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행보가 무섭다. 에쿠스 한 계단 아래 위치한 현대차의 고급 세단이었던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하게 되었다. 국내외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졌고, 독일과 일본의 럭셔리 브랜드를 바라보며 비약 발전에 성공했다.
엄밀히 살펴보면 제네시스 브랜드 행보는 일본보다 독일에 가깝다. 독일 럭셔리 브랜드처럼 후륜 구동 기반 플랫폼에 대배기량 엔진을 얹었다. 대중 브랜드 차량에서 약간의 고급화를 거친 뒤 배지만 쏙 바꿔 다는 렉서스와 인피니티와는 달리 새로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같은 후륜 구동 기반 독일 차보다 실내 공간이 넓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소구했다.
우리만 없는 프리미엄 고성능 ‘마그마’ 론칭 무엇이 문제?
굴지의 독일 고급 브랜드는 갖고 있지만, 제네시스만 없는 것이 있다. 고성능 브랜드다. ‘독삼사’는 모두 고성능 브랜드를 갖고 있다. 또 토요타도, 혼다도, 르노도, 그렇다. 6기통 또는 8기통급 엔진에 터보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500마력 이상의 고출력을 뿜어낸다. 일상 속에서 출력에 조금 여유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 악문 채 앞만 보고 서킷을 질주하는 퓨어 스포츠다.
제네시스도 이제 고성능 디비전을 만들기 위해 꿈틀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로써 어느 정도 입지를 다졌으니 이제 고성능 딱지도 달아볼까?” 하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만, 제네시스의 ‘마그마’는 어딘가 아쉽다. 마그마 프로그램을 론칭한다는 발표는 “오…”보다는 “엥?”스럽다. 뭐가 문제일까?
달리기 위해 차를 파는가 차를 팔기 위해 달리는가
골프를 기가 막히게 잘 치는 선수가 있다. 경력도 짱짱하고, 성적도 최고다. 필드 경험을 토대로 기능성과 디자인 등이 전부 뛰어난 골프웨어 브랜드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마니아층이 생긴다. 그가 만든 옷을 입고 한 데 모여 그의 경기를 응원하기도 한다.
한편, 비싼 소재로 고급 운동복을 만드는 운동선수가 있다. 골프는 가끔 친다. 대단한 골프 선수가 론칭한 골프웨어가 잘 팔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본인도 골프웨어를 팔고 싶다. 돈도 벌고, 골프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도 쌓고 싶다. 가끔 치는 골프에 정체성을 끼워 맞추고, 골프웨어 론칭을 준비한다. 정통 골퍼의 골프웨어와 옷 만들던 운동선수의 골프웨어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고성능의 근간은 모터스포츠 그렇다면 제네시스와 연관성은?
고성능 브랜드의 근간은 모터스포츠다. 메르세데스-AMG와 아우디(S, RS)는 모터스포츠를 위해 태어난 브랜드다. BMW는 포뮬러원뿐만 아니라 GT3 클래스, LMDh 등 세계적인 종목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모터스포츠와 전혀 관련이 없다. 현대차 N은 10년 넘게 WRC에 출전하고 있지만, 제네시스의 모터스포츠 역사는 전무하다.
고성능 자동차는 결국 이미지 싸움이다. 기술은 이미 상향 평준화된 지 오래다, 제조사마다 기술 격차는 존재하겠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의미 없는 수준. 결국 고성능 자동차를 소비하는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이미지다. “가장 빠른가?”도 의미 없다. 속도가 제일의 척도였다면 모두가 테슬라 모델 S 플레드를 꿈꿨겠지. 우리는 AMG의, 페라리의, 맥라렌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마그마든 그란 베를리네타든 결국은 빛 좋은 개살구 아닌가. 제네시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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