나를 빤히 보고 있길래 뇌리에 직감이 팍

'아 이 곳은 그냥 사람 스캔 뜨는 일체의 행위를 대놓고 해도 되는구나'

분위기 파악 완료 즉시 실행

매장 내부를 쭈우욱 살펴보니 여장한 사람들 1/3 킹반인? 2/3 비율

허나 토탈 열이 채 안 되었음 여덟 혹은 아홉이었던 것 같다

...하긴 대한민국에 여장 취미 공급과 수요가 바글바글할 리가 없긴 했지

킹반인은 의외?로 중년? 분들 비중이 좀 있었고 여장러 둘은 20-30 사이 어딘가로 추정 나머지 분은 음....40대로 추정

대놓고 한 명 한 명 살펴보던 와중 누군가의 옷자랏이 내 등을 스윽 스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아까 나를 빤히 보던 누님?께서 서 계셨음

전부터 나를 짓누르던 어색함이 죄를 지은 기분을 들게 만들었고

사과라도 해야하나 싶은 숨겨왔던 찐따 성향이 튀나오려던 순간

누님?께선 나보다도 어색하게 운을 띄시며

모시모시.... 제 친구가 물어봐달래서 인스타노데스까?

그리고 즉시 튀어 나온 나의 대답

아니오

순간 당장에라도 집에 가고 싶어지는 어색함이 흐르고

멍멍이랑 집구석에서 레슬링하는 사진과 과소비해놓고 좋다고 착샷만 가득 올린 인스타라도 차라리 말해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 후 잔술 후다닥 모가지에 털어 넣고 빤쓰런

지금 생각해보면 귀여우시다는 말이라도 스쳐 지나가며 했더라면

한 사람에게 큰 용기와 행복한 기분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내심 후회가 든다

p.s. 진짜 귀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