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3일

상상도 하기 싫었던 그 날... 진주로 갔다.

군대 늦게 간 편이라 친구들한테 군대 얘기 지겹게 들어서 별 감흥 없었는데

막상 내가 간다니까 입대 직전 점심이 도저히 안 넘어가더라.

그리고 연병장에서 큰절하고 부모님이랑 ㅂㅂ하면 무슨 식별번호 같은거 준다.

1대대니 2대대니 하는건 그 날 식별번호 맨 앞자리 보면 알 수 있음.

여튼 이 때 가소대라고 해서 임시소대 편성되고 이것저것 검사하면서 4일 지낸다.

5일차 되면 집에 갈 사람들은 다 집에 가고 이 때부터 본격 시작이다.

조교들 눈빛, 말투, 목소리가 싹 바뀌고, 쌍욕 얄짤없이 날아온다. 그리고 이 때부터 대략 1주 정도 죽을 듯이 쫀다.

어차피 누구나 다 털리는 기간이라 자괴감 가질 필요는 없지만 최대한 피해 안 끼치도록 노력하자.

훈련 뭐가 어떻니 말하는데 그냥 다 하면 된다. 나도 군대 가기 전까지 운동이라곤 걷기도 안 했는데

가니까 다 된다. 힘들어도 옆에 동기들 죽을 듯이 참고 하는거 보면 나도 하게 된다. 이것이 진주의 기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딱 하나만 알려주자면 특기시험, 특히 일반병들 무조건 잘 봐라. 방법은 대충 반만 풀고 반은 답지에 바로 마킹하면 된다.

어차피 일부러 문제 다 못 풀게 시간 짧게 주니 건질 문제만 전략적으로 건져라.

여튼 이렇게 되면 6주 끝나고, 수료외박 다녀와서 특기학교 생활 시작한다.

특기학교는 훈련단에 비하면 ㄹㅇ별거없다. 훈련단이랑 똑같이 처음에 쫀다고 쪼는데 별 거 아님.

특기학교는 자기 특기에 따라 안 갈 수도 있고(훈련단 조교라던가), 최소 1주~최대 8주까지 지내게 된다.

특기학교 생활은 사람따라 의견이 분분한데 개인적으로 난 이 때가 말년 다음으로 군생활에서 제일 재밌었고, 편했다.

특기에 따라선 이 때 자대 경쟁한다고 서로 연막도 치고 하던데 그러지 말자.

집에서 10분거리 자대 가도 사람이 쓰레기면 군생활이 쓰레기고 집에서 4시간 거리 자대 가도 사람이 좋으면 그게 최고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자대로 가게 된다.

진주에서 각 자대별로 버스 다 태워서 보내준다. 여기서부턴 자대 따라 다 다른데 보통 신병교육 1주일 정도 시켜주고,

교육 끝나면 각자 부서로 배치받아 선임들이란 사람 보게 된다.

신병이라 잘해주든, 신병이라 쪼든 긴장 놓지 말되 얼어서 어버버하진 말자.

선임들도 사람이라 너희가 잘하면 처음에 쪼더라도 점차 대접해주게 된다(여기서 대접이란 떠받드는게 아니라 사람 취급 해주는 거다).

나같은 경우 전입 후 3달쯤 되니 완전히 적응됐고, 그 시점쯤부터 선임들이 날 대대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쭈우우웅구욱ㅇ구우웅ㄱ 21개월 정도

6주 혹은 8주에 휴가 나오고, 아 ㅅ발 복귀네 하면서 복귀 하고, 훈련 하고, 일 하고, 밥 먹고, 자고 눈 뜨고 하다 보면

말년 휴가라는걸 나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제대하는 날보다 이 날이 훨씬 기분 좋았다. 진짜 끝난 거 같다는 느낌 들거든.

그리고 복귀해서 며칠 있다가 전역 전 교육이란거 받고, 전역날 본부 앞에서 전역식 하면 24개월 끝이다.

이래저래 썼는데 보면 알겠지만 정말 뭐 없다.

인생에서 그렇게 ㅈ같은 시간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재밌었고, 갔다올 만 하다.

쫄지 말고 다녀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