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거나 도움의 말을 주실 수 있는 분이라면 답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20대 중반 대학생입니다. 30대 초반 누나가 있구요, 다름이 아니라 1년 전 아버지가 데려오신 한 아줌마 때문에 질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안은 1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잠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던 누나는 한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고, 저 또한 방황하며 세월을 보냈죠.
홀로 남겨지신 아버지는 십 수년 간 저희 밥을 차려주시고 교육도 신경 쓰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오셨던 거 같습니다.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에요.
아버지는 어떠셨겠습니까. 어린 시절 부부 싸움이 잦으시긴 하셨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이의 마음은 경험해보지 못한 저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이 있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의 행복을 위해 재혼을 적극 장려하고 괜찮은 여성 분을 만나셔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라왔었습니다.
누나와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사이가 그렇게 좋지 못 했습니다. 반면 저는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왔고 적어도 1년 전 그 아줌마가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제가 매일 말씀하시기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말을 3시간씩 넘게 들어드렸습니다. 그게 효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집안을 위해서 대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해서 학비를 내주시는 아버지를 위해 부담을 줄여드리려고 수석 장학금도 매번 받아왔습니다.
저도 아버지도 나름대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머리가 커서 본 아버지의 모습은 대화가 정말 안 통하고 화가 나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시며, 제대로 된 판단 능력을 가지지 못하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1년 전 데려오신 그 아줌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줌마가 들어오기 한 달 전 저희 가족과 그 아줌마는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 전부터 아버지가 어떤 사람을 만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번엔 잘 되기를 바랐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처음 본 아줌마의 모습은 얼굴은 굉장히 드세지만 성격은 활발하고 뭔가 우리 집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도 있는 사람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오래봐야 하니 일단 하루하루 지내보기로 했었지만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아줌마를 집에 데려오고 싶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 아줌마가 살고 계시던 전세 집 계약이 끝나가서 이 기회에 들어와서 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시길래, 저는 아버지의 행복을 위해서 백 번 양보해 괜찮은 사람이라면 데려와도 좋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누나는 극구 반대했고, 아마 집에 사람을 들이는 일의 무거움을 저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는 더 잘 알았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누나를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옳은 말을 해도 "너가 뭘 안다고 그래?" 하시며 제 말에는 동의를 하시지만, 누나 말은 그렇게 인정해주지 않는 성향이 있으십니다.
그래서 아마 제가 호의적으로 대했고 누나가 적대적으로 대했어도 그 의견 수용을 정확히 배분해서 한 것이 아니라 제 이야기만 듣고 괜찮다고 생각하시면서 무작정 데려오신 걸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순이 너무 잘못된 거 같습니다. 저희는 이 아줌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유대 관계도 전혀 쌓지 못했던 상태에서 앞 뒤 안 가리고 살림살이 다 끌고 저희 집 가구를 버리면서까지 데려오신 건 아버지의 명백한 잘못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잘 지내보기 위해서 '엄마라고 불러볼까?'하는 생각도 해보고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아버지와 아줌마 사이에 일부러 껴서 몸을 부대끼며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아버지 말을 매일 3시간 넘게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은 1. 아버지는 대화를 할 때 사람의 리액션을 살피지 않는다는 점, 2. 말을 두서가 없이 다소 장황하게 하시며 핵심이 뭔지 모를 미괄식 화법을 쓰신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버지를 잘 알고 있는 저는 아줌마에게 "저희 아버지가 잠깐 대학교수를 하셔서 원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말 하는 걸 좋아하고 생각보다 수다스러운 성격이시다. 소통에 장애가 있을까바 노파심에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저희 아버지의 행복이니 답답하시더라도 조금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고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아이고 아직 아빠한테 뭐 빼먹을 게 남았나보네?" 였습니다.
아마 그 말이 그 사람 입장에선 그게 장난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을 보는 통찰력이 있기에 하나만 봐도 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오신 기념으로 다 같이 고깃집을 갔습니다. 아버지가 운전을 하고 계셨고 아줌마가 조수석에 탔습니다. 저는 뒤에서 전방 주시 및 대화를 주도하며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 위험성도 없는 상황에서 아줌마가 호들갑을 떨면서 아빠 팔을 엄청 세게 때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운전하는 사람을 그렇게 때리는 건 위험할 뿐더러 저희 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이 너무 천박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저는 마음의 문을 닫았고 이제 더 이상 아줌마에게 잘 해드려야겠단 생각을 점차 접어갔습니다.
그 아줌마는 저희 집에 들어와서 저희와 대화도 안 하시고 싹싹한 저에게만 용돈을 주시고 차가운 누나에게는 돈 한 푼 안 주시면서 저의 환심을 돈으로 사려고 했습니다. 이건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어른이 되어 가지고 그런 치사한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을 보고 없던 정도 떨어졌습니다.
