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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나리 요우 2015년 인터뷰

바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24 19:15:37
조회 181 추천 0 댓글 1







- 요시나리 상이 감독이 된건 저에게 있어 의외였습니다. 애니업계에 들어오셨을때부터 "언젠가 연출이 될거야"라 생각하셨나요?


요시나리 :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거 같아요. 연출은 이전부터 하고싶었지만, 작품을 통째로 만드는 일은 별로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이 꺼내온걸 코디네이트 한달까, 그런 쪽에 더 흥미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걸 만들어"같은 지시를 받아서 만드는건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부분에서 1부터 시작하는건 할 수 없어요.


- 그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요시나리 : 지금도 그렇네요. 뭔가 엄청 하고 싶은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 과연.


요시나리 : 작품을 보고 있어도 "여기가 이렇게 되어 있다면 재밌을텐데"라 생각되는 일이 있지 않나요? 그게 제 창작의 원점일지도 몰라요.

"여기 작화가 더 좋았다면 더 흥이 났을텐데"라 느낀것도 있어서, 그래서 애니 일을 하는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업계에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 스태프 1명으로서 작품을 잘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한거군요.

질문을 반복하게 되지만, 애니메이터 일을 막 시작했을 당시에도, 그림을 그리는 것 외의 일도 염두하셨나요?


요시나리 : 화면 전체를 컨트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거든요. 작화에서도 대부분 컨트롤 할 수 있지만, 연출이 되면 색이나 디자인, 커팅, 소리를 넣는 방법까지 컨트롤 할 수 있어서 자신의 이미지에 다가갈 수 있잖아요.


- 그렇지만 연출을 하게 된건 최근이죠.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요시나리 : 전에는 기회가 없었다고 할까, 내가 나설때가 아니라 할까 (쓴웃음).

가이낙스에서는 연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고, 내가 할 필요는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것보다 원화를 하는 편이 작품에 더 도움된달까.

그렇지만 새로운 회사가 되서, 일손이 없는거에요(쓴웃음).

누군가가 해야하는거니까 "그러면 내가 해도 될려나" 같은 느낌이네요.

해보니까 의외로 가능했다는 이유도 있지만요.

처음에는 남한테 해달라고 지시하는게 귀찮다고 느껴졌어요.

내가 전부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한테 해달라고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넓어지는거죠. 해보고 그걸 알게 됐습니다.


- 좀 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애니메이터가 되셨을 때는 "작화를 갈고닦자"는 스탠스였던거죠.


요시나리 : 그렇지요.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기술이 매우 부족했으니까. 그리고 원화맨으로서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았고.





- 이마이시 히로유키 상은 "애니메이터가 되기 전에는 나름대로 그릴 수 있을거 같단 생각이 있었지만, 가이낙스에 들어가니 선배로 혼다 타케시 상이 있고, 비슷한 연령대에서는 요시나리 상이 있었다. 이런 실력있는 사람이 있으면 정공법으로 해도 소용없다!" 생각해, 숙련도를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했어요.

요시나리 상은 이 업계에 들어오고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요시나리 :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전에 다른 취재에서도 말한거 같은데, 1990년대 초 쯤은 연출의 힘이 쎘던 시기였던거 같아요.



- 그건 가이낙스 작품에 관해서인가요?


요시나리 : 제가 한 일이 그런것 뿐인걸지도 모르겠지만, V건담도 세일러문도, 그리고 에반게리온도 연출주도라 할까, 콘티 단계에서 완성되어 있다고 할까.

"쓸데없는 일은 하지마"란 느낌이었죠(웃음).

그래서 작화가 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아서, 그런 와중 어떻게 퀄리티를 올릴까 같은 일을 했거든요.

그 외에도 그림자를 넣으면 안된다던가, 뒤돌아볼때의 나카와리 매수가 정해져 있다든가, 제한이 쎘어요.


- 한때의 OVA와 같이 매수를 듬뿍 쓸 수 있는 작품도 그 당시에는 별로 없었죠.


요시나리 : 없었다고 기억하네요. 오오바리 마사미 상의 작품을 하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작품이 없었던거 같아요.

