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6. 19에 입대해서 07.25에 수료하고 07.27에 후반기를 가서 꿀빨고 08.17에 전입 왔음.
08.18 첫 일과에서 K6 기관총 옮기다가 너무 무거워서 7번은 쉬면서 걸어갈 정도로 근력과 체력이 없던 나는 결국 두번 떨궜고 거기서 바로 폐급으로 찍히고 욕먹었음.
그 계기로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함. 11월에 깔짝하다가 1월부터 제대로 운동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니까 몸이 좋아지긴 함.
일이 힘들거나 훈련이 힘들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음. 그냥 내가 지금 하는거에 집중하면 하루가 끝나있었으니까.
오히려 사람 때문에 더 힘들었음. 맞선임이랑 맞후임이 존나 스트레스 받게 했는데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군상이고 사실 군대에서 나랑 잘 맞는 사람 찾기 제일 힘듦. 그냥 죽닥치고 하는 수밖에 없음.
군생활하면서 '집 가고 싶다'라는 말을 안한 날이 없었음. 맨날 집집 거렸는데 이제 집에 간다는 생각에 뭔가 시원섭섭함.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막 지나간다고 해야하나.
난 가슴에 손 얹고 솔직하게 하라는 거 다 하고, 하지말란거 안하고. 까라면 다 깠음. 불평불만을 해봤자 바뀌는 거 없고, 나만 더 스트레스 받고 힘들거든. 그냥 물 흐르듯 따라가면 됨. 시스템에 순응할 줄 알아야 됨.
불만 가지는 순간 뒤틀려버림.
나도 일병때 선임들한테서 부조리 존나 당하긴 했는데
그 선임들의 입장이 되어보니 더더욱 이해가 안 감.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위병소 근무 시 부사수가 사수 시간 녹여주기
저녁 메뉴 바로바로 답할 수 있게 외우기
리모컨은 상병부터
생활관에 있는 의자도 상병부터 앉을 수 있음
빨래 대신 해주기
암구호 외워서 선임들한테 전파하기
세면장 뜨거운 물은 짬순
등등..
내가 이런 걸 겪어보니까 밑에 애들한테도 똑같이 하고 싶지 않더라. 그런걸 당한 기분을 아니까. 그런 좆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음.
다들 끌려온 마당에 굳이 병정놀이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형동생 대하듯이 가족처럼 대하듯이 서로를 의지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성격 죽이고 천사를 자처했는데 가끔 그 선택이 후회될 때도 있었지. 그래서 후임병들이 많이 풀어진건가 싶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쉽게 말해서 어떤 집단의 지휘자나 통치자가 되었을 때 민중에게서 증오와 경멸을 받는 것을 피해야 됨. 나도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었음. 모두에게서 인정받고 찬양받는? 몇명의 후임병들이 내가 천사라고 하니까 참 고맙기도 하더라.
짬 좀 찬 선임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이 어느 정도 군생활했다 싶으면 일과 때 살짝 빠짐. 그런데 짬을 잘못쳐먹은 것도 아니고 존나 잘하는데 귀찮기도 하고 후임병도 있어서 일부러 지가 안 하는거임. 그래서 그 선임들의 일병 때 모습이 너무 궁금하더라고.
'저 사람 짬찌 땐 열심히 했나?'
내 일병 시절, 상병 시절을 못 보고 들어오는 애들한테서 보여주고 싶었음. 난 병장이 되어도 제일 먼저 뛰어간다는 걸.
설령 그게 병신같고 미련한 짓이었겠지만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음.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다들 군생할 파이팅 하시길.
감기 조심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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