그 아줌마가 들어오셨을 적 그 아줌마의 가구는 전부 굉장히 낡은 것들이었고 들어오시고 나서 며칠 간은 벌레 한 마리 없던 저희 집에 온갖 벌레들과 심지어 고층 아파트인 집에 바퀴벌레도 나오고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도 그러시지만 본래 굉장히 깔끔했던 저와 누나는 용납을 할 수가 없었고 점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들어오시면서 본인 집에 있던 가구를 전부 들여올 수 없으니 어느 정도는 정리하고 들어오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을 내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저와 저희 누나를 대하는 태도,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 집안일에 전혀 기여하지 않고 더러운 습성,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소통의 단절, 명절 때나 가족 간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 등 저는 이 사람을 저의 어머니로 절대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해보려고 다 같이 몰래 식탁에서 녹음기를 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와 저희 누나는 이성적이었지만 아줌마 입에서는 정말 말도 안되는 대화가 오고 갔고, 또 다시 대화를 단절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아줌마를 몸으로 막고 아직 이야기 안 끝났다고 하니 헐리우드 액션을 하시면서 쓰러지는 걸 보니까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던 저는 자취방도 버리고 근처에서 하던 수학 학원 선생님 알바도 그만두고 집으로 들어와서 매일 아버지에게 제발 다시 생각해보면 안되겠냐고 이야기 하고 누나와 아버지의 중간 역할도 놓지 않으면서 아줌마를 내보낼 궁리를 연구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하고 있던 제 일들이 정말 중요한 일들이었는데 자식 앞길 막으면서까지 이러고 싶은지 아버지에게 굉장히 원망하는 마음이 듭니다.
매일 쌈닭처럼 싸우고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은 저는 혈압이 낮은 사람인데 고혈압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내보내려고 별 짓을 다 해봤지만 결과적으론 실패했습니다. 그 무엇도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저도 누나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누나는 불필요하게 독립을 하여 나갔고 저만 지금 집에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1년 동안 저는 나름대로 학교생활과 본가 생활을 병행하며 살아왔고 힘든 마음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저희 집에 머무는 시기 동안 별의 별 말을 다 들었습니다. 그 아줌마는 저희 아빠가 일이 없던 시절 "어디 백수 주제에!" 라는 자존감을 바닥으로 꺾는 말을 하고 계속해서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말을 서슴지 않게 했습니다. 어느 날은 아버지가 잠자리를 요구했다는 거를 제가 없을 때 누나 방 문을 열면서 "야 니 아빠가 너 있는데 지금 나랑 섹스하잰다" 라는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말 같은 걸 자식 있는 앞에서 했고, 주말에 제가 자고 있는데 큰 소리로 싸우며 서로 욕지거리를 하고 또 제 앞에서도 잠자리 문제를 거론하며 싸웠습니다. 그런 비상식적인 말을 하는 건 주로 아줌마였습니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둘이 끼리끼리 만나는구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여자를 사랑해주지 않는 남자와(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 같습니다), 남자를 인정해주지 않는 여자.
그렇지만 저는 지긋지긋합니다. 여전히 둘이 싸우고 나면 저는 아버지께 첨언하듯이 "저 여자는 아빠를 평생 사랑하지 않을 거야. 자기 딸한테 하는 거랑 아빠한테 하는 거를 보면 너무나도 다른 게 느껴져.", "아빠는 아빠 팔자 스스로 꼰 거야. 그거에 대해 책임을 지고 상처 받은 자식들을 생각하며 죽을 때까지 후회해봐. 친척들과 할머니도 다 같은 생각이야." 하며 말하곤 합니다.
포기하고 살다가 최근에 다시 희망의 불씨가 보여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근엔 아버지와 그 아줌마 사이가 정말 안 좋고 아버지도 들인 것을 굉장히 후회하고 계시는 것으로 느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찰을 부르든 주거침입죄같은 거로 법적으로 어떻게 하든 저 아줌마를 내보내서 저희 가정에 발생한 암세포를 떼어내는 걸 인생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아줌마의 주장은 이겁니다. "집에 들어올 때 버리고 들어왔던 가구들 다시 사 내"
전 가구들만 사줘서 해결될 문제면 당장이라도, 대출을 받아서라도 가구 살 돈 던져주고 밖에 내보내고 싶습니다.
집안 꼴은 풍비박산인데 밖에서는 밝은 척하고 좋은 사람으로 남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잘 해내고 있지만 자꾸 제 평화로운 일상에 해로운 것들이 들어오는 게 이런 것이라니 자괴감이 너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 거 같은데,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는 거 같아 무력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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