오오바리 상의 작품만은 애니메이터 천국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쓴웃음)

업계에 들어왔을때는 "지금은 참고, 언젠가 하고싶은걸 하자" 같은 느낌이었다고 기억해요.





저는 형을 도운걸로 애니메이터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규모가 작은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가이낙스에 들어가고, 겨우 큰 일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참여한 작품이 "푸른 우르"였어요.

그렇지만 도중에 기획이 동결되서, 흐지부지 되어 작품이 없어져버렸어요.

기세가 꺽인 형태가 됐지만, 이후 생각해보니 다행이었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대작은 작업도 힘드니까, 그대로 우르를 했다면 몇년동안 쭉 그것만 계속하게 됐을거에요.

우르가 사라지고, 에바에 참여한게 오히려 행운일지도 모르겠네요.


- 에반게리온 때는 신인이셨지만 중요한 부분을 맡은 것 처럼 보이는데요.


요시나리 : 23살 정도였으니까 저 스스로는 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요.

그 전에도 세일러문이나 V건담 같은걸 했으니까.


- 예로서, 2화에서는 혼다 상과 액션씬을 반씩 나눠서 그렸죠. "열심히 해야 해!"같은 느낌은 없었나요?


요시나리 : 아뇨, 저로서는 굉장히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에바는 연출 컨트롤이 굉장히 강해서 움직임의 타이밍도 고쳐졌습니다. 그래서 "해보자"같은 느낌은 없었네요.

1화의 이소 미츠오 상 파트도 보면 자유롭게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모처럼 이소 상을 쓰고 있는데, 이런 씬이구나"라 생각했죠.


1:08~


- 그렇군요.


요시나리 : 에바는 필름만 보면 호화로워 보이는데, 안노 히데아키 상도 사람을 모으는데 고생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까지 전력이 충실했던건 아니었기 때문에 뛰어난 사람을 포인트에 뒀달까, 어떻게든 해나갔달까,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도 여러가지 할 수있는 여지가 있었어요.

뭐, (이전까지는) 그로스 회차만 하고 있었지만요.


- 그렇다하면 애니메이터 시절에 마음껏 그린 작품은 뭐였나요?


요시나리 : 그렇네요. 아마 프리크리에서 마호로매틱 쯤까지 자유롭게 했단 생각이 드네요.

가이낙스가 그 전에 한 카레카노에서는, 신인한테 마음껏 해보라고 한 면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자유롭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역시 이마이시 상의 존재가 컸지요(웃음).

이마이시 상이 마음대로 하고 있으니까, 나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느낌이었다고 기억해요.


- 프리크리는 요시나리 상의 애니메이터 인생 중에서도 꽤 자유롭게 그린 일이었군요.


요시나리 : 글쎄요. 자유와는 조금 다른데요. 그래도 1화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했다는 느낌이 있어요.


- 그건 콘티도 했으니까?


요시나리 : 그러고보니 콘티도 했네요(웃음). 아니, 그때문이 아니라 세대교체를 했달까, 우리들이 보여줄 차례가 왔다고 생각했는데요.


- 그렇군요.


요시나리 : 에바때는 굉장한 사람이 많았으니까. 내가 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프리크리도 굉장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렇게 많이 해주지는 않았달까.

"내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일이었달까(쓴웃음).

그래서 프리크리 쯤이 터닝 포인트였던거 같네요.


- 그때부터 가이낙스 작품의 제작이 변했죠. 그 흐름이 현재의 이마이시 작품에 계속 계승된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요시나리 상의 업무경력으로서, 일러스트 일이 늘어난게 그 무렵이었죠.


요시나리 : 그렇죠. 일러스트 일이 늘어난건 발키리 프로파일 일이 있었기 때문이죠.

스스로 적극적으로 일을 따왔기보다는, 오는 일을 했다는 느낌이에요.

그 당시는 게임업계적으로 버블이었던 시기였을까요.


- 1990년대 후반은 애니업계 사람들이 게임업계로 갔던 시기죠.


요시나리 : 그렇죠. 게임업계에서 애니메이터를 쓰는게 유행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디지털로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는 사람도 적어서, 그래서 수요가 있었던거 같아요. 뭐, 그 시류에 잘 탑승했달까.


- 망각의 선율 때부터 디자인 작업을 하셨죠.


