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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비도 오고 운전병 군생활 중 후회스럽고 창피한 기억이 있어서...

골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3.25 22:26:19
조회 934 추천 9 댓글 3

 

 

글을 써봅니다

 

 

 

운전병으로 전역하신 분

 

운전병으로 복무 중이신 분은 조금이나마 공감될 수도 있을거 같고

 

예비 운전병들은  시간이 아깝겠지만 한번 읽어보세요 ㅋㅋ

 

 

 

 

오늘 비가 꽤 많이 오네요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랜만에 빗속에서 운전을 하니

 

 

문득 현역시절이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고 창피한 기억이라

 

 

애써 기억해내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날 그 근무는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비행단 수송대대 일반중대 운전병으로 근무 하면서

 

 

비가 오는 날에 참 많이 운전을 했지만 그날은 특히 더 짜증나고 불쾌했습니다

 

 

 

 

제가 병장이 되고 한두달정도 지나서였을겁니다

 

 

그정도 짬이면 주말엔 편히 쉴 때도 될만하지 않나 생각을 했었는데

 

 

당시 수송대대에 대형차량 운전자(대형버스)가 모자라서

 

 

전역전에 면허증을 반납한 말년병장을 제외하고는

 

 

주말 토/일 중 하루는 무조건 근무를 뛰어야 했습니다

 

 

저도 그 주말엔 토요일에 부대초등학생들 등,하교 근무

 

 

일요일에 기지내 순회버스 근무가 있었죠

 

 

거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제가 기분이 팍 안 좋아지기 시작한건

 

 

일요일 6시에 조식순회버스 근무를 시작해서

 

 

수송대대에 복귀 했을 때였죠

 

 

주간조(주말에 배차실 배차계원들을 대신하는 근무자들)로 근무하던 후임들이

 

 

쭈뼛쭈뼛하면서  저에게  'xxx병장님 생활관 올라가서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오셔야 될거 같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주말 기지내 근무는 특별한 근무가 아니면 체련복으로 근무가 가능 했기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왜그러냐고 물어봤는데

 

 

'장거리 긴급배차가 떳는데 xxx병장님이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나름 짬도 먹을대로 먹었다고 생각했고

 

 

토요일 오전오후 근무에 일요일에도 새벽에 일어나 6시에 순회버스 근무를 나갔다 와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해도해도 너무 한다싶은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대형버스면 몰라도 작은차로 가는건데 

 

 

굳이 어제도 근무를 뛰었고

 

 

오늘도 근무를 뛰고있는 내가 또 장거리를 가야된다니....

 

 

내 밑으로 운전병이 몇명인데

 

 

생활관에서 지금 누워서 자는 애들이 몇명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완전 멘붕상태가 되어 있는데

 

 

마침 배차반장님이 배차실로 전화를 해서 저를 찾았습니다

 

 

'xxx야 미안한데  갑자기 장거리 근무가 생겼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른 애들 보내기엔 너무 걱정된다

 

 고생이 많겠지만 요번 주말만 버텨주면 다음 주말엔 꼭 쉬게 해줄게'

 

 

이런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상사가 저런식으로 이야기하는데 병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기운 없는 목소리로 '예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환복 하려고 생활관으로 올라갔죠 

 

 

 

그날 진짜 비가 많이 오긴 많이 왔습니다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대대로 내려와서

 

 

배차실에서 바로 앞에 있는 포르테로 뛰어가는데

 

 

전투복이 그 짧은 시간에 다 젖더군요ㅎㅎ...

 

 

 

긴급배차 된 근무의 내용은 정통대대 상사님과 함께

 

 

타비행단에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도 좀 무뚝뚝한 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기분이 안 좋다보니

 

 

표정이나 운전이나 많이 티가 났나봅니다

 

 

정통대대 상사님이 (성함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냥 편하게 이하 김상사님)

 

 

'주말에 갑자기 근무가 생겨서 기분 안 좋은거 이해한다

 

 나도 내가 가고싶어서 가는거 아니다

 

 그런데 우리끼리 서로 기분 나쁠 필요가 있냐?

 

 비도 많이 오고 하니까 

 

 안전하게 다녀오자'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나이 지긋한 상사가 병사에게 저렇게 말 할 정도면

 

 

그 당시에 제 태도가 얼마나 안 좋았는지 대충은 상상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때는 저 말을 듣고도

 

 

 

오직 그 당시의 내 처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습니다

 

 

'옆의 상사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가

 

 

다른 대대는 상병만 되어도 주말에 편히 쉬던데...

 

 

후임들은 지금 쉬고있겠지

 

 

주중에도 진짜 힘든 근무 많았는데 주말까지 이러네...'

 

 

 

여차저차 해서 근무는 끝났고

 

 

부대에 복귀했습니다

 

 

돌아올 때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고속도로에 차들이 비상등을 켜놓고 갓길에 서있거나

 

 

시속 20km정도로 기어다니고 있었는데

 

 

천천히 오다보니 저녁식사시간 끝나기 전에는 도착하더군요

 

 

 

김상사님과는 서로 수고했다라는 말과 함께 

 

 

그 뒤로 본적이 없습니다

 

 

 

아무튼

 

 

다음날 배차실로 찾아가서 배차반장님께

 

 

너무 하신거 같다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주말 이틀 다 쉬었던 다른 운전병들도 있는데

 

 

이틀 연속으로 근무가 있던 저한테 긴급배차 같은 것까지 시키는 건 너무 한거 같다고

 

 

그랬는데

 

 

배차반장님도 쓴소리는 못하시고

 

 

'최근에 많이 고생한거 안다

 

그래서 다른애 보내려고 했는데

 

대대장님이 xxx이 니가 젤 안전하고 믿음직스럽게 운전 잘한다고

 

너를 보내라 하시더라' 하고 달래주시더군요

 

 

 

 

 

 

 

지나고보면 별거 없는 이야기지만

 

 

주절주절 쓰다보니

 

 

스압이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짜증나고  왜 내가 이 근무를 해야하는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운전병으로 군대를 가서

 

 

비오는 주말에 이틀 연속으로 근무를 뛴 것이

 

 

그렇게 힘들고 짜증내야 했던 일인가?

 

 

이왕 하는 근무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고 웃으면서 근무를 했으면

 

 

나 하나 때문에 불편하고 불쾌 했었던 사람들이

 

 

편하고 기분 좋게 그날을 보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싶습니다

 

 

 

그만큼  그때의 제가 어리고 속좁고 모자랐다는거겠죠

 

 

사실 지금도 그때에 비해서 무슨 대단한 배움이 있거나

 

 

성장이 있거나 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약간의 생각의 차이일 뿐이죠

 

 

 

 

 

 

여기까지 횡설수설하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역하신 운전병들은 안전운전 하시고

 

 

복무중이신 운전병들도 안전운전 하시고

 

 

예비 운전병들도 꼭 안전운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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