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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선 자이로드롭을 함께 타라

22(59.28) 2007.06.04 17: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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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인 흥분을 상대방에 대한 호감으로 인식하는 과정

사랑만큼 사적이고 내밀한 체험이 또 있을까? 우리를 평생 동안 깨어 있게 하는 것. 남의 얘기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으며, 내 얘기는 묻지 않아도 들려주고 싶은 것.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물어보지만, 사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제각기 다른 것. 그래서 2007년 5월10일 지구상에는 65억9956만6300개의 사랑 이론이 존재한다.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을 남들도 비슷하게 경험했을까? 남들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소설이나 에세이, 유행가 가사나 영화는 우리에게 각양각색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들 사이를 관통하는 보편적 원리를 들려주는 ‘사랑의 과학’은 쉽게 만나지 못한다. 이 칼럼이 시작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칼럼은 생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사랑의 실험실’에서 수행했던 실험과 통계 결과를 소개하면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것이 우리 삶과 인류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얘기해보려 한다. 사랑에서 가장 불필요한 질문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이고, 가장 어리석은 질문은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라지만, 이 칼럼은 독자들에게 이 쓸데없고 어리석은 질문들을 계속 떠올리게 할 것이다. 사랑이 과학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기대하시라. 과학자에게 ‘사랑’만큼 흥미로운 연구 주제도 없다.

▣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누구나 떨리고 긴장하게 마련이다. 교감신경 말단에서 갑자기 아드레날린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심장 박동수는 1분에 85회 이상으로 늘어나고, 몸에 열이 가볍게 올라가는가 싶더니 이내 손에는 땀이 찬다. 긴장감이 고조되어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엉뚱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떨리는 첫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사랑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이런 육체적인 각성은 만남 초기에 남녀 간의 호감으로 인해 유발되는 반응일 뿐 아니라, 심지어 사랑을 촉발하는 ‘사랑의 묘약’이라고 주장한다. 〈LOVE: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의 저자인 미국의 심리학자 아얄라 파인스는 수천 쌍의 남녀 커플들을 인터뷰한 결과, 극적인 사건을 겪은 뒤 몹시 흥분된 상황에서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경우가 무려 20%에 달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대학 입학이나 유학, 혹은 해외여행과 같은 새로운 상황에서 쉽게 연애에 빠지며, 부모의 죽음이나 애인과의 결별 같은 상실을 경험한 뒤에도 이성 친구에게 쉽게 끌리게 된다고 한다.

카필라노 실험, 흔들다리와 나무다리의 차이

1991년 중동에서 벌어진 걸프전 때 이스라엘에서는 이른바 ‘전시사랑’(war love)이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 수많은 남녀들이 사랑에 빠졌다. 전쟁이라는 극적인 사태를 함께 경험하면서 남녀가 쉽게 사랑에 빠지게 됐고, 심지어 이혼을 했거나 별거를 하고 있던 부부들도 대피소 생활을 함께 하면서 다시 결합하는 경우도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월드컵의 광분이 이어준 커플이 꽤 되리라.

이러한 현상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각성과 꼬리표’(arousal and label)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첫 만남의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는 동안 두 단계를 체험하게 되는데, 먼저 찾아오는 것이 ‘신체적인 각성’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이 각성 상태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사랑이나 분노, 공포, 질투와 같은 ‘심리적인 꼬리표’를 여기에 붙인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비슷한 각성 상태가 유발되더라도, 그것이 멋진 남자가 질문을 건네와 생긴 것이라면 ‘사랑’이라고 해석하고, 어두운 거리에서 누군가 다가와서 생긴 것이라면 ‘불안’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는 것이다.

‘좋아해서 흥분하는 게 아니라, 흥분하는 걸 보니 좋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 아서 아론과 도널드 더튼 박사의 ‘카필라노 실험’도 그중 하나다. 캐나다 밴쿠버 근처에 있는 카필라노강에는 두 개의 다리가 있다. 하나는 절벽들을 가로지르는 길이 135m의 흔들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좀더 상류에 있는 나무로 견고하게 지은 다리이다. ‘흔들다리’는 늘 심하게 흔들리는데다 케이블로 된 양옆의 난간도 높지 않아 오가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나무다리’는 난간도 높고 다리 밑 얕은 개울과는 겨우 3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안정감을 준다.