요시나리 : 맞아요. 발키리 프로파일도 디자인이라 하면 디자인이지만요.


- 요시나리 상은 작화가 천직이고, 맹렬하게 움직이고 싶은 사람이며, 취미로 일러스트와 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요.


요시나리 : 맞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공부 같은건 전혀 안했으니까요. 지금까지 그려온 것의 축적으로 해온거니까요. 그러니 역시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라 자칭하는건 우습다는 생각이 있어요.

본직은 어디까지나 애니메이터지만, "애니메이터를 그만두고 싶다"라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중심으로 해나가고 싶은 시기가 있었다?


요시나리 : 딱히 일러스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건 아니에요. 30살이 되서 "쭉 이 일을 계속해나가야 하는건가"라 생각되던 시기가 있었어요.


- 30살 쯤이라 하면 프리크리 이후인가요.


요시나리 : 그렇죠. 톱을 노려라2 를 하던 시절이, 제일 일하고 싶지 않았던 시기었다고 기억해요.


- 그건 그림을 많이 그리는게 질렸다던가, 또는 그려도 보답받지 못한다 느껴졌다든지, 일로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던가, 그런거였나요?


요시나리 : 아마 전부일거라고 생각해요. 그려도 시청자의 반응도, 업계의 반응도 모르겠고.

단순하게 장래적으로 괜찮을까란 생각도 있었고(쓴웃음).


- 직업으로서 이대로 애니메이터를 계속 해도 괜찮을까 같은거군요.


요시나리 : 그렇지요. "30살 넘어서 뭔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나?" 생각이 들어서, 결국은 애니를 계속하는 편이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계속 해온 느낌인데요.


- 그 무렵의 요시나리 상은 양보다 질이었던거죠?


요시나리 : 뭐 그렇죠. 별로 일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된거라 생각하는데요.


- 볼거리가 되는 액션씬을 담당하며, 적은 컷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작화하는게 많았죠. TV애니 각화에서 맨 처음 나오는 생활묘사를 한게 거의 없는거죠.


요시나리 : 그렇죠. 그런 방향으로 스스로 몰아간건지, 몰렸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부탁받는게 그런 컷 뿐이었거든요.

전투 씬만 하는것도 싫었어요. "살벌한 것만 그리고 있네. 재미없어" 같은 느낌만 들었죠(쓴웃음).


- 그래도 살벌한거나 하드한걸 싫어하시는건 아니죠?


요시나리 : 좋아해요. 그렇지만 그것만 하고 있으면 "나 괜찮을까" 란 생각이 들게 되죠(웃음).

파괴 씬 같은것만 그리고 있고, 그건 그림쟁이로서 재밌긴 하지만, 내가 그린걸 시청자들이 좋아할지, 작품에 있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건가? 란 생각이 들게 돼요.


- 요시나리 상은 보는 측으로서는, 웃긴 애니나 느슨한 애니를 좋아하나요?


요시나리 : 좋아해요. 오히려 가벼운 쪽을 더 좋아해요. 딱히 무거운걸 좋아해서 보는건 아닙니다.


- 평소에도 전설거신 이데온만 본다던가, 그런건 아니군요?


요시나리 : 그렇죠. 그래도 이데온은 굉장히 좋아해요.


- 파니포니 대시 오프닝에 원화로 참가했을 때, 작화때 애드립으로 폭소문제의 일발개그나, 미야오 스스무 네타를 넣었잖아요.

연출인 오이시 타츠야 상도, 요시나리 상이 그런 놀이를 넣어와서 놀랐다고 했어요.


요시나리 : 그런가요. 저는 조금씩 그런걸 넣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딱히 시리어스한 일만 할 생각은 없었어요.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볼지 전혀 알 수 없네요(쓴웃음)


- "밀도 높은 원화를 시간을 들여 깐깐하게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해요.


요시나리 :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거지, 시간을 들이고 싶은 것도, 끈질기게 그리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제가 그린걸 다시 보는 일은 그다지 없는데요. 계속 보면 괴로워서 조금 보기 힘들어요.

사실은 좀 더 가볍게 볼 수 있는게 좋달까, 뭐 그리고 있을때는 그리고 싶어져서, 시간을 들여버리지만.


