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제의를 받았나.
"지난해 말이다. 몽백합배 결승전을 벌이기 전이었다. 큰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고 영광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상금이 크다.
"돈을 떠나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주었으면 좋겠다. 상금을 보고 하는 게 아닌데 그것에 의미를 두는 것은 아쉽다."

-그럼, 이세돌 9단은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쨌든 인간과 컴퓨터가 사실상 첫 대결을 벌이는 거다. 그것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고 개인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프로기사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제의를 받았다는 것은 굉장히 기쁘고 영광스럽다." 

-왜 자신에게 연락이 왔다고 생각하나.
"글쎄... 음... 그때는 몽백합배 결승 전이었는데 근래 10년, 5년 뭐... 5년은 모르겠지만 근래 10년간 성적이 좋았던 편이다(웃음). 어쨌든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영광이었다."

-'알파고'의 바둑은 봤는가.
"전혀 보지 못했다. 이번에 뭐였더라, 유럽 챔피언을 5-0으로 이겼다는 것도 몰랐다. 인터넷 상으로 대국을 했었다, 성적이 굉장히 좋았다, 이런 얘긴 들었는데 다른 내용은 전혀 몰랐다. 지금 조금(기사 보고) 알았다."

-어떻게 승부를 받아들이게 됐나.
"당연히 이길 자신이 있어서 받아들였다. 지금도 그 생각이 변함없는 것이 구글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구글에서 이 알파고라는 프로그램이 완성 단계로 들어서기 위한 시험 단계라고 보기 때문에 여기서 인간이 진다, 내가 진다... 인간이 진다는 것은, 그것은 인간이 너무 무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한 판, 많게는 두 판까지 질지언정 3-2라도 내가 이길 것 같고 4-1이냐 50이냐, 이 정도가 맞지 않느냐 이렇게 보고 있다."

-승부는 어떻게 겨루나.
"5번기인데 특이하게도 다섯 판을 다 둔다. 3-0으로 이미 끝났어도 4, 5국을 두어 최종 스코어를 본다. 어쨌든 구글은 데이터를 원하니까 나를 활용해서 알파고를 완성시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 봤을 때에도 이것은 완성으로 가기 위한 단계이다. 초석을 다지는 것다."

-만약 진다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 것 같은가.
"빠르면 2년, 3년. 길게는 5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 그때 가령 인간이 진다면 이미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충격이 덜할 거다. 질 수도 있는 시대가 왔구나.... 내가 이긴다 해도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이다. 5년 후에는 인간이 지겠는데... 하지만 지금 진다는 것은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지 않은가. 지금은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오지 않을까.

-후폭풍이라면 바둑계가 휘청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휘청거릴지, 반대로 거품이 일어날지. 여러 가지 상황이 바뀌는 게 있을 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거 진다는 것은... 몽백합배 결승을 지고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비교가 안 될 거다."

-상금은 어떻게 쓸 것인가.
"하여튼 이기고 나서 생각을 해야죠(웃음). 지금 생각해 봤자 뭐하나. 아마 그거는 해야죠. 매년 바둑 기자단과 관계자분께 1년에 한 번씩 밥을 사드리기도 했는데 이기면 한 번 더 마련해야죠."

-올해 응씨배도 개최되는데 연간 상금 20억원 넘기는 거 아닌가.
"(웃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간 대 컴퓨터의 대결인데, 제가 인간을 대표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쪽이 나를 원했고 내가 받아들였으니까 제가 인간 대표 아니겠나. 바둑팬분들은 당연히 저를 응원해 주실 거라 믿고 바둑을 잘 모르시는 분들, 그러나 이런 소식을 들으실 수 있을 테니니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