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자 탈모가 생긴 어느 중년이 병원에서 하루하루 머리털이 빠져가고 있었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탈모가 생겼고, 이후로 추풍낙엽이라는 말이 거들어 주듯 머리털이 순식간에 빠져 나갔다.

그 남자는 자신의 마지막 머리털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 자신의 생명이 다 하는 순간이라고 여겼다.

머리털이 없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일종의 중형이였으리라.

 남자는 활기를 잃은 채, 자신의 머리털이 다 빠져 나가는 때만을 기다려 갔다.

그 광경을 보고 도저히 참다 못한 그 남자의 부인과, 그 남자의 동생이 병문안을 왔다.

"당신, 왜 이래요! 그깟 머리털 빠진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부인이 남자에게 비명을 지르며,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신경 꺼 이년아… 네가 뭘 알아……. 너는… 머리털이 안 빠져서 모르겠지만… 머리털이 빠지면 죽는거야… 죽는 거라고……."

남자는, 그 여느 때보다 묵묵하고 차갑게, 느리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 동안에도- 머리털은 멈출 줄을 모르며 밀려오는 물에 쓸려나가는 모래더미처럼 빠져나갔다.

"형…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남자의 동생이 책망하듯이 말하며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 

 남자는 동생이 병실 문 밖으로 나가는 그 순간의 뒷모습이, 자신이 본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굳게 믿었다.

머리털이 빠지면 죽으니까, 머리털이 열 댓가닥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마지막 모습이라고.

남자는 울며 잠자리에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저 세상에 가있으리라고.

 끼익- 하며 병실 문이 다시금 열렸다.

바닥에 검은 물이 툭- 툭- 하며 떨어져 내려온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동생이 들어온다.

동생은 한 손에 커다란 붓을 들고 와, 형의 머리에 검은 물감을 온 누리를 덮을 듯이 발라주고는, 이내 아무 일도 없는 듯 밖으로 나갔다.

"선물이야. 형."

그와 동시에, 억세게 버티고 있던 마지막 머리털이 빠져나갔다.

아니, 마지막 머리털이 아니다.

물감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머리털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