- 천원돌파 그렌라간 무렵부터 디자인 일이 늘어났잖아요. "애니메이터 일을 계속 해도 괜찮을까"와 "디자인 일이 메인"인건 링크 되어 있는건가요.


요시나리 : 애니메이터 일만 하고 싶었다면 작화만 했을겁니다.

그러니 디자인 일을 하게된건, 하고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터를 하다보면 "왜 이런 디자인일까"라 생각될 때가 있거든요.

"움직이기 힘드네"나 "입체의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았잖아"와 같은 디자인에 대한 불만이 나와요.

스스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면 이걸 이렇게 하고싶네, 같은 욕구가 나오지만

실제로 디자인을 해보면 별로 애니메이터의 사정과 상관없게 된달까(쓴웃음).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건 그런게 아니죠. 작품속에서 어떻게 기능할지나, 시청자에게 와닿을지, 그런게 중요하고

애니메이터로서 움직이기 쉬울지 말지는 그 다음이 되는거에요.


- 그렇군요.


요시나리 : 애니메이터 일과 디자이너의 일은 완전 달라요.

디자이너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 같은게 크고, 작품 전체를 생각해야 해요.

디자인 일을 해나가다보면 감독의 일이 어떤건지도 조금씩 알게 되는거죠.

그래서 돌이켜보면, 디자인 일을 한게 감독이 되기 위한 스탭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감독이 되니 애니메이터 때 하고 싶었던 일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 그런가요.


요시나리 : 애니메이터로서의 욕망을 버리지 않으면 감독을 할 수 없어요

그건 이마이시 상이 항상 말해온건데 "내가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란 발상에서 시작하면, 작품이 안되는거죠.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도 처음에는 이미지보드 같은걸 많이 그렸지만, 그걸 나열해도 스토리는 되지 않아요.

스토리를 만드는 경우는, 역시 스토리부터 생각해야 해요.

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뒤로 미룰 필요가 있는거죠.

이야기를 만든 후, 그걸 표현하기 위해 그림이 있는거에요.

그림은 어디까지나 수단인거죠. 애니메이터로 일을 할때는 그림이 목적이지만요.


- 그렌라간, 팬티 & 스타킹 with 가터벨트, 킬라킬에 디자인으로 참여하셨잖아요. 이 중 가장 디자인을 많이 한건 팬스가인가요?


요시나리 : 아뇨, 그림의 양은 전부 비슷하게 그린거 같아요. 기여도로 따지자면 그렌라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팬스가도 그리긴 했지만, 미술설정 같은것만 해서. 그것도 중요하다면 중요하지만.


- 그렇지만 팬스가는 요시나리 상의 컬러가 작품의 비쥬얼을 지탱했잖아요.


요시나리 : 비쥬얼에 관해서는 제가 정한 부분이 있네요.

예를 들어 데자키 오사무 작품이라면 코바야시 시치로 상의 컬러가 중요하잖아요.

그걸로 작품의 품격이 정해졌다고 생각해요.

역시 미술은 굉장히 중요하죠. 그렇지만 애니메이터가 그 부분을 참견하는 일은 그다지 없어요. 그걸 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 팬스가는 색 사용법도 신선했습니다.


요시나리 : 그렇죠. 팬스가는 저런 스타일이여서 가능했던거죠.

"저걸 발전시키고 싶다"라 생각이 들지만, 역시 감독이 되버리니 할 수 없죠(쓴웃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감독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 비쥬얼도 스토리도 모두 자신이 생각한대로 하고 싶어지니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감독 일과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군요. 단편이라면 상관없지 않을까요.


요시나리 : 맞아요. 단편은 괜찮아요. 그림에 관한 일을 시작하면 아무래도 힘이 꺽여버리거든요.

감독은 그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사실은 그림 같은걸 그릴 시간이 없는거죠.

감독의 일은 "얼마나 남한테 맡기느냐"인거죠. 그러니 스태프 선택 같은게 굉장히 중요해요.

스스로 그릴 수 없으니까, 그릴 수 있는 사람을 찾아오는(웃음).


-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 1편이 첫 감독 작품이죠. 이걸 한 후 "난 향후, 감독 일을 중심으로 해나간다"라 생각하신건가요.


