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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 알게 되었다, 나의 집착을.

aa(1.241) 2014.02.03 01:17:38
조회 367 추천 0 댓글 9

나는 바둑에 골몰했다. 연구했다. 공부했다.

주위 사람들을 모두 고수로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열심히 알려주고 자료를 나눠주었다.


개중에는 바둑에 좀 더 깊게 파고들어 

전반적 문화나 책에 관하여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고수가 많은 세상을 원했다.

그래서 나부터도 고수가 되고 싶어 열심히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기력향상을 해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사람들은 나만큼 바둑을 생각해주지는 않는구나.

물론 그들 욕할 생각은 없다. 어쩌면 그들이 현명하다.

나는 이 문화에 대한 알량한 지식과, 내놓기도 부끄러운 실력은 쌓았는지 몰라도

돌이켜보았을 때 수지타산이 맞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듯 하다.


그럼 내가 왜 그토록 파고들었던걸까.

결국 나는 이 모든 것이 하찮은 나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저 나는 대우받고 싶었던 것이다. 같잖게도..

바둑 산업이 호황을 이루고, 바둑 열풍이 전국을 휩쓰는 그런 상태가 된다면,

나같은 나부랭이도 뭔가 일이 생길 것이고, 허울좋은 사범 칭호도 듣고.. 뭐 그런 걸 바래왔던 거겠지

어려서부터 잘하는 거 없이 늘 루저 인생으로만 살아온 삶을 바둑으로 보상받고자 했던 비겁한 욕심이었다.


우리가 지금 중국과 같은 바둑 열풍이 분다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럼 나는 왜 그걸 바랐던 거지?

예와 도, 수양이 있는 고급예술을 살려야 하니까!

위기의 한국바둑을 지켜내고 이 문화를 보존해야 하니까!

나는 진정으로 바둑을 사랑하고 더 이상의 바둑 쇠퇴를 막아야 하니까!

이건 다 개소리였다.

입으로는 저렇게 떠들었을지 몰라도 그냥 나는 목에 힘을 줘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바둑이 폭발적으로 인기있는 세상에선 프로들이나 아마 강자들이 존중받을 테니깐..


나는 나 개인의 욕심을 채워보려 비겁한 가면을 쓰고 바둑보급이라는 알량한 짓을 해오며

스스로 그것에 자부심 또한 느껴왔다.

사실 한국 바둑 인구가 점점 감소해 몇 세기 후에 둘 줄 아는 이가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거 사람들은 별 신경 안 쓸 것이다.

스러져간 수많은 것에 비하면 바둑 하나 없어지는 건 그리 큰 일이 아닐 것이다.


문득 아쉬워서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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