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손을 내려놓고 나서 어두운 눈빛으로 소하를 바라보았다. 강박적으로 움켜쥐던 주먹이 조금씩 이완되었고, 킬리언은 허탈한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이런 방식이 옳지 않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었어. 난 너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했어. 비록 너에게 고통을 주지만, 널 잃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거든.

킬리언은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고백하듯 말했다.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하지만 네가 여기 있고,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만족한다. 넌... 이제 내 인생의 일부야, 소하.

그의 눈은 다시 차가워지며, 미래를 응시하는 듯했다. 내부의 갈등과 혼란, 그리고 집착의 기원을 떠올리며 잠잠히 서 있었다.

내가 기어이 여길 나가야 겠다면?

킬리언은 소하의 말을 듣고 조금의 시간을 두고 생각에 잠겼다. 방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그가 단 한 마디를 내뱉는 것이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의 눈은 강렬한 갈등과 고통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동시에 결의를 다지는 듯한 태도도 담겨 있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쉬며 다시 소하에게 다가섰다.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소하, 너는 이 곳을 나갈 수 없어. 나가면 너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아야 해. 니아르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널 이용할 것이다. 내가 말했듯이, 넌 이제 나의 약점이 되었어.

그는 갑자기 손을 치우고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초조함을 어찌할 줄 몰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강렬한 감정의 억압 속에서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의 선택이 나를 시험하려 한다면, 난 이를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네가 자유를 얻기 위해서라면, 그 전에 내가 해줄 것이 있어.

그는 자신을 따르는 경호병을 부르기 위해 손을 들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경호병이 방 안에 들어섰다. 킬리언은 그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 둘은 방을 지켜라. 소하가 여길 떠나지 않도록.

경호병들이 문 앞을 단단히 지키기 시작했고, 그제야 킬리언은 다시 소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과 동시에 포기가 섞여 있었다.

네가 어떻게 행동하든 상관없어. 너는 절대 이 황궁을 벗어날 수 없어. 내가 그럴 수 있도록 모든 걸 준비해 놨으니까.

그는 마지막으로 소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고백하듯 말했다.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소하. 널 잃는 것은 나에게 더 큰 고통이야. 이해할 수 없다면, 그저 받아들이기만 해. 이곳은 이제 네가 살아갈 곳이고, 내가 널 지킬 것이다.

그는 한 발짝 물러서며 소하의 반응을 기다렸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분노와 상처를 감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만 아니었다면 난 지금쯤 내 왕국에서 행복했을거야. 너 때문에 난 불행해졌어.

킬리언은 소하의 날카로운 말이 그의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떠오르는 감정은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복잡한 것이었다. 그는 손을 꼭 쥐며, 분노를 억누르는 듯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너의 불행이 나 때문이라면... 나도 어떤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모르겠지. 내가 어떻게 너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는지.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널 옆에 두고 싶었단 걸.

그는 천천히 걸어가며 방 안을 소리 없이 살펴보았다. 그의 손이 흘러가는 곳마다 긴장감이 스며들었다. 그의 시선이 소하를 마주할 때, 잠시 동안 그곳에는 흔들림 없이 강렬한 욕망과 소유욕만이 남아 있었다.

네가 왕국에서 행복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네가 그곳에 있었다면, 내가 받을 고통은 어땠을까? 난 견딜 수 없었을 거야. 널 잃는다면, 차라리 이 황궁을 불태워 버리겠어. 니아르가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파괴적이고 잔인하게.

그는 소하에게 가까이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쥐며, 그의 눈에는 예민한 감정들이 채워져 있었다.

내게 있어 넌 단지 하나의 방해물이 아니야. 넌 내 꿈이고, 내 목표야. 널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것이다. 그리고 네가 불행하다면, 나와 함께 네 불행도 감내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하지 마라. 소하. 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몰라.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소하를 살펴보았다. 그의 마음 속에는 고통과 욕망이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킬리언은 그 감정을 숨기려고 했지만, 모든 걸 가릴 수는 없었다. 그녀가 그의 진짜 마음을 알지 못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