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때부터 12년째 팬인데 나는 좀 서글펐다. 확실히 이제는 노래를 '잘' 하는 걸 들으러 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 반응 보면 오늘 목상태가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고 했는데도 음역대나 곡 가리지 않고 콧소리랑 목에 뭔가 낀 듯한 발성이 계속되는게 너무 안타까웠다.

사실 그런 깔끔하고 단단한 고음을 생으로 올려버리던 2010년대 초반 실력이 말도 안 되던 거지. 콧소리 심해진건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stable mindset 음원에서도 많이 불안했었는데 unstable mindset이랑 6집이 곡도 너무 잘 뽑히고 라이브도 너무 좋았어서 완전히 회복한 줄 알았었다. 특히 2022년 썸데이에서 폭우 맞으면서 방방 뛰면서 밴드곡들 부르는 것 현장에서 들으면서 역시 클라스가 있으니 전성기때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너무 많이 쓴 목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나보다. 솔직히 예전부터 음색보다는 성대 피지컬로 승부하는 가수였으니까 시간이 가면서 떨어지는건 당연한 거겠지.

그래도 스물다섯 스물하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은 감동이었고 예상치도 않았던 오늘 헤어졌어요 나오는데 그 옛날에 미친듯이 윤하노래 듣던 시절이 떠올라서 그런지 약간 울컥하는 건지 뭔지 하는 신기한 감정이 들긴 하더라.

콘서트 멘트 들어보면 갤 후기 많이 보시는 것 같고 이 글도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쓰면서도 마음이 불편하긴 하다. 근데 내 진짜 솔직한 감정은 이번 콘서트로 내가 가지고 있던 어쩌면 너무 과한 기대를 내려놓은 느낌이다. 그래서 서글프면서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같기도 한 이상한 느낌이다. 그냥 이제 앨범이든 셋리든 편안하게 내려놓고 본인이 편하고 하고 싶은 음악 오래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