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고 나니까 시간이 너무 안 가서 후임 한 명 얘기 해볼까 함

정확히는 후임이었던 애 얘기임 핸드폰으로 쓴 거라 오타는 미리 죄송하겠음

전입 왔을 때부터 썰 풀면 얘가 학벌이 앵간 괜찮았음

그래서 기대 좀 했는데 우리 부대에서 제일 ㄹㅈㄷ인 생활관으로 가는 거임 A반이라 하겠음. 우리가 특수한 부대여서 아직 동기생활관이 아님

얼마나 답이 없냐면 다들 그 생활관 사람들이랑은 대화를 잘 안함

그래서 아무도 그 분대장이 어떤지 잘 몰랐음

거기 분대장이 체단도 빠지고 주기적으로 외진가는 프로 꿀빨러임

근데 체단 빠지는 건 이해는 감

평범한 부대 체단 생각하면 안 됨

조온나 빡센 체단이라 매일매일이 고통임

체력평가하면 대다수가 특급 나옴

암튼 그 반에 후임 들어와서 그래도 잘 대해주겠지 했는데 일이 터짐

군수품 하나가 사라진 거임 ㅋㅋ 후임은 입 꾹닫고 있음

처음에는 아니 잃어버렸으면 잃어버렸다고 분대장이나 간부한테 보고하고 그래야지

왜 가만히 있다가 품목 검사 때 말하는지 이해가 안 갔음

근데 군수품 훔쳐 쓴 사람이 바로 그 분대장임 ㅋㅋㅋ 나이가 쫌 있는 걔가 A반 분대장임

옆에서 보는데 얘한테 가스라이팅 개심하게 하더라

그 분대장이 피해망상 비슷한 게 있어서 뭔가 잘못 한 게 있는 것 같으면 스노우볼이 존나게 구름

a로 잘못했으면 a로 한 번 혼내고 +@로 한 번 혼내고 그러더라

ㅈㄴ 웃긴 건 동기들한테 이르듯이 가서 얘 잘못했지? 잘못했지 하면서 같이 혼내게 동조시킴

애들은 마지못해 그래그래 하더라

근데 나한테는 안 왔음

T발 C라 공감 안 해줄 것 같았나? ㄲㅂ

하나 예를 들면 클린데이 때 얘 대장님 신병면담 때문에 대장실 갔음

옆에서 나랑 내 동기 한 명 듣고 있는데 그거 가지고 닦더라

이런 식임

“너 왜 청소 안 해?”

“죄송합니다”

“남들 다 청소하는 거 안 보여?”

“죄송합니다.”

“아니, 너 청소할 생각 없잖아. 너 하기 싫은 거 일부러 빼려고 그런 거잖아 아니야?”

웃긴 건 자기도 얘가 신병면담간 걸 앎

살짝 거울보고 말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뭔가 자기 불안정한 걸 얘한테 쏟아붓는 느낌이었음

참고로 A반 분대장은 진누 수 차례 당함

“……“

“대답 안 해?”

“아닙니다”

“뭘 아니야 ㅋㅋ 너 하기 싫으면 안 하잖아 맞아 아니야.”

그렇게 계속 죄송합니다만 하다가 얘가 지쳐서 맞습니다 하면 그것대로 존나 갈구더라

“맞아? 그럼 왜 거짓말했어 야 얘좀 봐 이등병이 막 상병한테 거짓말하네 ㅋㅋ 그게 맞아?”

이러면서 조리돌림 시작됨

내가 위에 쓴 건 순화한 버전임

ㄹㅇ로 반이 폐쇄적이라 몇 번 마주칠 일 없는데 마주칠 때마다 조리돌림 당하고 있더라 겉으로 드러난 게 이정도면 매일 반 안에서 무슨 말이 오가는지 상상하기도 싫더라

다른 생활관이었으면 동기들이 챙겨주고 그랬을 텐데 외부랑 소통 단절된 반에 들어가서 남들한테는 엥 싶은 걸로 몇 번을 닦이더라

나는 타생활관이었는데 ㄹㅇ 얘가 목 안 맨게 용할 정도였음 나였으면 어우 끔찍하겠더라

어느 순간부터는 얘가 표정이 사라지더라고

전입왔을 때 되게 밝고 인사 잘해서 괜찮은 후임 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게 눈에 보여서 ㅈㄴ 안타깝더라