아론과 더튼 박사는 매력적인 젊은 여자를 실험 도우미로 고용해 다리를 건너는 남자들에게 설문을 받아오게 했다. 실험 도우미에게는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을 알려주지 않았고, 단지 남자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으면 다가가 실험에 참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창조적인 표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설명하게 했다. 그리고 남자 실험 참가자들이 질문지를 모두 작성하면, 설문지 귀퉁이를 찢어서 실험 도우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설문에 감사하며 설문 결과가 궁금하면 연락 달라’고 말하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흔들다리를 건너면서 각성 상태에 있던 남자들 중에서 실험 결과가 궁금하다며 전화를 해온 사람의 수가 나무다리 위에서 같은 실험을 수행했을 때보다 무려 8배나 더 많았다! 흔들다리를 건너던 사람들이 실험 도우미에게 훨씬 더 이성적인 호감을 느꼈던 것이다. 실험 도우미에게 호감을 느껴서가 아니라 정말로 설문 결과가 궁금해서 전화를 한 거 아니냐고? 똑같은 실험을 남자 실험 도우미로 반복해보면, 실험에 참가한 남자들 중에서 설문 결과가 궁금하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소재) 심리학과 스튜어트 밸린스 교수는 1966년 성격사회심리학회지에 제출한 논문에서 더욱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밸린스 교수는 남자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들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겠다고 말한 다음, 여성 나체 사진 10장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듣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지 않고 미리 녹음해둔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었다. 실험 참가자의 신체 반응과는 아무 상관없이 엉뚱한 사진들에서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도록 조작해놓은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심장박동이 특정 사진에 반응해 더 빨라졌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 참가자들에게 좀전에 본 여자 사진 10장을 매력적인 순서대로 나열해보라고 하면, 실험 참가자들이 자신의 심장박동을 빨라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여성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한 달 뒤, 동일한 사진 10장을 다시 보여주면서 같은 질문을 해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했다고 믿는 여자를 가장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놀랍게도 ‘사람들은 사랑해서 흥분하는 게 아니라, 흥분을 하면 사랑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맘에 드는 이성과 사랑을 시작하고 싶다면, 그를 제일 먼저 놀이동산으로 데려가 자이로드롭에 태워라. 그와 함께 100m 상공으로 올라가서 내려올 때 함께 눈을 맞추라. 그러면 상대는 당신 때문에 흥분된 줄 알고 다음날 당신에게 곧바로 전화할 것이다.

‘비호감’ 도 증폭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체적으로 흥분시키기만 하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각성은 상대방이 어느 정도 매력적인 경우에만 호감을 키워준다. 상대방이 매력적이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타난다.

이번 학기부터 한국과학기술원 학부생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랑학’ 수업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았다. 남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에게는 각성상태를 만들어주기 위해 제자리뛰기를 2분간 시키고, 다른 집단에게는 가볍게 15초간만 시켰다. 그런 뒤 곧바로 여러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호감도를 표시하라고 했더니, ‘2분간 제자리뛰기를 한 집단’은 매력적인 여성에겐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그렇지 않은 여성에겐 거의 0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었다. 다시 말해 신체적 각성상태는 그 사람의 지배적인 감정을 증폭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이 좋은 감정이든 싫은 감정이든 간에 모두.

프랑스의 작가 라로슈푸코는 자신의 책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마음이 흥분했을 때 인간은 자칫 잘못하면 사랑을 하게 된다. 진정으로 사랑을 하고 싶다면 냉정한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떨리고 긴장하는 것. 이 당연한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사랑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앞에서 매번 긴장하고 자꾸 실수하고 있다면, 내 몸이 들려주는 소리에 곰곰이 귀기울여보시길.



아이비 어딪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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