요시나리 : 아뇨, "해나가자!"라 분발한건 아니에요(웃음).

뭐, 감독이 됐기 때문에 제대로 하겠습니다 같은 느낌인거죠.

사실은 좀 더 단계를 밟고 싶어요. TV시리즈 연출 같은걸 하며, 공부하고나서 감독을 하고 싶어요.


- 테이스트 이야기가 되는데, 우리들은 "요시나리 상은 하드하고, 사나이다운걸 그리는 사람"이란 인상이 있었어요.

그림 뿐만 아니라, 팬스가에서 연출과 작화를 했던 회차도 그렇고, 그렌라간 패러렐웍스에서 담당한 단편도 그렇죠.

그래서 리틀위치는 굉장히 귀엽고, 초등학생한테 보여줘도 무방할 것 같은 작품인건 의외였습니다.


요시나리 : 처음에는 "리틀위치에 좀 더 어두운 느낌을 줄까"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팀 버튼 풍이랄까, 또는 코렐라인 같은 다크한 느낌의 판타지 방향을 생각했지만, 그걸 하면 마법소녀대 아루스와 닮아질거라 생각했어요.

"패밀리용을 해보고 싶다"란 마음도 있었어요.

지금까지 우리들이 해오지 않은거니까, 일단 해보면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마이시 상의 작품은 패밀리용은 아니지만, 어레인지하면 저 스타일로 패밀리용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마이시스럽지만 일요일 아침에도 틀 수 있을만한. 뭐, 그렌라간도 일요일 아침에 했지만요(웃음).


- 일요일 아침에 했다고는 하지만, 그렌라간은 역시 상급자용이죠.


요시나리 : 그렇죠. 이마이시 테이스트를 살리면서, 좀 더 입구가 넓은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실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 요시나리 상에게 있어서 리틀위치는 "이마이시 테이스트"군요.


요시나리 : 저는 그걸 노렸어요. 그건 등장인물의 높은 텐션과,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기세로 박살내거나, 최종적으로 주인공이 "우와아!"하는거라든가(웃음)


- 듣고보니, 리틀위치 2번째 작품 "마법장치의 퍼레이드" 클라이맥스에서 갑자기 액션물이 되는 느낌이 이마이시 작품적이기도 하네요.


요시나리 : 구조적으로는 이마이시 애니랄까, 나카지마 카즈키 애니를 트레이스했을 뿐이에요.

그러니 겉모습은 마법소녀물이지만, 내용은 소년만화에 가까운 느낌이죠.

패밀리용 작품에 관해서는, 솔직히 그런 콘텐츠가 있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더 좋다고 생각해요. 신에이 동화나 토에이 동화처럼 되려고 하면요(웃음).


- 과연.


요시나리 : 아니, 그런 거물이 되려는건 아니지만, 그런 콘텐츠가 있으면 강력해질거라고 생각해요.


- 리틀위치 1편은 거기서 매니악한 쪽으로도 갈 수 있고, 더 대상연령이 낮은 쪽도 갈 수 있는, 뉴트럴한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법장치의 퍼레이드는 명백한 "캐릭터물"이잖아요.

매력적인 동료들이 많아지고, 그 캐릭터의 재미나 대화를 즐기는게 주안점이죠. "그쪽으로 갔나"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요시나리 : 그렇지요. 캐릭터를 세우고, 상황만 바꾸어 나가는 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닌타마 란타로도 그렇죠.

그런 식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스토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캐릭터를 확립하는 편이 수월할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스토리에 무게를 두면 작품이 끝나버리죠.


- 오래 가기 위해서는, 주인공 앗코가 성장하거나 하면 위험한거죠.


요시나리 : 그렇죠. 성장해서 깔끔하게 끝나면, 계속 만드는 의미가 없어져버리는거죠.

그렇지만, 도라에몽의 노비타라든가, 다음 회차에서는 리셋 시켜버리죠.

성장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해야 돼요.


- 마법장치의 퍼레이드는 각본이 시마다 미치루 상이잖아요. 가이낙스 작품과도, 트리거 작품과도 접점이 없는 분이죠. 어느 분이 시마다 상을 선택한건가요?