얘랑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나서 얘기 한 번 했음

너랑 분대장이랑 말하는 거 들었는데 너가 힘들 것 같다고

근데 얘가 그 폐쇄적인 곳에서 몇 달을 계속 가스라이팅 당하고 그러니까 지 상태를 지가 모르는 것 같더라고

나한테 괜찮다고 하더라

원래 이렇지 않냐고 당연히 아니지 ㅅㅂ

자기가 실수가 많아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

진짜 개불쌍했음

한 번 식당청소할 때 A반 분대장이 후임 뒷담을 좀 쎄게 까서 누가 그거 듣고 신고함

좀 많이 심했음

현장에 있진 않았는데 보나마나 같이 조리돌림해달라고 했겠지

물론 이건 뇌피셜임

다행히 나 말고도 그 후임 신경쓰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어서 신고함

충격적인 건 내 동기가 그 이후 A반 생활관에 들어가서 들은 내용임

ㅅㅂ…

그 일 있고 중댐한테 한 번 혼나니까 뭐 사과하라고 했겠지

근데 그 사과가 이랬음

“나 너 뒷담함. 사실이니까 사과하는 거야. 근데 얘들한테 미리 너가 이상한 얘인 거 말해놔야 얘들이 널 더 이해해주지.”

???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앎

개소리임

근데 얘는 말대답하면 또 맞아 아니야 루틴 시작될 거 아니까 반박도 못하고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랬대 이건 소문 듣고 후임한테 직접 확인한 내용임 이게 사실이란 게 믿기지 않더라

물론 전부 A반 분대장 때문은 아님

얘가 좀 독특한 면이 있긴 했음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반드시 지키는 스타일이었음

쉽게 말하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인간? 단점은 비도덕적이거나 불합리한 거에 스트레스 ㅈㄴ 받는 것 같았음

좋게 말하면 신념이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개똥고집이 있는 거임

예를 들면 이런 거임

한 번은 내 동기가 신병한테 여친 있냐고 물어봤음

“고생하십니다.”

“야 여자친구 있냐?”

“이병 000 없습니다”

“연애는 해봤어?”

“예 해봤습니다!”

“사진 있어?”

“예 있습니다.“

“지금 있어?”

“지금은 헤어져서 못 보여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같이 나온 사진도?”

“예 함부로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얘가 진짜 죄송해하더라 동기가 뻘쭘해하길래

“그래 뭘 그런 걸 보여달라 그러냐, 전여친 사진 말고 너 빡빡이 아닌 시절이나 좀 보자.”

“예 알겠습니다.”

일케 일단락하긴 함.

어쨌든 이 신병은 천식끼가 심해져서 현부심을 했음

애초에 천식이 있는데 우리 부대 온 게 말이 안 되긴 함ㅋㅋ

스트레스성에 스테로이드 약 부작용으로 애 피부 다 뒤집어지고 그랬음

그래서 중댐이 전역 심사 가결되라고 천식에 플러스로 부적응까지 넣어준 것 같더라

멋진 중댐

의병 제대 할 줄 알았는데 알았는데 현부심 된 거 보니까 운이 좋았나봄

나가기 전에 물어봤음

이렇게 나가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냐고 후회할 것 같지 않냐고

근데 걔가 그것보다 이십 대를 이렇게 보내는 게 더 후회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맞말이라 반박 못함

얘 자기 정비시간 허투루 쓰는 일이 하루도 없었음

매일 싸지방 도서관 전전하면서 공부하더라

근데 그게 사실 알고 보면 A반에 있기 싫어서 계속 밖에 있던 게 굳혀진 습관 같아서 안습이더라

현부심 마지막 주까지 공부하고 마지막 외출 나갔을 때 자격증까지 따고 왔더라 다른 의미로 미친놈임

이놈은 정말 뭘 하든 될 놈인 것 같드라 응원한다

좋은 후임이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군대 뺄 수 있는 사람은 빼야지

아무튼 잘 지내길 바람

조기전역 ㅈㄴ 부럽다 씹새끼…….

이 글로 나는 이런 케이스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선임 잘못 만나서 군생활 꼬이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마 대인관계로 고생하는 사람이 이 글을 보는 사람 중 한둘은 있지 않을까.

너가 힘들면 객관화를 잘했으면 좋겠다

버틸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그리고 그건 너가 빠르게 눈치채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영영 모르게 되니까 판단 잘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