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갤러리라 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지만 체스 갤러리도 없고, 심지어는 보드게임 갤러리도 유희왕 갤러리지.. 체스 이야기는 하나도 안하고.. 체스 이야기 좀 해도 되지?

체스는 진짜 초보에게 추천하고픈 게임이다. 체스는 전혀 진입장벽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바둑의 정석처럼 당연히 있기는 한데 초보 수준에서는 그닥 외울게 별로 없음. 그리고 두다보면 자연스럽게 뭐가 좋은지 알게된다. 학교시절 장기 두다 지겨워서 체스판 가져와서 뒀는데  장기 두는 습관 때문에 차문 열면 좋을 줄 알고 양 끝 폰을 움직여서 룩 초반에 내보내는 삽질도 해보고 별짓 다해봤는데 중간 폰 움직이는거 e4가 정석인 수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음. 그래야 비숍이 나갈 길이 생기고.. 뭐.. 마치 장기에서 포를 궁에 배치 시키기 위해 마가 포 옆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말야.

거기다 양키들이 주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이 잘되어 있음.  바둑이나 장기 관련 프로그램이 좀 병맛인데, 체스는 상용 소프트웨어가 잘 나와 있어서 정말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음. 특히 fritz는 한 번 사볼만 한듯.. 너무 잘 되어 있다보니 컴돌이들(Rybka니 Houdini니 하는 체스엔진으로 온라인 상에서 사기치는 거)이 난리치는 경우도 많기는 한데.. 체스 프로그램을 깔면 수백만 기보들이 저장 되어 있고 중간 수순에서 똑같은 기보를 검색해서 누구는 어떻게 해서 어떻게 되었는가 이게 검색 가능함. 이것저것 정말 체계적이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겠더라.

물론 공부 같은 거 싫고 그냥 시간 때우기로 단순히 즐기는 건데.. (나는 포크나 핀 같은거 책보고 안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알게되더라.. 그만큼 체스 교본 보는 걸 싫어함 그러다보니 바둑은 아예 못 두겠더라. 기본적으로 바둑은 좀 알고 둬야지.. 모르고 두면 뭐가 어떻게 되는지 감도 못잡겠음.)

chess.com 같은데 들어가면 정말 간단히 가입해서(닉네임, 메일주소, 비밀번호, 비밀번호 재확인)으로 별다른 거 깔 것도 없이 그냥 그자리서 게임 가능함. 외국 사이트를 이용하다보면 정말 깔끔함에 괜히 감동할 때가 있음. 한게임 같은 곳은 이것저것 깔아라 이러면서 홈페이지 메인도 막 지 맘대로 네이버로 바꾸려고 하고 별 생쇼를 다하는데 말야. 유료사이트이긴 한데 기보 영구 저장이나 오프닝 수순 검색하는 거 광고 뜨는거 막아주는거-광고 도배가 아니라서 어짜피 그거나 이거나 별 상관없더라- 이런 자잘한 거 풀 액세스 하는 거 풀어주는 거지 대국을 유료로 받아쳐먹는데가 아님.

거기에 레이팅 시스템이 환상임. 스타2나 리그 오브 레전드 보면 비슷한 실력끼리 붙이잖냐.  그거랑 비슷함. 
레이팅 시스템으로 구분하는 거에 익숙해지면 단이나, 급으로 구분하는게 좀 답답해짐. 그리고 전세계 사람들이 두기 때문에-유럽애들은 그렇다치고 아랍이나 인도 색히들 왜 이렇게 많냐 그냥 뉴 게임 누르면 비슷한 실력의 상대방이랑 매치 되는데 정말 좋음- 

근데 한국인들이 별로 체스를 안해서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게 없어 좀 외로운 게 문제.. 이거 하나만 해결되면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느껴진다. 체스가 인프라가 너무 잘되어 있어서 라이트하게 즐기는 타입으로는 정말 최고인듯 해. 단기간에 좀 실력 바짝 올리고 싶은 형들은 체스책 안사고 그냥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체스퍼즐 좀 풀면 실력오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