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뭐였을까
잘둔다는건 뭐였을까
왜 나는 바둑을 통해 나를 대변하려고 했나
왜 예와 도를 말하며 정신과 철학을 논했을까
열등감에 가득차서?
맞는듯하다
이런거라도 떠들어대면 남들이 좀 달리 봐줄까 싶었던 모양이다
예도가 있다 여기면 있는 것이고 없다면 없는 것이다
단지 나는 내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삼으려 했던것이 잘못이었다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변명과 합리화 뿐이었다
욕심 물론 많았다 그러나 없는 척 했다
속세 떠난 척... 휘적휘적 다니며 무심의 경지에 이른 도인인 척...
난 욕심없단다 얘들아...
그러니까 너희들이 손가락질해도 난 아무런 타격 없단다
그러나 사실 욕하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소망의 표출이었다
언제나 자기기만 속에 살았다
바둑도 그랬다
져도 아무렇지 않은 척...
패배의 아픔은 쓰리지만 난 승부 초월한 성인군자라고...
바둑이라도 이겨야 체면이 설텐데
난 바둑 바깥세상에서도 2선을 발발발 기고
반상에서도 이리터지고 저리터졌다
고차원의 철학을 반상위에 투영해본다는 헛소리와 더불어
화초바둑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깡패바둑을 비웃고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이기고 싶으십니까... 그럼 이기십시오...
승부를 양보해주는 척 그렇게 살았다
실제론 못 이기니까 변명 뒤에 숨은 것이다
인생의 밥벌이라는 것은 가혹한 굴레이며
경제적 무능함이란 얼마나 서러운가
난 내가 삶을 제대로 살지 못했음을 알겠다
삼십이립...
그 서른도 몇 년 남지 않았다
무언가를 세워야한다
그러나...
장수 한 명 출세에 백골이 일백이라는데
각자의 삶이 꼭 출세한 장수라야 하는 법은 없다
실패자가 되어도 그 또한 숙명이며
백골이 되어야한다면 기꺼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