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쯤 왕십리역 하차.

성동경찰서 부근에서 똑같은 티셔츠 입은 이동훈 프로 포착!

고생끝에 한국기원 도착.

심하게 낡고 때낀 조그만 건물을 보고 설마 했지만 한국기원 맞다.

나라의 바둑을 대표-상징하는 건물이 이렇게 초라할 줄이야.. 충격이다.

20년전에 시간이 멈춘듯한 한국기원에 들어가는게 부끄러워질 지경.

여하튼 한국기원 입성했지만 이미 문닫은듯한 모양새.

1층 코딱지만한 상점은 아침 10:30분~저녁5시까지만 한다니 방문할 분들 참고하시길.

더이상 둘러볼 마음이 안들어 그냥 나왔다.

약 30분만에 무학기원 입성.

여기가 그 유명한 왕십리 기원이 아닐까 하여 방문한건데

매우 좁고 긴 현관을 통과해 30평도 안되보이는 방하나로.

방을 가득 매운 사람들을 보니 그래도 여긴 적자는 아니겠네 싶어 좋았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줄담배를 피워 방안가득 연기가 자욱하니 아 한판만 두고 얼른 가야겠다 싶다.

타이젬 7단이라니 60대로 보이는 한 노인분과 마주앉혀줘 바로 대국시작.

스크린이 아닌지라 수읽기에 애먹으나 명백한 기력차이로 여유있는 형세.

그러나 주위 사람들 담뱃재가 내 옷에 착착 내려앉는게 스트레스.

계속 강도높은 간접흡연을 하고있자니 머리가 아파온다.

대마 잡히고 10분이나 착점 안하고 있더니 결국 불계선언.

복수하자고 판 치우고 또 두길래 가야한다 양해 구하고 나옴.

주인장이 따라나와 4000천원 받아간다.

근데 왠걸 신용카드를 분실했다.

육형제 문화센터 도착.

카운터에 아주머니 한분과 책보고 놓아보는 아저씨 한분.

무학기원에 비해 규모도 크고 훨씬 깔끔하다.

바둑판,바둑알,체스판까지 전시되어 있고

다른 한쪽엔 진열용과 판매용 서적들이 있다.

9시가 다 된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 없는건지.. 이래서야 머잖아 문닫지 않을까 좀 걱정된다.

기념으로 책이라도 사가야지 둘러보다 결국 '견디는 수읽기' 세권을 29000원에 구입.

아주머니가 젊은사람 보는게 드문일이라 그런건지 원래 그런건지 아무튼 들떠보였다.

이상이고 재밌었지만 좀 착잡한 뒷맛이.. 카드를 잃어버렸기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기원의 부끄러울만치 초라한 모습과

무학기원의 담배에 찌든 노인들의 모습을 보니

순간 아직 젊은 사람으로써 내가 뭐하는건가 하는 회의가 느껴졌기 때문인듯 하다.

뭐 그렇다고

내 황금시간의 일부를 할애할 만한 매력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으니

바둑을 그만둔다던지 하는 일은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