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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병무청 오후 면접 후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36) 2015.04.01 15:25:00
조회 1191 추천 6 댓글 4
														

버스에서 병무청으로 향하는 길을 재촉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봄은 오는데, 나는 가는구나. 다들 행복해 하는데, 나는 반쯤 자괴감 섞인 시한부 행복을 겪는구나. 길 옆 노랗게 핀 개나리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넉넉하게 간질이는 햇볕과 살살 불어오는 봄바람은 병무청에 면접을 보러가고있다는 생각보단 여친과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불러 일으켰다. 물론 안타깝게도 난 모쏠아다다.

12시 20분쯤에 도착해 번호표를 뽑으니 내앞으로 이미 열명쯤이 와 기다리고 있더라. 대체 그들은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들인가를 가십거리로 삼으며 주섬주섬 자리에 앉았다. 대놓고 공갤을하면 저격이라도 당할까 싶어 별 소득 없이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으니 어느새 사람들이 꽤 들어차있었다. 키도 제각각, 옷도 제각각 입은 남정네들이 내앞과 뒤, 그리고 양 옆에 붙어 있는걸보니 그제서야 \'군대\'라는게 조금이나마 날 향해 발버둥치며 다가왔다.

그러던중 똑같은 뿔테에 똑같은 투블럭을 한 남정네들이 한결같이 고갤 푹 숙인 채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던 기괴한 그림 안으로 연분홍빛 옷자락이 나타났다. 면접 안내 담당처럼 보인 여자분이 성큼 성큼 앞으로 걸어나가 형광등을 키자 남정네들 대다수는 도둑질하다 들키기라도 한 양 움찔거리며 고갤 들어 그제서야 이 수컷들의 무리에 새로 입장한 여자를 직시했다.

남자들만 모여있는 이 시커먼 공기가 여자 하나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거구나. 나에겐 어릴적 검은색 물감에 흰색 아크릴을 섞었을 때와 비슷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1시 반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안내원 분의 설명이 시작됐다. 대다수의 내용은 이미 면접에 합격했다는걸 전제로 삼고 있었다. 입영 후 귀가 조치 등에 대해 열띤 설명을 하시던 공무원분의 안내가 끝나고 2시까지 휴식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잠깐 짬을 내 화장실에 들려보니 누군가가 버리고간 우황청심환 껍데기가 세면대 위에 덩그렁 놓여 있더라. 많이 떨렸나보다. 뒷처리까진 못하고 간 걸 보니.

면접관들은 2시가 되기 무섭게 입장했다. 가장 맨 처음은 흰머리가 드문드문 나있지만 강단있게 보이는 분이였다. 그 분이 1번으로 들어가는걸 보고 난 \'아 제발 1번만 가지말자\' 생각했었건만 10분정도가 지나서야 뒤늦게 대기실에 도착한 2번 면접관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깐깐함이 얼굴 위에 써있는 2번방 면접관을 보고, 그나마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3번방으로 들어갔음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내 대기번호는 3번방 위에 떠올랐다. 역시 세상은 날 중심으로 돌아가는것 같다. ^오^

방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인상의 면접관분이 날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그래도 난 며칠간 면접 예상 질문 리스트도 찾아보고, 답변도 머릿속으로 생각해놓은 상태였는데 누구말처럼 그딴거 하나도 필요없더라.

이번이 군대 몇번째 지원한거에요? 첫번쨉니다. 오, 그럼 한번만에 붙은거네? (웃으며)네...운이 좀 좋았습니다. (모니터화면을 잠깐 보시더니)나이가 좀 있구나? 아마...이것도 영향을 미쳤을거에요.합격하는데에. 아 그렇습니까? (고개 끄덕이며)응. 이번엔 97년생도 있더라구요. 빠른 년생이긴 하지만.

등등. 정말 친구 아주머니랑 대화하는것 같았다. 군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으셨는데 \'저희 할아버지께서 육군 대령을 지내셔서요, 어렸을적부터 국가에 대해선 당연히 충성해야된다고 배웠고...\'등등 안해도 될 말까지 굳이 꺼내고 나니 면접관님이 반색하시더라. 되게 좋은 할어버님 두셨다고. 그럼 군대 가기 싫다거나 그런 생각은 절대 안들겠다고. 난 우리 집에서 그런 얘기 꺼냈다간 할아버지한테 맞아죽는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군대가서도 잘 할것 같네\'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면접이 끝났다.

방을 나서자마자 긴장이 탁 풀렸다. 필요이상으로 긴장한것도 같아 속으로 머쓱하기도 했다. 아직 순서를 기다리며 자그마한 티비속 브라운관만 주시하고 있는 대기자들을 뒤로하고 군지원센터 건물을 걸어나오니 기분좋은 예감이 첫 데이트의 설레임처럼 느껴져왔다. 물론 난 모쏠아다다.

5월 진주에서 다시 만나자.

3줄 요약

1.병무청근처 GS에서 원플러스 원 행사 많이 함.
2.초코우유사면 쿠키도 같이 줌.
3.알바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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