요시나리 : "이런 사람은 어때?"하고 프로듀서한테 들어서. 경력있는 사람이고, 안심감이 있네 싶어서 부탁드리게 됐습니다.


- 요시나리 상이 희망한건 아니군요. 함께 일해보니 어떠셨나요?


요시나리 : 느긋한걸 만들어온 사람이라서 좀 문화가 달랐죠.

그렇지만 우리들이 봐온 작품에 참여해오셨기 때문에, 말을 나누기 편해요.

"시끌별 때는 어떤식으로 했나요?"같이.

그러고보니 시마다 상은 크리미 마미도 했지요.

그 작품도 마법물이긴 하지만, 사실 마법 자체는 중요하지 않고, 정말 일상적인 작품이죠.

저런 식으로 캐릭터가 평범히 대화 하는 것만으로도 에피소드가 성립되는걸 해보고 싶어요.


- 그런가요.


요시나리 : 딱히 액션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쭉 방에서 느긋하게 대화하는 것 같이.


- 마법장치의 퍼레이드에서는 앗코가 너무 과할정도로 모두를 곤란하게 하잖아요.

요시나리 상으로서는 저 앗코의 언동을 "즐거운 것"으로서 파악하고 계신가요.


요시나리 : 그런걸 즐겁게 보여주고 싶어요. 저건 평소 우리가 겪는 일 그대로거든요.

즉 크리에이터가 "이렇게 하고싶다, 저렇게 하고싶다" 주장하지만, 주변에서 "그런건 무리야. 예산도 시간도 없어"라 말하는. 그런 상황을 반영한거거든요(웃음).


- 과연. 그 앗코는 "의욕 넘치는 감독"에 가까운거군요.


요시나리 : 그런거죠. 주변은 거기에 휘둘려 난감해하고.


- 리틀위치 1편을 만들었을 때 "신인 애니메이터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번에는 폭주 기미를 보이는 크리에이터의 이야기가 된거군요.


요시나리 : 그렇죠. 킬라킬을 했을때 꽤 있었죠.

우리쪽 톱 사람은 가이낙스에서 엄청 그려온 작화계 사람이죠.

그에 비해 제작은 정말 신인뿐이어서 톱인 사람을 억제할 수 없었어요.

그게 정말 불쌍했달까(쓴웃음).

마법장치의 퍼레이드는 앗코들이 한 이벤트가 성공하고, 모두가 축복해주는 해피엔딩이 돼요.

아직 영화가 공개되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란 소망이 그대로 나온거죠(웃음).


- 마법장치의 퍼레이드도, 극중 퍼레이드처럼 성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거군요.


요시나리 : 만드는 동안에는 공중분해 직전 같은 상황도 있었기 때문에(쓴웃음).

"이거 진짜 할 수 있을까" 같은게. 앗코가 도서관에 틀여박혀 묵묵히 준비를 하는게, 내 심정 그대로랄까.


- "정말 할 수 있을까"라 생각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예산 문제? 아니면 다른 트러블?


요시나리 : 제일 위험하다 생각한건 스케쥴이죠.

프랑스에서 더빙을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전부 색을 넣었어야 했어요.

시간에 맞추기 위해 임시 소재를 써서 억지로 화면을 만들었는데, 그걸 보니 정말 심해서 "안되겠다"란 느낌이 들었어요.

그땐 정말 절망했달까 (쓴웃음). 현실은 작품의 내용과 정반대가 되버렸다는 느낌이었어요.

그 후 한달을 들여 간신히 형태를 잡았어요.

미국 이벤트 상영때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서 "메데타시 메데타시"가 됐지만.

그런 식으로 제가 처한 환경이 그대로 작품에 나와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가이낙스의 왕립우주군이라든가, 제작자의 갈등이 그대로 나와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두가 이런 계획을 목숨걸고 할 필요 없다고 말할 때, 시로츠구가 "하는 의미가 있어"라 말하잖아요. 다른 작품도 그런 부분이 있죠.

에바에는 안노 상의 인생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이낙스의 그런 부분을 조금 물려받은건가" 싶네요.


- 리틀위치는 요시나리 상이 쌓아온걸 썼나요? 카툰도 좋아하시는데, 카툰의 테이스트도 들어가 있나요?


