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 감독은 지금까지 "선배가 짜증나는 후배 이야기" "귀엽기만 한 게 아닌 시키모리 양"에서도 감독을 맡으셨지만, 이번작은 첫 소설 원작. 차이가 느껴진 부분이 있었나요?

이토 : 만화는 시각적으로 독자들에게 이미지를 던져주지만, 소설을 독자가 문자를 읽었을 때 어떤 상황인지를 생각하게 되죠.

원쿠션이 있는 미디어이기 때문에 잘 번안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은 읽는 사람마다 템포가 다르지만 애니는 강제로 시각과 청각을 빼앗는 미디어입니다.

그래서, 그저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 뿐만이 아닌, 작품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핀트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본작도 일언일구 그대로 영상화한게 아닌, 어느 정도 요소들을 추출해 구성했죠.

이토 : 그렇죠. 원작에서는 마사치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명묘사가 써진 부분이 있지만, 그걸 그대로 애니화하면 시간이 멈춰버립니다.

모놀로그 같은건 다른 캐릭터들한테는 안들리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을 그다지 멈추지 않고, 템포 좋게 만드는 방향으로 조절해나갔습니다.

학교 설명 같은게 부족하지 않을까? 라 살짝 생각했지만, 부족한 것 없이 보여주면 아마 재미없어질거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 그건 이토 감독이 시리즈 구성을 겸임하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일인가요?

이토 : 시리즈 구성을 맡은 이유는, 감독이 메인 스태프 중에서 제일 작품의 이해도가 높을거고,

어떤 의도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은지를 각본가 분에게 전달 하는거보다 내가 하는 편이 더 빠를거 같아서, 란 면도 있었습니다.

물론 실력있는 각본가 분이 참가해주셨지만, 어떤 방향성으로 그리고 싶은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제가 많은 에피소드의 각본을 썼습니다.

그 작업을 할때는, 테나마치 사호 센세가 그리는 코미컬라이즈판도 참고했습니다.

사실 코미컬라이즈판은 원작과 묘사가 상당히 달라졌어요.

소설과 만화의 표현방법이 다르다는건, 아까 언급했듯이, 애니에서도 더욱 달라지기 때문에 그래서 두 묘사 모두 참고하면서도 소설을 읽을때의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애니판 "로시데레"를 만들어가보자고 생각했습니다.

- 본 작품을 제작하면서 특히 더 의식한건 뭔가요?

이토 : 애니에 한하지 않고 창작이란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그리는 것입니다.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걸어갈때 자초지종을 그릴 필요는 없고, 그 길에서 중요한 부분을 추출하는. 

원작에서도 그걸 의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흥이 날지, 읽는 사람을 질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그런 부분을) 그대로 영상화 할까 하고.

예를 들어 6화에서 마사치카가 아랴에게 학생의회의 구조를 설명하는 묘사가 있었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이 무대이기 때문에 단지 설명을 하고 있을 뿐이라면 움직임이 잘 나오지 않게돼요.

그렇지만 원작에서는 거기에 아랴의 질투나 간접키스를 넣어서 재밌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볼거리를 확실히 넣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제가 콘티 연출을 담당한 8화 학생의회 에피소드는 어떻게 하면 보기좋은 화면이 될지 고민하는게 힘들었습니다.

연출적으로도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에 제가 손을 들었지만,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로시데레에서 선거전은 중심축이기 때문에 이 화수를 확실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당 부분은 학생들이 수백 명씩 나와서 힘들기 때문에, 레이아웃과 학생은 3DCG 모델로 만들었습니다.

- 본작의 무대 대부분은 학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3DCG 레이아웃으로 처리했다고 들었습니다.

이토 : 원래는 애니메이터가 레이아웃을 그려야 하지만, TV시리즈는 스케쥴과의 승부.

게다가 애니메이터 분에 따라 완성도가 제각각이므로, 작화감독이나 연출한테 뒷감당이 오는걸 생각하면 이번에는 애니메이터에게 맡길 수 없었어요.

그래서 등장빈도가 높은 장소는 미리 3DCG로 만들어두고, 레이아웃으로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손그림 레이아웃인건, 하교중이라던가 1씬 정도만 나오는 무대정도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작화감독으로서 필사적으로 레이아웃을 고쳤지만, 시대의 진보에 따라 작업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이번에는 그러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 본 작품은 캐릭터 디자인을 무로타 유헤이 상이 담당했습니다. 무로타 상은 이전에도 이토 감독의 작품에서 총작화감독을 맡았지만, 감독과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관계성은 이번이 처음이죠. 실제로 태그를 짜보니 어떤 인상이었나요?

이토 : 무로타 상의 디자인에는 화사한 매력이 있죠.

애니메이터 중에서는 움직이는걸 잘하는 분도 있고, 캐릭터 디자인에 능통한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 양쪽다 능숙하게 그려주셨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로타 상이 중점적으로 참가한 1화나 오프닝, 8화와 최종화는 그 덕에 아주 좋게 만들어졌습니다.

https://x.com/MAS24258/status/1836729452757405927

https://x.com/MAS24258/status/1837091840757223606

2화 총작화감독 아츠미 토모야 상도 전편에 걸쳐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 원작 소설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모모코 상의 그림을 옅은 색채가 특징적입니다. 그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의식한게 있나요?

이토 : 애니에서 색 수가 많은 삽화의 캐릭터를 재현할 경우, 캐릭터 디자인보다 촬영 처리가 메인이 됩니다.

그렇지만 로시데레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촬영처리로 복잡한 화면을 만들어가기보다는, 셀룩 표현에 가깝게 해 그 뉘앙스를 살리는걸 신경 썼습니다.

시아게 분들에게도 부탁해, 어떻게든 그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음향감독인 타카테라 타케시 상한테 "이토 감독은 음악 메뉴에 애착을 가진 연출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본작에서는 츠츠미 히로아키 상에게 어떤 방향성의 OST를 발주하셨나요?

이토 : 확실히 음악 메뉴는 저의 취미를 반영한걸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츠츠미 상은 이전 작품에서도 함께 일했는데, 오더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주셨습니다.

로시데레 OST는 즐거운 학원물이라기보다는, 앙뉘한 악곡 쪽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산뜻한 곡도 많았지만, 산뜻한 장면은 문화제 정도밖에 없어서......별로 쓰질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벼운 개그씬에 사용할 곡이 하나 더 있어도 좋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지만 이것만큼은 정말 만들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니까요.......

- 제작을 끝낸 지금, 작품을 되돌아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토 : 더 이렇게 하고싶다는 반성도 있지만, 제가 생각했던 예상 범위 내의 화면을 만들 수 있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작화감독의 노력은 물론이고, 스태프 모두의 노력 덕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만든 덕분에 작품의 세계관을 내려다보는 능력이 붙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문자매체지만 애니는 비언어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미디어.

어떻게 번안하면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재미를 배증시키는건 그림뿐만 아니라 OST나 성우분들의 연기도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요소를 생각하면서 만들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