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일.

 개 좆같은 마음 부여잡고 진주행 고속버스를 탔다.

 부모님께 큰 절 올리고 여러 행사를 마치고 난 후에 들어가게 된 생활관.

 모두가 좆같았을 거다. 하지만 6주간 같이 땀 흘리면서 굴러야 할 동기들이었기에 나는 내가 나서서 서로 자기소개하자고 분위기를 이끌었고,

 다행히 동기들 모두가 웃으면서 화기애애해졌다.

 같은 소대여도 생활관에 대략 20명정도(이젠 기억도 안난다. 한 방에 몇명이었는지)뿐이라서, 같은 소대지만 내 방에 있는 동기들이 특히 더 친했다.

 그렇다. 적어도 훈련병 신분일 때의 동기들은 말 그대로 친구와 같은 동기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는 내가 특기학교를 가면서 산산조각나버렸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 기술학교로 간 나는 약 30명 정도의 동기들로 인원이 확정되었다. 공군 714기중 내 특기는 이 30명이 전부였던 것이다.

 당시 자신의 성적은 절대 공개가 안 됐기 때문에 여기서 등장하는 속칭 쇼부가 상당히 지니어스 뺨치는 정치질이었다. 어차피 특기학교 성적은 거기서 거기니까 훈련소 성적으로 갈릴텐데, 서로 경쟁하지 말고 성적순으로 자대 짤라서 괜히 경쟁하지 말고 쇼부봐서 알아서 수준 맞게 가자는 것이었다.

 솔직히 집이 가락동이었는데, 성남비행장이면 시발 자대 바로 앞 정류장에서 2412 타고 10분만 가면 집이었다. 난 당연히 성남을 가고싶었다.

 당연히 성남을 가고픈 인원은 많았다. 내 훈련소 등수는 700등.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지는 싸움이기도 했다. 1500명 중 700등이면 성남 어캐 가......

 하지만 나는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방황의 길을 걸으며 속칭 신호등이나 삐끼를 많이 하면서 그쪽 세계에서의 눈치보는 법을 배우다 보니 뭘 숨기고 말을 하는 눈빛을 나는 알았다. 어렴풋이 몇 명이 등수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당시 성남 티오는 4명. 많은 숫자였다. 여기서 이제 대표병사(용어 까먹음. 당시 특기별 대장병사)가 생활관에서 공책에다가 성적을 나열하면서 하는 말이,

 누구누구누구누구가 성적이 좋으니까 얘네 성남 가는 걸로 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조율하자였다.

 만약 저 성적이 진짜일 경우엔 승산이 없고, 구라면 나도 걍 지원한다 이거였는데, 하필 4명중 3명이 내가 의심하고 있는 새끼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8명이 있는 내 생활관에서 애들을 모아서 선동을했다. 당연히 이건 조까고 아무렇게나 해야 한다고.

 쇼부 맘에 드는 동기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구세주가 등장했다.

 돼지에 가깝지만 그나마 훈련소 거쳐서 사람 형태는 되는 동기 한 놈의 가족중 공군 대령이 있었나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령이면 마음만 먹으면 자기 가족 한 명쯤은 알아서 데리고 올 수 있다. 하지만 내 동기는 그것을 거절했고, 대신 부모님께 전화할 시간에 대령 삼촌에게 전화를 해서 등수좀 알려달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훈련소 1300등정도인 이놈이 이 30명 중에서 8등이란다. 미친 시발 이러면 특기학교 성적이 거기서 거기가 아니라 이거 잘 보면 가능성 높아지는 거잖아;;

 그래서 우리 8명은(운좋게도 대령빽 동기랑 나만 성남을 원했고 나머지는 다 지방을 원하는 애들이었다.) 존나 빡세게 공부하기로 했고, 주말에 조교들이 축구할 인원 뽑을 때도 ㅈ까고 걍 안나가고 틀어박혀서 공부만 했다. 어차피 할게 별로 없었다.

 결과는 우리 8명은 원하는 곳 다 됐다. 우리 8명 때문에 모두가 좆됐지만,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모르지. 시발 죄다 어캐된거야 하는 표졍짓고 있는데 이 상황을 해석할 대가리 있으면 공군 왔겠냐 탈조센했겠지.

 그 자리에서 알게된 사실은, 성남 원했던 10새끼들 4명 다 구라였다. 제일 마지막 날에 버스탈때 구라친거였다고 하더라 게세끼들.

 그 이후로 나는 동기건 뭐건 그냥 사람 대 사람관계만 믿기로 했다. 동기 조까 씨발 내가 신뢰를 줬을때 나에게도 신뢰를 보여주는 사람 아니면 절대 안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