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반복되는 장면전환, 지나치게 다채로워 어지러운 색채, 거의 등장하지 않는 배경음악, 불친절 가득한 개연과 설명.
뜬구름 잡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싸움에서 간신히 몇 가지 의미를 붙잡아 보겠습니다.
그리드맨, 다이나제논 = 백신 / 괴수 = 바이러스 / 마을 = 사이버 세계 / 아카네 = 현실 세계의 인간이라는 해석을 전제로 출발합니다.
작품은 주인공 일행이 사는 마을에 괴수가 등장하며 시작됩니다.
괴수를 막기 위해 그리드맨이 된 주인공은 동료들과 협력해 괴수를 무찌릅니다.
극이 진행되며 그리드맨의 비밀, 괴수의 정체와 흑막, 세계의 비밀과 과거 등이 밝혀지지만
이야기 속에서 그 모든 걸 온전히 캐치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그리드맨>의 형태는 평범한 괴수물과 달리 일그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을을 때려부수는 괴수와 거기에 대항하는 거대 히어로,
3단 합체와 로봇 변신과 같은 일반적인 괴수물의 전형은 물론
에바의 영향이 아직도 짙게 남은 음침한 분위기와 꺼림칙한 풍경까지.
트리거는 그리드맨 시리즈를 통해 그들의 오타쿠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세계 속 세계라는 독특한 설정과 그것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방법까지 말이죠.
<그리드맨>은 일반적인 특촬물의 양상에 트리거의 색깔이 잔뜩 더해진 독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 속 세계가 가상의 공간이라는 힌트는 관음적인 앵글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집착에 가깝게 보여주는 이러한 시선은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의 그것과는 달리 왜곡돼 있습니다.
감독은 시청자가 <그리드맨>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감춰진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게 합니다.
등장인물의 입장에 몰입해 감상하는 걸 방해하고, 타자의 시선으로 관찰하게끔 만듭니다.
작품 속 많은 장면에 배경 음악이 깔리지 않은 까닭도 같은 맥락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드맨>은 대중적인 오락성을 지닌 재밌는 작품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히로인, 그리고 빌런의 이야기를 풀어감에 있어 굉장히 답답하고 지난한 연출 방식을 택합니다.
그들의 대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조명되고 카메라가 빈번하게 전환될 뿐, 이렇다 할 음악조차 깔리지 않습니다.
지리멸렬한 대화가 끝나면 매 화의 마지막에는 괴수가 나타나고, 그리드맨은 이를 무찌릅니다.
이러한 전개가 <그리드맨>과 <다이나제논>에서 계속해서 반복될 뿐입니다.
앞선 이야기는 <그리드맨 유니버스>로 넘어가며 변화를 맞이합니다.
시리즈의 최종장인 유니버스에선 로맨스의 비중이 짙어지고, 작품에 청춘의 색이 입혀집니다.
마지막답게 트리거는 열혈을 불사르고, 언제나와 같이 폭주를 개시합니다.
실사를 비롯한 특별한 시도도 곁들여지고, 과정과는 별개로 아름다운 마무리이기에
작품의 팬으로서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완결편입니다.
몰입도가 뛰어나고 다음 화가 궁금한, 재밌는 애니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 작품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회자되는 히로인들의 디자인, 괴수와 특촬을 소재로 삼은 독특함,
트리거의 폭주 액션에 더한 색다른 세계관과 연출까지 지닌 애니이기에
특별함이 있는 색다른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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