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선 수시 합격자 49% 탈락 [중앙일보 2005-12-20 05:56]     [중앙일보 한애란] 연세대 수시 2학기 모집에서 조건부로 합격했던 수험생 중 절반가량이 수능점수 미달로 탈락했다. 연세대는 19일 수시 2학기 모집 최종합격자를 발표하면서 "조건부 합격자 1511명의 49%인 734명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불합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불합격자 수(1552명 중 469명)나 비율(30.2%)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최저학력기준이 강화되면서 합격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연세대의 최저학력기준은 인문계의 경우 지난해 언어.수리.외국어.탐구 4개 영역 중 2개가 2등급이면 합격했지만, 올해 3개 영역 2등급으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자연계도 지난해엔 수리 가형이나 과탐 중 하나만 2등급이면 됐지만 올해는 두 영역 모두 2등급이어야 합격했다. 의예.치의예과는 3개 영역 이상 1등급이 기준이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수능시험이 과목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에 탈락자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배화여고 이철희 진학지도부장은 "너무 쉽게 출제된 언어영역과 난이도가 제각각인 탐구영역에서 예상보다 등급이 낮게 나와 떨어진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에서는 공대에 조건부 합격했던 학생이 과탐 한 과목에서 3등급을 받아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했다. 이 학생은 응시자의 11.2%가 만점을 받은 물리Ⅰ에서 한 문제를 틀리는 바람에 3등급으로 떨어졌다. 탐구영역의 경우 4개 과목 중 2개 이상 2등급을 받아야 탐구영역 2등급으로 인정된다. 휘문고에서도 의예과에 지원했던 한 학생이 언어.수리.외국어 중 2개 영역에서는 1등급을 받았지만, 과탐에서 한 과목만 1등급이고 나머지는 2등급을 받아 불합격됐다. 이화여고의 한 교사는 "정확한 숫자는 밝힐 수 없지만 평소 언어에서 2등급이 나오던 학생 중 여럿이 실제 수능에서 3등급으로 떨어져 불합격했다"고 밝혔다. 특히 언어영역은 1등급(125점 이상)과 3등급(117~120점)의 차이가 불과 5~8점밖에 안 되는 등 고득점자가 몰리면서 한두 문제만 실수해도 등급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배화여고 이 부장은 "인문계는 만점자가 속출했던 언어영역에서, 자연계는 난이도가 들쑥날쑥했던 과학탐구 영역에서 평소 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부산 용인고 박만제 진학지도부장은 "수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도 정시에서 추가 모집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대학들이 정시보다 수시의 최저학력기준을 높게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