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는 스스로 한국어를 이해한다고 느끼고 있을 거다

만약 그렇다면 바로 위의 문장의 모든 단어들을 설명할 수 있나

설명할 수 없는 건 모르는 거다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상태이며 알긴 알지만 모르는 상태

뭐라고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냥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당연함의 함정이다

지식의 저주(내가 아는 걸 상대도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 같은 것도 다 그 당연함의 함정에서 비롯되는 거지

가르치는 입장뿐만 아니라 배우는 입장에게도 지식의 저주가 적용되고 있는 거지

공부할 때는 "쉽네, 다 알았다"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나중에 보면 몰랐다는 걸 깨달을 때가 올 걸

예를 들어서 the를 이해한다고 쳐보자

한국에서의 "그"와 같다

한국어에서는 "그"를 어떻게 활용할까

그 학교 =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 "그"를 붙이는 사람은 없을 거다(그 거지같은 학교라고 욕할 때빼고)

보통은 남의 학교, 오가며 지나치는 학교, 뉴스에 나온 학교, 아는 사람이 다니는 학교 등에 쓴다

엄마한테 학교 갔다왔어라고 말한다면 the를 붙일까 안 붙일까

mom, I went to school

mom, I went to the school

안 붙일 거다

아예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거지, 서로가 뻔히 알고 있으니까

그 학교라고 말해야 하는 경우는 뭔가 특별한 경우지

mom, I went to the school that I graduated

엄마, 나 그 학교 갔다왔어, 내가 졸업한 학교

무슨과 어떤의 차이는 알고 있을까

무슨 옷 사줄까 vs 어떤 옷 사줄까

한국어의 시제 표현인 었, 던, 고는(하곤 했다) 같은 표현들은 어떻고

한국어만 이해할 수 있으면 영어도 저절로 이해하게 될 거다

이런 식으로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영어도 이해하기 힘든 상태라는 걸 알아야겠지

얼추 느낌으로는 알고 있겠지만 정확하게 그게 뭔지는 잘 모른다

이건 원어민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들이 쓰면서도 자기들도 모른다

우리가 조사를 쓰면서도 그 조사가 정확히 뭔지 모르는 것과도 같다

은는, 이가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은는, 이가만 이해해도 영어 어순을 이해할 수 있을 걸

물론 언어를 이해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다만 대충이라도 자기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고 있는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였다

a 같은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는 평소에 언제 a를 쓸까

한국어는 수개념이 거의 없다

단수든 복수든 수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나무가 몇그루가 있든지 "야, 저 나무 봐봐"라고 말한다

"야, 저 한 나무 봐봐"라고는 안한다

대신 "여기 오다가 어떤 사람을 봤는데..." 이때는 a가 들어가지 어떤이라는 형용사 자체가 a의 의미와 연결된다

어떤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사람 한명을 의미한다

여러명이라면 어떤 사람들이라고 말하면 된다

(관사는 명사앞에 오니 기본적으로 형용사로 보길, a boy, the boy, this boy, that boy)

영어를 이해하기 이전에 한국어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부터 이해해보라는 얘기였다

영어에서 헷갈리는 개념이 나오면 이런 식으로 우리는 한국어로 어떻게 쓰는지부터 확인해보라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