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육군훈련소를 소개하자면 6.25와 함께 생겨난 비운의 부대로서 최초 23연대부터 창설되어
지금은 23,25,26,27,28,29,30연대 총 7개 연대 그리고 입소대대, 교육지원대대, 군수지원대대 등의
지원부대 그리고 그 아래 더 작은 단위의 예속부대들이 있어. 이 중 23,25,26,27,30연대는
현역/부사관/육사/경찰대 등의 신병교육을 담당하고 있고 28,29연대는 공익근무요원들의 신병교육을
담당하지. 과거 육군훈련소는 제2훈련소 (과거 제주도에 제1훈련소가 있었다고 해) 혹은 논산훈련소
라고 불렸는데 몇 년 전 육군훈련소라고 개칭되고 부대마크도 삼각형에 칼 하나 별 두개에서
방패모양에 위에 육군훈련소 그리고 칼 하나 별 세개로 바뀌었지. 내가 알기로 사단 신병교육대가
점점 없어지고 한 10년 뒤면 육군훈련소에서 육군 입대 병력을 다 받아서 배출한다더군.

먼저 입대에서 배출까지의 과정을 아주 간략히 서술해보지. 현역 기준으로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화요일)에 입소대대에서 병력을 받지. 여기서 입소대대란 무엇인가. 102보충대나
306보충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서 약 3일간 생활하면서 전투복을 비롯한 기본적인 보급품을
수령받고 특기병이 아닌 일반병으로 지원한 이들의 학과나 자격증으로 특기를 분류하지. 그리고
병무청 신검처럼 급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이 훈련병을 귀가 조치 시킬까 말까 이런 식의 신검을
진행하게 되.

무료한 3일이 되겠지만 목요일에 담당연대 분대장 및 소대장들이 와서 병력을 인수인계 받고 나면
정신없이 5주가 가게 되지. 입소대대가 육군훈련소가 아니었나 라고 착각할지 모르겠지만
진짜 육군훈련소라고 불리는 곳은 \'연무대\'라고 불리며 입소대대에서 걸어서 10분가량 걸리고
그 안에서 자기 연대 찾아가려면 추가적으로 10~15분이 더 소요되는데 이 과정에서 훈련병들은
자신의 더플백(일명 따블백)을 매고 걸어가게 되는데 날도 덥고 이러면 엄청 고통스러워하지.
뭔가를 매고 딱딱한 전투화를 신고 먼 거리를 걷는데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이지.

천신만고 끝에 교육연대 내 자신의 해당 교육대 건물로 들어서면 (28,29연대 제외 이야기) 입소대대의
그 낙후된 건물과는 사뭇다른 깔끔하고 세련된 건물에 안도하게 되지만 생활관(내무실)을 배정 받고
더플백을 매고 들어서는 순간 ......

분대장들이 소리치기 시작하지. "전투화 벗고 침상위로 올라갑니다. 실시"
입소대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훈련병들은 바짝 긴장하고 침상위로 신속하게 올라가지.
그 다음 분대장들은 "자신의 더플백에 있는 모든 물건을 쏟습니다. 실시"
뭐 눈치 볼 것도 없이 훈련병들은 더플백을 그대로 거꾸로 뒤집어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엎어.
그 다음 분대장들이 "책상펴고 자리에 앉아 사회에서 들고 온 현금과 모든 물건을 올려놓습니다"
라고 하면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지갑이니 뭐니 다 꺼내놓지.

회수하는 물건은 대체로 다음과 같아.
1.현금(잃어버리면 책임 안 짐. 다만 걷어갈 경우 10원 단위까지도 걷어가고 추후 월급통장에 다 들어감)
2.먹는 약(감기약이든 뭐든 그냥 다 걷어가. 대량으로 먹고 자살할 수도 있기 때문에)
3.현금카드(체크카드,신용카드,전화카드 등 .. 어차피 쓸 일 없음)
4.날이 서 있는 물건(커터칼, 면도기, 손톱깎이 등)
5.담배 및 라이터

바르는 연고, 썬크림, 폼클렌징 이런거는 안 가져가니까 걱정말고, 내가 보기에는 웬만하면 수첩,볼펜,
조그마한 사진 같은거 말고는 안 들고 오는게 좋을 거 같아. 괜히 짐만 되는 경우가 많지.