요시나리 : 카툰도 섞여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쪽이냐 하면 옛날 A프로 작품에 더 가까운거 같아요.


- 그쪽이군요.


요시나리 : 카툰같은 느낌과, 테즈카 오사무 같은 느낌, A프로같은 느낌을 잘 믹스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은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은 더 데포르메 시키고 싶지만 억누르는거죠.

작화매니아가 좋아할만한 작화로 하지 않는, 누가봐도 보기 쉬운 쪽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해버리는거죠.


- 연출가의 시선에서는 그런건 필요하지 않단거군요. 리틀위치에는 트릭키한 느낌은 풍미로서, 얇게 들어가 있단 느낌이죠.


요시나리 : 그렇죠. 어디까지나 옅게 있는거죠. 저걸 전면에 내세우면 위험하다 할까.


- 데포르메 하고싶단건, 움직임의 데포르메인가요, 디자인의 데포르메인가요?


요시나리 : 양쪽이에요. 역시 작화매니아로서 극단적인걸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잖아요.

모리 히사시 상의 작화라든지, 오오히라 신야 상의 작화같은걸 보고싶거든요.








- 요시나리 상도 작화맨 시절에는 그쪽에 중심을 뒀죠.


요시나리 : 아뇨 그렇지도 않아요. 이 이상 하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조금 자제하려고 했어요. 작화 오타쿠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 관객을 상정하고 그리게 되는 거죠.


- 그리려고 하면 더 매니악한 원화도 그릴 수 있었군요.


요시나리 : 아뇨, 그건 모르겠어요(웃음)


- 애니메이터라는 일에서도, 그 작품의 틀 안에서 허용되는 매니악함으로 그리신거군요.


요시나리 : 네. 처음 업계에 들어왔을 무렵에 연출가의 힘이 강했다고 했는데, 그게 근저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 틀에 빠져나가면 안돼"라는 게 있달까. 스스로를 틀에 가둔 느낌이 있다고 생각해요.


- 여기까지 몇번인가 이마이시 상의 이름이 나왔는데, 요시나리 상에게 있어 이마이시 상은 어떤 존재인가요?


요시나리 : 그렇네요. 상당히 마음 편하게 해나가게 됐달까, 멋부리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줬달까(쓴웃음).


- 자유롭게 일해도 된단걸 몸소 가르쳐준 존재인거군요.


요시나리 : 맞아요. 본보기로서, 이해하기 쉽죠.

함께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컨트롤 하는가란 의미에서도 본보기가 됐습니다.

안노 상의 일은 너무 굉장해서 흉내낼 수 없지만, 이마이시 상의 방법은 참고할 수 있단 느낌이 들었어요.

이마이시 상의 방법도 고난이도지만요. 사람들의 방심을 유도하는게 뛰어나달까.


- 과연.


요시나리 : 시청자든 스태프든 끌어들이는게 능숙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실제로는 작품만큼 망나니 같은 느낌은 아니에요.


- 오히려 성실한 분이시죠.


요시나리 : 그렇달까 매우 계산이 뛰어납니다. 역시 이마이시 상은 지도자로서 뛰어나요.

큰 작품을 만들때도 자기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뭐, 본인이 다른 방식을 원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지만요.

대작이 아니라 작은 작품을 원하는대로 만들고싶다는 소망도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 요시나리 상 자신의 과제는 어떤 느낌일까요. 예를 들어, 자신의 컬러를 더 진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


요시나리 : 별로 자신만의 컬러를 드러내고 싶은건 아니에요.

다만, 작품을 세련스럽게 하고싶달까, 보기 좋은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역시 데자키 작품이라든가, 명작이라 불리는 것들은 통일감이 있잖아요. 그런 통일감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 컬러를 내고 싶은건 아니다, 란건 원화맨 시절부터 그랬나요.


요시나리 : 그렇지요.


-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납득할 수 있는걸 해왔다?


요시나리 : 네, 그렇죠. 원화맨으로서 일을 대충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제 이름을 알리는걸 중요하게 여긴 건 아니에요.

맡은 씬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고, 볼거리를 제대로 볼거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죠.


(2015년 9월 9일 도쿄,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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