그리고 입소한 당일부터 3일간 동화기간이라고 훈련은 없고 훈련병들과 면담하고 면담자료를
토대로 이것저것 작성하고 신상명세를 파악하게 되는데 이 기간이 분대장(조교) 및 소대장(교관)들에게
상당히 빡센 기간이야. 보통 취침하면 23시고 조기 기상을 하게 되어 5시 30분에 일어나게 되는데다가
경계근무까지 있으면 정말 할 말 없게 만드는 기간이지. 근무가 있을 때는 실제 자는 시간은 서너시간 되려나.

입소하고부터 소대마다 매주 돌아가면서 \'배식\'을 하게 되는데 이 배식이 분대장과 훈련병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지. 훈련병들은 밥,국,반찬,부식,짬 등 여러 곳에 배치되어 배식을 하게 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훈련병들을 통제하느라 분대장도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모른다고 높은 언성을 듣는 훈련병들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 배식도 2~3일 정도 하면 익숙해지게 되지.

그런데 꼭 배식을 하다보면 배식 소대는 반찬을 많이 주고 왜 다른 소대는 반찬을 적게 주느냐. 후(後)배식조는
왜 선(先)배식조랑 늦게 교대해주느냐 등 여러가지 불만이 많이 터져나오게 돼. 그런데 사실 반찬을 적게주니
많이 주니 이거는 반찬을 펑크내지 않기 위해서 분대장들이 조절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사람이 어떻게
기계처럼 정확히 줄 수 있을까) 교대 관련해서는 뭐 개인별로 식사시간이 다르니까 그렇게 된 것이지.
물론 고의적으로 그러는 훈련병들도 없잖아 있기는 한데 그 행동 하나하나가 다 분대장에게 보이지.
그럴 경우 막사에서 작업이 필요한 경우 그런 훈련병들만 골라서 시키기도 하고 그래. 흐흐 ...

육군훈련소에서는 \'전우조\'라는 개념이 있는데 서너명의 훈련병들이 하나의 전우조가 되어서 같이 돌아다니며
화장실 다닐 때든 세면장으로 이동할 때든 같이 다녀야 해. 병력관리를 원활하게 하고 훈련병들이 쉽게 옆 훈련병들과
친해질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 건데 전우조 활동 제대로 안 하면 분대장 및 소대장들이 아주 화를 낼거야.
물론 귀찮은건 알지. 옆에 있는 녀석은 잘 쉬고 있는데 괜히 나 화장실 가려고 불러내려면 좀 그렇잖아?
이 동화교육기간에 전우조라는 개념을 확실히 머리에 인지하면 별로 혼날 일도 없고 나중에는 그냥 일상처럼 편할거야.

마지막으로 동화기간에 하게 되는 일. \'가뜸\' (바느질)
군생활을 1년 이상 했지만 아직도 이 말의 어원을 잘 모르겠어. 훈련병들은 자신의 이름 및 교번 주기표를 전투복과
훈련복에 가뜸하게 되는데 x자로 6x3 사이즈 정도로 하게 될거야. 그런데 이게 은근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바느질에
익숙하지 않은 남자들에게는 많은 스트레스를 주지. 바늘귀에 실 넣기도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고 간혹 훈련병들 중에
"저 바느질 못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질문하는 훈련병들도 있지. 보통 주기표 하나 가뜸하는데 개인차가 있지만
5~10분가량 소모되며, 주기표 10개 정도는 3일에 거쳐 가뜸하게 될거야. 안 되어 있으면 분대장들의 높은 언성을
듣게 되겠지. 가뜸으로 군생활 중 3일을 다 보낸다고 생각하는게 편할거야.
물론 주기표 가뜸은 쉬운 편이고 수료식 전날 이등병 약장 전투모에 가뜸 (밖에서 실이 안 보이게), 숙영 전 천막에
가뜸하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해야하나. 흐흐 ...

목,금,토 3일에 걸친 동화기간이 지나면 분대장들도 마음에 안정을 조금씩 찾게 되고 훈련병들도
첫 종교활동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종교활동이란 ...

육군훈련소에서 종교활동이 가능한 종교는 기독교/천주교/불교/원불교/제7일안식교
종교활동은 제7일 안식교만 토요일에 있고 나머지는 일요일에 종교활동이 있으며
기독교,천주교,불교는 일요일 아침과 저녁 그리고 원불교는 일요일 아침에만 있어.
물론 세례식,영세식,수계식,입교식(이건 원불교)은 토요일에 하게 되는데 한 기수에
각 종파별로 한 번만 참석이 가능하지.

그럼 종파별 분석을 해볼까.

1. 기독교

육군훈련소 정문인 연무문을 지나면 교회가 바로 보이는데 약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어.
물론 수용인원은 그렇지만 워낙에 오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2개조 정도로 나눠서 운용하지.
보통 오전에는 성경 구절을 듣고 찬송을 부르는 식으로 끝나고 오후에는 공연을 하는데
공연할 때는 \'여자\'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여자들이 많이 가기도 해.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종교행사를 시작하고 끝낼 때 \'실로암\'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가 육군훈련소 연무대 교회 공식 테마송이지.
(꼭 교회 안 가더라도 육군훈련소 나온 사람들이라면 잘 아는 노래임)
3000여명이 되는 훈련병들이 모자를 벗고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구절 구절마다
왼발! 왼발! 혹은 훈련은 전투다. 각개전투 ! 이런걸 넣으면서 부르는데 각개전투의 의미는
아마 마지막 종교행사 갈 때 쯤이나 알게 될 듯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떠난다 (훈련은 전투다 각개전투!)

2. 천주교

성당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기독교와 다르게 부식을 아침 저녁으로 주기 때문에
실리(?)를 추구하려는 훈련병들이나 정말 천주교 신자인 훈련병들이 주로 찾은 곳이야.
여기 신부님이 워낙에 교회처럼 노는걸 싫어하기 때문에 일반 성당보다는 좀 아니지만
그래도 사뭇 진지한 종교행사를 할 수 있어.
자고 있거나 떠들면 신부님이 혼내기도 하고 수녀님들이 때리기도 한다는 공포의 성당이지.
건물이 작다보니 수용인원이 적어 (한 1000명 조금 넘게 들어가려나) 한 두어달 전에
싸이가 재입대해서 퇴소하기 전 성당에서 공연했을 때 훈련병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봤다는 풍문이 있어.
먹을 것을 많이 얻고 싶다거나 진정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며
성당 앞에 지나다니면 "평화를 너에게 주노라"라는 성가를 많이 듣게 될 듯

3. 불교

완벽한 법당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한 2000여명 정도 수용이 가능해. 오전에는 법회를
그리고 오후에는 법당만의 완벽한 빔 프로젝터로 영화 상영, 해외 축구 상영 등을 하고
최근에는 아침,저녁 둘 다 부식이 나와서 훈련병들이 좋아하기도 하지.
예전에는 Tell me 동영상을 많이 틀어줬는데 최근에는 역시 대세에 따라 \'소시\'
그렇게 좋은데 왜 불교가 기독교보다 사람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멀다\'는 것.
그리고 여자들이 잘 안 온다는 것 그 정도?

4.원불교

최근 육군훈련소에 원광대에서 다목적강당을 지어주고 거의 육군훈련소랑 협정을 맺은
종파인거 같은데 나도 몇 번 못 가봤지만 가면 영화를 상영시켜주고 \'SSYG\'라는 간판스타가
가끔 오는 듯. 언젠가 밸리댄스 추는 여자도 왔다고 함.
이게 단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저녁 종교행사가 없음.
개인정비시간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 시간에 할 일이 있으면 작업해야한다는 정도?

5.제7일 안식교

거의 정보가 없으며 안식교인 훈련병이 입소하면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내서 교육대로 전화해
토요일마다 데려가서 예배하고 김밥 같은 것들을 먹고 온다고 함.

훈련병들에게는 마음의 안식을 주는 종교활동.
하지만 분대장들에게는 주말 개인 정비시간을 박탈하고
훈련병 인솔 및 통제하고 부식까지 나눠줘야하는 꽤나 귀찮은 일임.
그러나 가끔 웃고있는 훈련병들을 보면 가슴 한 켠이 훈훈해지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